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시안적인 키위세이버 정책

정부의 근시안적인 키위세이버 정책

0 개 7,024 JJW
kiwisaver.jpg

오는 7월이면 키위세이버(KiwiSaver)가 시행된지 8주년을 맞는다. 뉴질랜드 국민의 저조한 가계 저축을 높여 노후에 대비하고 가계 부문의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키위세이버는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키위세이버는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규정이 수시로 변경되어 왔다. 지난 2007년 키위세이버를 실시한 노동당 정부하에서는 대체로 가입자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이 바뀌었고, 국민당 정부하에서는 그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가입장려금 1,000달러 즉시 폐지 
키위세이버 가입자에 혜택을 많이 준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그만큼 많이 들어 간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그 반대는 국민 세금을 절감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당 정부하에서는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키위세이버 규정이 대폭 변경됐다. (키위세이버 주요 변경 참조)

이 두 차례의 개정은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노동당이 총선에 승리했다면 변경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키위세이버 가입장려금 1,000달러의 즉각적인 폐지는 선거 공약에도 없었던 것으로 몇 년 전부터 장담했던 올해 예산 흑자 달성에 실패한 국민당 정부가 다음 총선 전까지 흑자를 이뤄 놓기 위해 돈 짜내기에 급급한 근시안적인 변경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재무장관은 지난달 21일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새로 키위세이버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던 1,000달러를 즉각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잉글리시 장관은 “키위세이버 가입장려금은 그 역할을 다했다”면서 “지금까지 가입장려금으로 25억달러가 지출되어 250만명이 가입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고 현 단계에서 신규 가입 예상 수는 70만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올해 키위세이버 가입자 세금 지원과 가입장려금 지급에 8억5,000만달러를 지출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는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가입장려금 폐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키위세이버 가입장려금을 폐지함으로써 향후 4년간 5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며, 절감된 예산은 공공 서비스 부문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키위세이버 가입자 세금 지원에 7억500만달러를 지원하고 노령연금(Superannuation)에 123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키위세이버 신규 가입 매력 잃어 
잉글리시 장관은 “가입장려금이 폐지되었어도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 자동 가입, 3%의 고용주 분담, 연간 최대 521달러의 정부 지원 등으로 키위세이버는 아직 가입할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존 키(John Key) 총리도 “가입장려금 폐지가 IRD의 권고이기도 했다”면서 “키위세이버는 이제 직장에서 기틀을 잡았고 매달 1만5,000-2만명이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장려금 폐지가 가입자 수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 총리는 고용인이 급여의 최소 3%를 납입하고, 고용주도 최소 3%를 기여하며, 정부도 연간 최대 521달러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보통 근로연수 45년을 계산하면 1,000달러는 무시할만한 작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측의 주장과 달리 야당 및 키위세이버에 가입하려 했던 사람들은 키위세이버를 장려할 입장에 있는 정부가 지난해 총선 이후 첫 번째 예산에서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발표와 동시에 가입장려금을 폐지한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하고 비난했다.

녹색당의 메티리아 투레이(Metiria Turei) 공동대표는 “뉴질랜드인의 부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두 배나 높은 실정에서 가입장려금을 폐지하는 것은 저축을 통한 부 축적 동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한 정부가 최소한 2-3일의 고지기간을 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키위세이버 가입을 미뤄 왔던 사람들의 실망도 크다.

해밀턴에 사는 제이미 스트레인지(Jamie Strange)는 “정부가 키위세이버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가입시킬 생각이 있었다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었어야 옳았다”며 “장기 계획은 없이 당장의 지출 절감만 쫓는 근시안적 정책의 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키위세이버 가입장려금 폐지로 신규로 키위세이버에 가입하는 매력이 크게 사라졌다.

특히 18세 미만 가입자는 연간 최고 521달러까지 지급하는 정부 세금 지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키위세이버의 경우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해도 65세 이전에는 기본적으로 인출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

키위세이버 깡통계좌 속출 우려
가입장려금 폐지로 키위세이버 사업자들이 신규 계좌에 대해 최저 가입금이나 최저 납입금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1,000달러의 가입장려금은 계좌 수수료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키위세이버 투자 펀드가 손실이 났을 경우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가입장려금이 폐지됨으로써 18세 미만 가입자나 수입이 적은 자영업 가입자 등이 가입은 해놓고 납입을 별로 하지 않아 잔고가 낮은 계좌들은 키위세이버 사업자의 입장에선 자칫 수수료도 건질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하게 된 것이다.

키위세이버 사업자들은 30-40달러의 연간 수수료에 보통 계좌 잔고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관리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키위세이버와 비슷한 투자상품인 관리 펀드의 경우, 구좌 개설시 최소 2,000달러나 매달 최소 100달러 납입이 필수적이다.

AMP의 테레스 싱글턴(Therese Singleton) 총무부장은 “수수료를 징수하기에도 충분치 않은 잔고를 가지고 있는 계좌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부분의 키위세이버 사업자들이 최저 납입제를 도입하거나 징수할 수 없는 수수료를 자체 흡수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SB의 조나단 빌(Jonathan Beale) 자산관리 수석은 “ASB는 잔액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계좌에 대한 수수료 부과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가입장려금이 폐지된 마당에서 어린이가 키위세이버에 가입하는 건 정기적으로 납입하지 않는 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키위뱅크의 베키 포프(Bekki Pope) 키위세이버 담당자는 “최저 납입제를 결정한다고 해도 규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키위세이버 주요 변경
노동당 정부
2005년 5월: 마이클 쿨렌(Michael Cullen) 재무장관 키위세이버 계획 발표. 키위세이버 가입자 총소득의 4% 또는 8% 납입. 신규 고용인은 자동 편입되지만 일정 기간내 탈퇴 가능. 고용주 기여액 자율. 가입장려금 1,000달러 지원. 생애 첫 집 보조금 최대 5,000달러 지원. 연간 구좌 수수료 40달러 지원.

2006년 8월: 고용주 기여액 최대 4%까지 면세.

2007년 5월: 순차적 의무 고용주 기여 1%(2008년 4월) 2%(2009년) 3%(2010년) 4%(2011년 4월). 가입자 세금 지원(Member’s Tax Credit, MTC) 연간 최고 1,042달러 지급. 고용주 세금 지원 주당 최고 20달러 지급.

국민당 정부
2008년 12월: 2009년 4월부터 연간 구좌 수수료 40달러 지원 폐지. 최소 고용인 납입액 4%에서 2%로 인하. 고용주의 최소 의무 기여액 2%로 제한. 고용주 면세 기여액을 고용인 급여의 4%에서 2%로 인하. 고용주 세금 지원 주당 최고 20달러 폐지.

2011년 5월: 2011년 7월부터 MTC 50% 삭감. 2012년 4월부터 2% 고용주 기여액 면세 폐지. 2013년 4월부터 최저 가입자 기여액 및 최저 고용주 기여액을 각각 2%에서 3%로 인상.

2015년 5월: 신규 가입자에 대한 가입장려금 1,000달러 즉시 폐지. 존 키 총리 연간 최고 521달러 MTC는 변경 없을 것이라고 언급.

공화국 전환, 이번에도 물 건너 가나

댓글 0 | 조회 3,344 | 2022.10.11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이후 기존 영국 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공화국으로의 전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국왕을 국가 수반으로 하고 있는 영국 연방… 더보기

일상 되찾았다지만... 허무한 한 청년의 죽음

댓글 0 | 조회 5,865 | 2022.09.28
9월 12일(월) 자정부터 뉴질랜드에서 ‘코비드19 경보 신호등 시스템(traffic light system)’이 폐지돼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각종… 더보기

점점 살기 나빠지는 오클랜드

댓글 0 | 조회 10,181 | 2022.09.28
날로 늘어나는 강력 범죄, 매일 도로 작업이 벌어지지만 나아지지 않는 교통 상황, 끝없는 공사로 문닫는 상점들과 활기 잃은 CBD.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 더보기

NZ “기후변화 속 도로망 관리에 비상”

댓글 0 | 조회 2,403 | 2022.09.14
뉴질랜드 전국은 9만 4000여 km에 달하는 도로로 연결됐으며 그중 국도 길이는 10%가 조금 넘고 나머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도로이다.최근 홍수를… 더보기

복지국가 뉴질랜드의 빈곤에 관한 부끄러운 민낯

댓글 0 | 조회 8,566 | 2022.09.13
뉴질랜드는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 선진국에서 국민은 적어도 먹고 주거하는 기본적인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야 하지만 뉴질랜드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보기

이민자가 살기 힘든 나라

댓글 0 | 조회 11,346 | 2022.08.24
뉴질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 대상국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가 ‘외국인이 살기 나쁜 나라’ 2위에 올랐… 더보기

물린 게 잘못, 아니면 개 주인의 책임?

댓글 0 | 조회 3,822 | 2022.08.23
뉴질랜드인은 총인구와 맞먹는 460만 마리의 각종 반려동물을 키우며 그중 개체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물고기를 제외하면 고양이가 110만 마리로 으뜸인 가운데 20… 더보기

물가 비상! 가정도 국가도 전전긍긍

댓글 0 | 조회 6,021 | 2022.08.10
물가상승률이 32년 만에 최고로 치솟아 국민 살림살이가 한층 빡빡해진 것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 나아가 지방정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에도 한마디로 비상이 걸렸다.현재… 더보기

마비 직전의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4,466 | 2022.08.09
뉴질랜드가 심각한 의료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 의료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겨울철 질환,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고 … 더보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벅찬 내 집 마련의 현실

댓글 0 | 조회 8,569 | 2022.07.27
뉴질랜드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간에 생애 첫 집 구입이 어느 쪽이 더 어려웠는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세계 제2차 대전 이… 더보기

펄펄 끓는 지구, 사라지는 NZ 빙하

댓글 0 | 조회 5,301 | 2022.07.26
지구가 펄펄 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여름을 맞아 북반구가 유럽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올랐다.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연이은 대형 산불로 주민이 대피하고… 더보기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연어 양식장

댓글 0 | 조회 5,429 | 2022.07.13
지난여름 유례없이 뉴질랜드 주변 바다의 수온이 치솟으면서 말버러의 연어 양식장에서는 1200톤이 넘는 연어가 떼죽음을 당했고 양식장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배경에는… 더보기

501조 추방자들

댓글 0 | 조회 5,781 | 2022.07.12
요즘 강력 범죄가 늘면서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호주에서 강제 추방된 뉴질랜드 국적 범죄자들이 거론된다. 호주 이민법 501조에 따라 추방됐기 때문에 흔히 ‘50… 더보기

사상 최저의 실업률에도 불안정한 고용에 힘든 사람들

댓글 0 | 조회 5,629 | 2022.06.29
뉴질랜드의 공식 실업률은 3.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용시장이 구직자 우위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이직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조언한… 더보기

2043년, 오클랜드 최대 인종은 ‘아시안’

댓글 0 | 조회 6,636 | 2022.06.28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3월 4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던 뉴질랜드 인구는 16년 뒤인 2019년 9월에 다시 506만 명에 도달한 후 올 3월 기준… 더보기

울타리로 ‘Mt. Cook’을 지킨다

댓글 0 | 조회 2,529 | 2022.06.15
6월 초 국내 언론에는 ‘아오라키/마운트 쿡(Aoraki/Mt Cook)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총길이가 55km에 달하는 울타리(fence) 건설이 논의 중이… 더보기

마이너스 수익의 키위세이버 속출

댓글 0 | 조회 6,152 | 2022.06.14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대부분의 키위세이버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키위세이버 가입자들은 지난 2009년 세계금융위… 더보기

천정부지 물가, 고통받는 가계

댓글 0 | 조회 6,963 | 2022.05.25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으로 많은 가정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저소득층에겐 기본적인 생활도 벅찬 현실이다. 물가 급등세는 앞… 더보기

스치듯 바다 위 나는 ‘Seaglider’

댓글 0 | 조회 2,727 | 2022.05.24
최근 뉴질랜드 기업인 ‘오션 플라이어(Regent)’는 ‘시글라이더(seaglider)’라는 생소한 이름의 운송 수단을 도입해 2025년부터 운행에 나선다고 발표… 더보기

국경 개방 후 이민정책

댓글 0 | 조회 8,037 | 2022.05.11
코로나19 규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그 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이민이 다시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닫혔던 국경이 점차 열리면서 지금까지 해외로 나… 더보기

집값 폭등이 부추긴 이혼 , 하지만 건수는…

댓글 0 | 조회 6,623 | 2022.05.10
2년이 넘게 지구촌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팬데믹이 일상은 물론 인생 중대사인 결혼과 이혼에 대한 뉴질랜드의 풍속도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팬데믹이 시작… 더보기

집값 급등 우려가 집값 급락 공포로

댓글 0 | 조회 10,543 | 2022.04.28
팬데믹 이후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상대적 소외감과 두려움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기… 더보기

금값 오르자 몰려드는 황금 사냥꾼들

댓글 0 | 조회 4,495 | 2022.04.28
귀중한 금속인 금을 숭상했던 인간은 오래전부터 금맥을 찾아다녔고 1800년대 들어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른바 ‘골드 러시(Gold Rush)’가 벌어져… 더보기

뉴질랜드에도 고용보험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3,936 | 2022.04.13
한국에는 있고 뉴질랜드에는 없는 제도 가운데 하나가 고용보험이다.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에 생활안정을 위하여 일정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하는 실업급여사업과… 더보기

올화이츠 “꿈은 다시 이뤄진다”

댓글 0 | 조회 2,918 | 2022.04.12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19 팬데믹 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연일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그런 중에도 올 11월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