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픈 ‘대상포진’

서현 0 8,692 2016.05.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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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질랜드 신문에 ‘shingles’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이는 이른바 ‘대상포진(帶狀疱疹)’이라는 질병을 의미하는데, 대상포진은 특히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많은 교민들에게는 무서운 통증을 유발하는 병으로 진작부터 잘 알려져 있다.

 

필자 주변에서도 고생하는 분들을 여럿 보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부쩍 언론에 더 자주 보도되는 대상포진과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 등에 대해 소개해본다.

 

<직업조차 잃게 만든 무서운 질병>

 

(사례1: 집안까지 풍비박산 난 택시기사) 

 

지난 5월 초 한국의 한 일간신문에는 대상포진으로 자기 건강은 물론 인생까지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한 택시기사의 사연이 실렸다.

 

현재 서울에 산다는 57세의 이 기사는 벌써 4년째 수십 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고통 받고 있으며, 일은커녕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는데 시작은 바로 대상포진으로부터였다.

 

조기축구도 할 만큼 건강했던 그는 10여 년 동안에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 동안 26일씩 억척스레 일하는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결국 대상포진이 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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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후 몸에 생겼던 수포(물집)는 없어졌지만 2~3주 후부터 찾아온 극심한 통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른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이라는 이 증상은 출산의 고통만큼 극심해 삶의 질 자체를 떨어트리게 된다. 

 

그 역시 심한 통증으로 일을 그만두고 10개월간 입원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식욕까지 떨어져 3개월 만에 체중이 20㎏이나 빠지고 영양실조로 병원에서 몇 차례나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신경차단술도 실시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직장도 그만 둔 상태에서 결국 3,5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까지 뺀 그는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자신은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진료비는 2009년 844억원에서 2014년 1,258억원으로 46.8% 증가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노령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2: 유명 보건 전문 변호사 일손도 놓게 만든 통증)

 

지난 2014년 2월에는 그 당시 뉴질랜드 노동당 대표였던 데이비드 컨리프(David Cunliffe) 의원의 참모직원 중 최선임이었던 웬디 브랜든(Wendy Brandon)이 자리에서 물러날 뿐만 아니라 아예 일을 손에서 놓는 일이 벌어졌다.

 

오클랜드의 유명 변호사였던 그녀는 컨리프 대표의 참모가 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임 이유는 역시 대상포진에 걸린 후 몇 주 동안 일손을 놓고 있었지만 극심한 통증이 계속돼 더 이상 일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국내 유수 법무법인의 파트너이기도 한 그녀는 노동당 정부 시절 컨리프 의원이 보건부 장관이었을 때 보건부의 법률 자문위원이었으며 의료인에 대한 기율을 심의하는 관련 위원회의 수장이기도 했다.

 

호주와 남태평양 국가들, 그리고 미국 및 러시아 등과의 보건 협력 분야에서 법률가와 자문가로도 활약했던 그녀는, 지난 2013년에는 뉴질랜드 변호사협회로부터 ‘올해의 공공부문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유명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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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으로 고통 받게 된 그녀 역시 더 이상 업무 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을 그만 두고 쉬는 것 외 대안이 없다는 의사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그녀의 사임 소식은 국내의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대상포진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두 바이러스가 원인인 대상포진>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했다고 하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사실 대상포진의 원인은 이미 우리 몸 속에 내재된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이다. 즉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몸 속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랜 기간 숨어있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발병한다.

 

특징은 우리 몸 신경 중 하나를 따라서 퍼진다는 점인데, 신경은 척추에서 좌우로 한 가닥씩 나와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걸리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수포를 동반한 피부병변이 발생하고 또한 신경 중에서도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중 주로 감각신경에 침범한다.

 

첫 증상은 몸 한쪽으로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즉 두통,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배가 아프든지, 팔 다리가 저리며 근육통 등이 나타나는데, 그러나 이 때는 수포가 없이 가렵고 아프며 근육이 아프다 보니 근육통이나 다른 내부장기 질환으로 오인해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수일 내에 물집이 나타나면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으며 물집이 나타나면 3일 이내에 고름집 모양으로 변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딱지가 생긴다.

 

<최초 발병 당시보다 더욱 무서운 합병증>

 

대상포진은 생긴 부위에 따라서 합병증이 다른데, 눈 주위 생기면 눈에 합병증이 올 수 있으며 안면부 및 귀를 침범한 경우 안면 신경마비 증상이 올 수 있고 또한 방광 부위에 발생하면 소변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전체의 5% 미만에서 운동신경을 침범할 수 있으며 운동신경 마비로 팔 다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도 무서운 합병증은 앞서의 사례에도 언급됐듯이 치료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대상포진은 주로 60세 이상이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등 전신적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가 되살아나서 발병하지만, 어릴 때 수두 예방접종을 받은 젊은 사람들도 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발병한다.

 

이 병이 면역과 관련이 깊다는 점은 면역력이 아주 강한 어린아이 시절에는 수두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치료 없이 쉽게 낫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40~60만명이 수두에 걸리지만 큰 문제 없이 치료 되는데 다만 성인인 경우 아이들보다는 입원비율이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건강보험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8~2012년까지 5년 간 매년 8.3%씩 꾸준히 환자가 증가한 가운데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많이 늘어났고, 20대 이하와 80대 이상에는 남녀가 비슷했으나 다른 연령대에서는 여성이 더 많았으며, 50대 이후에는 남녀 모두 급격히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2시간 골든 타임 놓치면 안 돼>

 

최근 다양한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약제는 없으며 따라서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치료 후 신경통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는 수포 발생 3~5일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약 한 주 정도 주사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즉 피부에 수포 발생 후 72시간 내 치료를 시작하면 바이러스 치료는 물론 끔찍한 통증 및 합병증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만약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물집과 함께 통증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의사들은 특히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 타임을 절대로 놓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환자와 접촉으로 전염되지는 않는데 그러나 이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혹은 어린이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에게는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격리하는 것이 좋다. 이 질환이 한 번 발생하였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다시 생길 수도 있지만 그 재발률은 매우 낮아서 0.1~1% 정도에 불과하다.

 

<예방백신 접종 권장하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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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MSD에서 나온 ‘조스타박스(Zostavax)’라는 백신이 개발돼 있다. 이는 죽은 바이러스를 피하주사로 맞는 방식인데 맞는 사람이나 그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백신 예방비율은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뿐 아니라 발병 시에 신경통을 포함한 후유증 발생도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하다고 하는데, 문제는 가격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독점공급인 탓에 평균 15만 원 이상 비용이 들며 뉴질랜드에서도 GP를 통해 접종이 가능하지만 비용이 200 달러 정도이다.

 

한편 지난 4월에 한국에서는, SK케미컬이 이르면 임상3상을 완료하고 이번 5월이나 6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상포진백신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허가기간이 통상 6개월 걸리는 만큼 빠르면 올 하반기에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생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신제품의 예방률이 조스타박스에 비해 더 높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신제품으로 인해 접종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데 현재 조스타박스는 한국에서만 연간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뉴질랜드의 예방의학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스튜어트 라이드(Stewart Reid) 박사는, 현재 뉴질랜드국민 중 45~85세 연령대 사람들이 몸에 지닌 수두 바이러스가 대상포진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최대 40%나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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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12년 안에 전 인구의 1/5이 65세 인구가 되고 2061년에는 이 비율이 1/4까지 치솟는다면서, 인구 고령화로 늦은 나이까지 일터에 남게 되는 이들이 많아지는데 대상포진과 그 후유증은 이들에게 일은커녕 삶의 질까지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노인병 전문가인 마리 토드(Maree Todd) 박사도, 60대 이전에는 대상포진 발병이 비교적 드물지만 80대가 넘으면 이들 중 최대 절반 가까운 이들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고통을 받게 된다면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함께 평소 운동과 영양섭취, 스트레스 감소 등으로 면역력을 키워놓을 것을 강조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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