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하고 있는 닭, 체내수정을 하는 일반적인 동물과 달리 닭 등 대부분의 새 수컷의 생식기는 흔적만 남았거나 아주 사라졌다.
사진/안드레이 스토로에, 위키미디어 커먼스 /글,사진자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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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호를 바라보다 문득 두 수컷이 떠올랐다.
그 수없이 실패한 첫사랑들에서 번식의 기회를 놓쳐버린 아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매일 밤, 과거의 행적이 꿈속에 나타나 헛소리로 이어질까 두려워 반드시 짝궁 옆을 떠나서 잠들어야만 하는 비운의 사내 황달봉, ‘내사랑 옥경이’와 매혹적이고 현란한 춤사위로 이역의 땅에 예능이 없어 심심한 아짐매들에게 환각제역할을 해주었으니, 그럭저럭 과거의 업을 피해가리라 믿고 있었을 그이였다. 그렇게 가슴 조이며 달콤했던 의식에서 이제 겨우 깨어나려는 순간, 자신의 행로와 겹치는 ‘이한량’이라는 희한한 캐릭터와 맞닥뜨리자,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반가움과 절망감에 그날 저녁 술잔을 부딪치며 애써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을 것이다.
풀밭에 나가기만 하면 다산多産의 중독이 도져 공칠 마음이 사라지는 이한량.ⓒ9000dong
민주공화국(?)의 시책과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워 예비군훈련장에서 자신의 ‘거시기’를 훌러덩 내맡기지만 않았던들, 그가 꿈꿨던 세상은 아마도 다산多産의 풍성함이었고 힘이 닿는 데까지 종족의 수를 늘리려 했음이 분명했다. 그가 더 많이 낳을 수 있다는 용기를 지금도 풀지 않는 이유를 풀밭에서 목격했고, 사돈을 맺자는 제의에 막무가내로 “자기를 사위로 데려가라”고 들이미는 데서 알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짊어지고 풀밭에 나간들 “하~, 내 공 어디로 갔어!”만 흘러나올 것이니, 이 또한 비운의 사내가 아니던가.
한가롭게 사는 사람을 ‘한량閑良’이라 속칭한다.
주지육림酒池肉林에 패가망신한 한량들도 있었겠지만 일하며 놀 줄 아는 한량과는 다르다.
“돈을 내쏘고 말지 성질을 조작하는 짓은 싫다” 는 멋있는 두 한량이 남아 있는한 ‘희고 긴 구름의 나라’는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범벅궁, 이제 산중에 돌아가면 인생이 피곤할 때 그들을 떠올리며 쓴웃음이 아닌 단웃음을 지을 것이고, 가까운 신식 장 대전에서 ‘대전부르스’를 흥얼거리다 뱃속이 시끄러울 때 전주로 향할 것이다.
콩나물국밥에 모주 한 사발이면 한량놀이 하기엔 전주가 최고라 하지 안합디까.
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공이 틀어져 비명을 지를 때 속으로 좋아했던 죄와, 그들이 아짐매들을 바라보고 넋빠져 있을 때 말리지 못하고 나까지 힐끔거린 죄, 이 모든 죄를 다소나마 소멸시키기 위해 산중으로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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