캐디선택의 자유를 달라.

1963년 12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부터 캐디를 시작하더니 열 살 무렵엔 주말마다 골프백을 메고 36홀을 돌았다. 일을 마치면 해가 질 때까지 훈련을 했다. 열세 살 무렵 그는 핸디캡 2의 수준급 골퍼가 됐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골프를 직접 하기보단 캐디를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그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이다.

이쯤 되면 ‘하늘이 내린 캐디’라고 해야 할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 이야기다. 우즈가 최근 이벤트성 골프대회에서 캐디를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작 그의 캐디인 ‘윌리엄스는 뭘 하고 지낼까’ 근황이 궁금해졌다.

지난 6월 우즈가 무릎 부상이 도져 시즌을 마감하면서 윌리엄스도 실업자가 됐다. 그래도 그는 일손을 놓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최근 AP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열린 이벤트성 골프 대회에 TV 해설가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를 말하면서 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 황제의 측근 중 측근, 황제의 가장 절친한 파트너인 그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보스’인 우즈도 ‘캐디’인 윌리엄스도 돈 문제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문다.

추산은 가능하다. 보통 PGA투어의 캐디들은 일주일에 1000달러 내외의 주급과 함께 선수가 벌어들이는 상금의 7~10%를 받는다.

그런데 ‘황제의 캐디’는 주급만 5000달러에 우즈가 벌어들이는 상금의 10%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는 99년 우즈의 골프백을 멘 이후 무려 1600만 달러(약 210억원)를 벌었다는 계산이다. 우즈가 올해 부상 없이 대회에 계속 출전했더라면 그는 최소한 6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챙겼을 거란 계산도 나온다.

지난주 수도권의 명문 A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친 뒤 ‘캐디의 필요성’을 놓고 동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 동반자가 “미국 골프장에도 캐디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캐디가 있는 골프장은 드문 편이지. 캐디가 있는 골프장은 손에 꼽아야 할 걸.”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반드시 캐디가 있어야 하나. 우리끼리 골프를 즐기면 안 되나. 우리끼리 라운드해도 충분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이제 우리도 캐디를 쓸지 말지 아마추어 골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조건 캐디를 동반해야 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하네.”

이런 대화가 오간 것은 그날 캐디를 맡았던 20대 중반의 도우미에 대한 불만 탓이었다. 그날따라 캐디는 1번 홀부터 “빨리빨리”를 외치더니 어설픈 훈수로 우리 일행을 당황하게 했다. 이것만으론 모자랐던지 우리 일행의 골프 실력을 꾸짖기도 했다.
“아니, 그렇게 해서 공이 잘 맞겠어요.”

“손님은 그게 문제라니까요. 퍼팅할 때마다 클럽헤드가 열리잖아요.”

다들 구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우리 일행은 캐디의 꾸중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벌게졌다. 스티브 윌리엄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준급 캐디가 그리운 하루였다. 그 골프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JGOLF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중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