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결투(?) 벌인 앵무새 ‘Kea’

서현 0 4,403 2017.11.07 21:26

올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조류 챔피언 자리를 놓고 온라인에서 일전이 벌어진 끝에 ‘고산 앵무새(mountain parrots)’로 널리 알려진 ‘키아(Kea)’가 산비둘기 종류인 ‘케레루(kereru, wood pigeon)’를 꺾고 왕관을 차지했다. 

 

b44830ef8139864a1bdff8b51382ca93_1510043 ▲ 차량 안테나를 물어 뜯는‘키아(kea)’

 

이번 호에서는 지난 10월 9일(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2주간에 걸쳐 펼쳐졌던 ‘뉴질랜드 올해의 새(NZ’s Bird of the Year)’선발 결과와 함께 토착 조류들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앵무새와 비둘기 결투의 최후 승자는?> 


이번 행사를 주최한 ‘Forest & Bird’는 뉴질랜드의 숲과 조류들을 포함한 야생 생태계와 자연환경 보호 활동을 펼치는 국내의 대표적인 독립 자연환경 보호 단체이다.

 

지난 1923년 창설됐으며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비정부기구로 7만 여명의 회원 및 후원자들의 기금과 일반인들의 모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면서 갖가지 활동을 벌이는데, 단순히 숲과 조류뿐만이 아닌 마우이(maui) 돌고래와 같은 해양동물 보호 활동에도 나선다. 

 

‘올해의 새’선발 행사는 2005년 처음 시작됐으며 당시 첫 번째 ‘올해의 새’로는 ‘투이 (tui)’가 뽑힌 바 있는데, 이듬해 ‘팬테일(fantai)’이 선정된 후 작년 ‘코카코(kokako)’에 이르기까지 그간 12종의 새들이 그해를 대표하는 뉴질랜드의 조류로 선정됐다. 

 

이 행사는 과거에는 새들의 천국이었던 뉴질랜드에서 ‘포섬(possum)’과 같은 유해동물들 이 유입된 이래 멸종 위기에 처해가는 야생 조류들을 널리 소개하는 한편 이들의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년 관심이 커지면서 투표 참가자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작년에는 2만 명이었던 투표자가 올해는 그 배가 넘는 5만 명까지 크게 증가해 주최 측을 고무시켰다. 

 

금년에는 고산 앵무새인 ‘키아’가 7311표를 얻으면서 4572표에 머문 산비둘기인 ‘케레루’를 물리치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에 올라 ‘올해의 뉴질랜드 새’로 선정됐으며 3위는 2554표를 받은 ‘카카포(kakap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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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등아랫볏찌르레기(saddleback)

 

 <치열했던 ‘팀 키아’와 ‘녹색당’의 대결> 

 

‘올해의 새’선발 투표가 시작된 지 딱 하루가 지난 10일 (화) ‘Forest & Bird’는 전날 밤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일부 투표를 무효화시켰다고 밝혔다. 

 

재단 측에 따르면 9일 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왜가리 종류인 ‘마투쿠 모아나(matuku moana, white-faced heron)’를 추천하는 표가 112개나 똑 같은 인터넷 IP 주소로부터 무더기로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1인당 한 표가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112표를 한 표로 처리했다면서, 그렇지만 행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여 별로 화가 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당시 국립공원 직원들이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고 특이한 모습의 ‘붉은등아랫볏찌르레기(saddleback)’라는 희귀한 이름의 새를 ‘올해의 새’로 밀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마오리어로 ‘티에케(tieke)’로 불리는 이 새는 1900년대 초 포식자들이 유입되기 전까지는 흔한 새였지만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연안의 섬 등지에서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다. 

 

한편 평소 ‘키아’를 사랑해 보호 활동에 열심인 ‘키아 보존재단(Kea Conservation Trust)’은 당연히 자신들의 새가 ‘올해의 새’가 되기를 바라면서 회원들이 ‘팀 키아(Team Kea)’를 중심으로 투표에 나섰다. 

 

지금까지 키아는 작년에 ‘코카코’에 이어 2위에 오른 것 외에는 왕관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팀 키아’가 적극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결과 ‘키아’는 투표 이틀째에 이미 1000 표 이상을 받으면서 혼자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키아’에게 위기(?)가 닥쳤는데, 그것은 녹색당이 ‘올해의 새’로 ‘케레루’를 밀기로 정했다면서 제임스 쇼(James Shaw) 공동대표가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공개하며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 

 

이 바람에 ‘키아’가 앞서 가는 와중에 ‘케레루’도 800여 표를 얻으면서 바짝 뒤쫓는 상황이 벌어지자 ‘팀 키아’에서도 인터넷과 각종 소셜미디어 등을 동원해 회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면서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이 바람에 뉴질랜드 인터넷 상에서는 때 아닌 앵무새와 비둘기의 한판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꼴이 됐는데, 이번 싸움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올해의 새’선발 이벤트가 영국의 BBC 방송이나 가디언(The Guardian), Buzzfeed와 같은 각종 해외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 

 

결국 실제로 야생에서는 한번 보기도 힘든 앵무새와 산비둘기 간의 2주 간에 걸친 ‘새들의 싸움(?)’에서 승자는 앵무새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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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비둘기(kereru)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말썽꾸러기‘키아’> 

 

지난 2009년 남섬 밀포드 사운즈(Milford Sounds)를 여행하던 스코틀랜드 출신 한 관광객은 계곡이 물에 깊게 패인 지형인 ‘캐즘(Chasm)’을 둘러보는 사이에 여권을 도난당하는 낭패를 겪었다. 

 

당시 여권 도둑은 다름 아닌 ‘키아’였는데, 차 안에 놓인 알록달록한 색깔의 소포 가방을 헤집다가 운전사가 자신을 돌아보자 놀라 끝내는 여권이 담긴 가방을 냅다 도망친 것. 

 

이처럼 특히 남섬 전역에서는 고산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키아’들이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접근해 차량의 고무부품을 망가트리거나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여권뿐만 아니라 때로는 현금이 든 지갑과 잠시 벗어 놓은 시계를 훔쳐갔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실제로 과수 생산지로 유명한 크롬웰(Cromwell)에서는 나무에 걸린 고급 손목시계가 발견된 적도 한번 있다. 

 

이처럼 호기심 많은 키아는 몸길이가 거의 50cm에 달하는 앵무새 중 가장 큰 종류로 앵무새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산에 서식,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키위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동물이다. 

 

‘키아’는 40종 이상의 각종 씨앗을 비롯해 애벌레나 다른 새들의 새끼나 토끼까지 잡아 먹는 잡식성으로 농장주들은 ‘키아’가 새끼 양을 해친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생후 1년 이후 생존율은 40% 미만인데 아서스(Arthur’s) 패스에서 조사 결과 중간연령은 5년이었으며 보통 20년 이상 사는데, 지난 2008년에는 최고령인 50살짜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담비(stoats)와 포섬, 고양이와 같은 외래 포유류가 유입되기 전까지는 수 십만 마리였지만 현재는 3000~7000 마리가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적인 멸종 위기종 (Nationally Endangered)’이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 측정했는지는 모르지만 4세 어린이 정도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필자 역시 실제 스키장이나 고산지대를 넘는 고갯길 주차장에서 여러 번 마주치면서 하는 행동을 자세히 보고 난 후에는 보통의 새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실제 말썽을 일으키는 장면은 보지 못했는데, 그러나 카메라나 작은 가방 등 특히 색깔이 현란한 소지품에 주의하지 않으면 충분히 잡아채 저 멀리 날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분명하게 들었다. 

 

반면 인간에 대한 조심성이 없는 데다가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 먹으려 접근하는 ‘키아’들이 많아 차량이나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죽거나 다치는 ‘키아’들이 생겨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 자연보존부(DOC)에서는 ‘키아’가 자연계에 널린 자신의 고유 먹이를 포기하고 인간에게 먹이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절대로 ‘키아’에게 인간의 먹거리를 주지 말도록 계도하고 있다. 

 

이번에 ‘키아’에게 왕관을 씌우는 데 성공한 ‘팀 키아’ 관계자도, 사람들이 ‘키아’의 모습이나 행동에 대한 뉴스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개체가 줄어드는 중이고 멸종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면서 이번 캠페인을 벌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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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간 정원을 찾은 새 종류의 증감 현황

 

 <정원 찾는 새들이 달라지고 있다> 

 

이번 ‘올해의 새’투표 대상에 오는 조류는 ‘키아’와 ‘케레루’를 비롯해 ‘노란눈 펭귄(yellow eyed penguin, hoiho)’과 ‘알바트로스(albatross, toroa)’등 바닷새를 포함해 모두 55종에 달한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립된 뉴질랜드는 다양한 종류의 토종 조류들과 함께 외래종들도 많이 서식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환경 변화로 우리 정원을 찾아오는 새들의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추세는 ‘Landcare Research’가 2016년에 전국 각 지역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 각 주택의 정원에 날아드는 새들의 관찰 결과를 집계한 ‘The State of NZ Garden Bird’ 연구자료를 지난 6월 말에 발표하면서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2007~2016년까지 전국의 2만 8960개 정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0년 동안에 ‘실버아이(silvereye, wax-eye)’의 출현빈도가 45%나 감소해 정원에서 보기가 힘든 새가 됐다. 

 

그 뒤를 이어 ‘찌르레기(starling)’와 ‘개똥지빠귀(song thrush)’, 그리고 ‘되새(finch)’종류 중 ‘골드핀치(goldfinch)’가 출현빈도가 전보다 30% 내외 정도로 감소폭이 다소 컸다. 

 

반면 ‘제비(swallow)’와 ‘그린핀치(greenfinch)’는 출현 빈도가 두 새 종류 모두 25%가량 증가했으며 ‘투이(tui)’ 역시 이전보다 17%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방울새(bellbird)’와 ‘부채꼬리새(fantail)’, 그리고 ‘참새(house sparrow)’는 10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휘파람새 종류인 ‘그레이 와블러(grey warbler)’ 와 ‘산비둘기’는 약간 감소했다. 

 

해당 연구의 금년도 관찰기간은 지난 겨울인 6월 말에서 7월 초였는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원을 찾은 새들의 종류가 변화한 이유로,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 주변 먹을 것이 풍부해진 점과 함께 도시화로 인해 숲이 사라지고 포장된 대지들이 많아진 등등의 환경적인 영향을 꼽았다. 

 

이들은 조류는 서식지의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이며 인간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이 평소에 조류와 그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해줄 것을 희망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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