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 한번 잘못으로 폐차된 승용차

서현 0 4,781 2016.11.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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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경 남섬 북부의 작은 도시인 모투에카(Motueka)에 사는 한 노인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에 연료를 단 한차례 잘못 넣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시가 2만 5천 달러에 달하는 승용차를 아예 폐차까지 시켜야 하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대형 차량 전용의 무인주유소를 이용했던 것으로 보도된 이 노인 운전자가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13짜리 용액이 불러온 재앙>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어처구니 없다시피 할 정도로 아주 단순했다.

 

그것은 자기 차에 맞는 연료를 넣었어야 할 운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경유 트럭 등에 많이 쓰이는 이른바 ‘요소수(Diesel exhaust fluid, DEF)’ 라는 것을 연료탱크에 집어 넣는 바람에 발생했던 것.

 

당시 이 운전자기 이용한 주유소는 모투에카의 하이(High)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넬슨 페트롤륨 디스트리부션(Nelson Petroleum Distribution, NPD)사가 운영하는 이른바 ‘트럭스톱스(truckstops)’라고도 불리는 대형 차량 전용 주유소로 운전자가 스스로 주유를 해야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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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가 된 모투에카의 DEF 펌프

 

이 주유소는 금년 초 문을 연 곳인데 이곳에서 노인은 주유기(bowsers)를 이용해 자신의 2013년식 홀덴 크루즈(Holden Cruze) 승용차에 13달러어치 휘발유를 보충한 후 엔진을 켜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차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노인은 곧바로 주유소에 달려 있는 전화로 NPD 관계자와 통화했고, 그 결과 엉뚱한 물체를 자신의 차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인의 차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정비업소까지 견인되어 가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 3시간 뒤 운전자는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차 엔진은 물론 연료공급 계통 등이 모두 파손돼 차라리 폐차를 하고 새 차량을 사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을 듣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주행거리가 27,000km밖에 안 된 차의 수리비만 최소 1만 2천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나마 다행히 보험사고로 인정받아 노인의 계좌로 며칠 뒤 보험금이 입금됐으며 덕분에 노인은 현재는 다른 차량을 구입해 타고 다닐 수 있게 됐지만 주유소로부터는 단 13달러만 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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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R 장치 개요도

 

<DEF라는 물체의 정체는?>

 

노인이 당시 연료탱크에 잘못 넣은 이른바 ‘요소수(DEF)’라는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대기 환경에 유해한 배기가스 중 특히 질소산화물(NOx)를 제거하기 위해 경유(디젤) 엔진이 달린 차량들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용액을 말한다.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진과 함께 암 발병 물질로 분류됐으며, 광학 스모그와 산성비를 내리게 만드는 주범이라 오래 전부터 각국의 환경 당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아온 환경 유해 물질이다.

 

이 용액은 이른바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환원)’ 이라는 장치를 부착한 차량의 전용 저장탱크에 연료와는 따로 보관되어 있다가 배기관을 통해 분사돼 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와 반응하면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켜 없애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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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트럭에 달린 요소수 탱크

 

이는 지난 1992년부터 유럽연합이 이른바 ‘유로(EURO)’ 라고 불리는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적용하기 시작해 점차 규제를 강화해 나가던 중 지난 2013년 1월에 ‘EURO 6’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차량들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EURO 6’은 종전의 ‘EURO 5’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이 5배나 강화됐는데, 이에 따라 자동차 제작사들은 신형 엔진을 만들거나 별도의 공해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입한 것이 바로 SCR이라는 장치이다.

 

여기에 쓰이는 요소수는 흔히 비료로도 많이 쓰이는 ‘요소(Urea)’를 순수한 물에 녹여 만든 것으로, 32.5%의 요소 성분과 67.5%의 이온이 제거된 물(Deionized water)로 만들어져 있으며 무독, 무색, 무취의 수용성 물질이다.

 

유럽 지역에서는 요소수가 ‘AdBlue’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모투에카의 노인 운전자는 넣은 요소수는 ‘GoClear’라는 상품명이 펌프에 부착되어 판매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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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소수(Adblue) 부족 경고 

 

<별도로 설치된 DEF 전용 탱크>

 

이 용액은 휘발유나 경우와 같은 자동차 연료, 또는 여기에 섞어 쓰는 일반적인 연료 첨가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예 해당 차량에는 이 용액만을 담는 탱크 자체가 연료 탱크와는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연료탱크와는 주입구도 다른데, 보통은 기본 연료 주입구 옆에 달린 또 다른 주입구를 이용하게 되지만 일부 디젤 엔진이 달린 승용차나 4WD차량의 경우에는 본네트를 연 후 전용 탱크에 따로 주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는 탱크가 트렁크 밑에 설치되기도 한다.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에는 이것이 부족할 때 경고등이 뜨는데, 통상 경고등은 요소수 잔량으로 운행 가능한 거리가 2,400km 이하 정도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제 때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차량의 출력이 떨어지고 끝내는 차량 고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소수가 떨어지면 해당 차량은 시동이 안 걸린다.

 

또한 요소수를 주입할 때는 정품을 써야 하며 만약 불량품을 썼다가 가는 관으로 되어 있는 장치의 센서 등이 망가졌을 때는 그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이 이른바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인데, 이는 제대로 연소가 안 된 오염물질을 필터로 걸러낸 뒤 400~600℃ 고온으로 다시 한번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으로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거나 교체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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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룸에 장착된 요소수 탱크

 

<혼동하기 쉬운 주유장치도 문제>

 

문제는 최근 SCR 장치가 부착된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들이 국내에도 점점 늘어나면서 특히 경유 엔진을 주로 쓰는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이 많이 이용하는 트럭 전용 주유소에서는 일반적인 연료 주입기와 더불어 이 DEF 공급기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용액의 펌프에 달린 주둥이가 일반 차량의 연료 탱크 주입구에도 쉽게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인데, 당연히 공급업체 측에서는 이에 대한 경고 문구를 부착해 놓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시력이 좋지 못한 노인이나 연료에 대한 지식 등이 많지 않은 운전자들이 실수로 이를 연료로 착각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액이 연료 탱크에 들어가 기존 연료와 섞이게 되면 앞서 언급한 노인의 사례처럼 시동을 거는 순간 엔진은 물론이거니와 연료 공급 계통이 모두 망가져 해당 차량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당시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당했던 노인 운전자는 경고 문구가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NPD 측에서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는데, 비록 문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이 같은 실수를 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노인은 자신과 같은 나이 많은 운전자들은 꼭 안경을 가지고 다니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자동차협회(Automobile Association) 관계자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최근 국내에서 간간히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유회사 측이 경고 문구를 부착하고 안내 간판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그네틱 주유기(magnetic nozzles)를 설치하는 등 아예 처음부터 DEF 주입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당연히 운전자들도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이런 점이 걱정스러운 운전자들은 낯선 주유소보다는 평소 이용하는 주유소를 이용하는 게 앞서의 노인 운전자 사례처럼, 아주 작은 실수에 비해 그 대가로 ‘재앙적 수준의 손해(catastrophic damage)’를 입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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