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홍翁,

술기운이 아니고서는 저런 힘을 낼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이 자유롭고 ‘취유초전醉遊草田’(취하여 풀밭에서 노니는 것) 같았으니

어찌 잠깐의 어울림이 풀밭에서 끊어지고 말 것인가.

절대 고개를 묻은 채 쳐들지 않으니 매몰차다.

절정의 순간에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 참고 기다리니 신선이다.

(백스윙 탑에서 주문을 외우며 멈춘다)

청춘에 이미 소녀경을 통달해서 일까.

삶의 순간순간을 재치 있게 받아들이고 답한다.

시시비비엔 안중에도 없으니 치우침이 없다.

삶의 현장에서 얻은 불가不可의 알곡과 쭉정이를 차별 없이 버물러

자신 내면의 진한 효소를 집어넣고 완숙하게 발효시켜 버린 것일까.

편안하고 생사를 초월한 시공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인지 쇠몽딩이 조차 몸과 어우러져 ‘편함’ 그 자체다.

세상물질에 달관하고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공을 잃어버리고 집에 가서 마누라한테 혼난다는 투정은 애교다.

가끔 땀 빼어 언더를 치고 얻은 바우처와 주인 없는 공을 주워 들고는 기뻐하며

큰 수입을 잡았다고 집사람을 떠올리는 가장이다.

현실 속에 머물며 현실을 풍자하면서 비껴가려는 것일까.

그 풀밭에서 유유자적하며 삶을 흥얼거리시는 노선(老仙)을 만난 행운이 있었다.

9000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