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통령’ 꿈꾸는 헬렌 클락

서현 0 4,957 2015.01.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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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몇몇 언론들은 새해 들어서자마자 헬렌 클락 전 뉴질랜드 총리가, 이른바 ‘세계의 대통령’ 또는 ‘세계의 CEO’라고 불리는 ‘국제연합(United Nation, UN)’의 새로운 ‘사무총장(Secretary of General)’에 오르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유엔은 반기문 현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말 이전에 임기 5년의 새로운 총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이 자리를 놓고 몇몇 인물들의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중 가장 확실한 후보 중 하나로 클락 전 총리가 떠오르고 있으며 본인도 이 자리에 흥미를 나타냈다는 내용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이며 또한 어떻게 선발되고, 나아가 클락 전 총리가 선임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등 관련된 궁금한 점들을 알아본다.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로망, 유엔 사무총장>
최근 한국 내에서도 청소년들 간에 외교관이 되거나 나중에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이곳 뉴질랜드의 교민자녀들 중에서도 이 같은 꿈을 키워가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1980년대 이후 한국 국력이 크게 신장하고 산업과 교통의 발달, 그리고 무역의 증가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지구촌이 이전의 그 어떤 시대보다 외교와 국제관계가 중요시되는 시대로 변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는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들에게 던진‘세계화’라는 화두가 국민들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영어 교육의 열풍이 불었던 시대적인 상황도 아이들의 꿈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일찍부터 외국에 나와 다양한 민족의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성장해온 교민자녀들은, 국제공용어인 영어에도 능통한 데다가 국내 학생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게 돼 이런 꿈을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이들이 진출을 원하는 국제기구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유엔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다. 지구촌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기관인 유엔은 수 많은 국제기구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표면상으로는 유엔과 전혀 관계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이는 각종 국제기구들도 실상은 유엔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 거대기구를 움직이는 유엔 사무국의 정점에 있는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데, 이는 사무총장이 가진 정치적 기능을 강조한 다소 확대 해석된 용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사무총장 역할의 중요성과 그 위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유엔사무총장(事務總長, Secretary of General)

국제연합 사무국의 행정수반으로 내부적으로는 유엔 사무국의 수석행정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임기 5년의 유엔사무총장은 흔히 ‘최고위 외교관’, ‘세계의 CEO’로 불린다. 유엔의 실질적 수장으로,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을 관리하면서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을 맡는다. 업무수행 시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도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1만 6000여 유엔 직원의 인사권 및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유엔 총회를 비롯해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자격으로 참여한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원수나 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에 의해 총회가 임명하는데, 안전보장이사회의 5대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국가 출신으로 선임하는 것과 아시아ㆍ유럽ㆍ미주ㆍ아프리카의 대륙별 순환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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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선택에 따라 좌우되는 총장 자리>
유엔은 이전에 이미 한 차례 등장했던 국제기구인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별다른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지구촌을 세계 제 1차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의 장으로 몰고 갔던데 대한 반성을 기초로 1945년 10월 24일에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유엔헌장을 통해 회원국들이 타국에 대해 무력으로 개입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1950년 6월에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미국을 주축으로 유엔군이 편성돼 북한 및 중국 공산군과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을 치른 역사도 갖고 있다.

당시 유엔의 가장 중요한 산하기관인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이하 안보리)가 열려 북한의 남침을 논의하는 자리에 소련 대표가 불참해 ‘거부권(veto)’이 행사되지 않음으로써 유엔군의 파병이 가능하게 됐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보리 회의에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대표가 참가하는데 이 자리에는 사무총장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유엔헌장 99조의 “사무총장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협한다고 자신이 인정하는 어떠한 사항에도 안전보장이사회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가능한 것으로, 역대 사무총장 중 일부는 총장이 국제적 문제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한 이 특수한 조항을 이용해 국제분쟁과 같은 정치적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권한이 큰 만큼 세계의 강대국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다른 이사국에서 총장이 나오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어 반기문 총장까지 8명의 역대 사무총장은 최소한 그 당시에 중립국가로 인정받은 나라였거나 비교적 국력이 작은 나라들 출신으로 선임돼 왔다. 

또한 초대 트리브그 리 총장이 노르웨이 출신이었고 2대인 다그 함마르셸드 총장이 스웨덴 출신인 것을 제외하고 3대인 우 탄트 총장(버마)부터는 각 대륙 별로 돌아가면서 안배해, 우탄트 총장 이후에는 유럽(4대, 쿠르트 발트하임, 오스트리아)과 남미(5대,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페루), 아랍(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이집트), 아프리카(7대, 코피 아난, 가나), 그리고 아시아의 반기문 총장(8대, 한국)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따라 다음 총장은 다시 유럽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임기가 5년인 총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선되는 게 관례로 현임 반기문 총장까지 8명의 역대 총장 중 2명을 제외하고 6명이 재선됐는데, 그러나 강대국, 특히 상임이사국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거부권’으로 인해 단임으로 끝난 경우도 있다.

2007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됐던 반 총장은 2011년 재선에 성공해 오는 2016년 말까지 총장으로 근무하는데, 이에 따라 새 사무총장은 2016년 9월에 열리는 유엔총회(UN general assembly) 에서 선출하게 되며 임기는 일단 오는 2021년까지이다.

그러나 선출 형식은 비록 그렇지만 총회 이전에 안보리에서 후보를 선정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추천하도록 되어 있으며, 강대국들 간에 이미 막후에서 조정된 인물이 총회에서 투표 없이 ‘박수(by acclamation)’로 선출됐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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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은?>
이처럼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항상 강대국들 간의 국제적 역학관계가 크게 작용하는 데다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갖다 보니 선출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될지는 실제로 장담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현재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뚜렷한 인물이 없는 데다가 클락 전 총리가 이미 한 국가의 총리 자리를 무난하게 수행했으며,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유엔 산하에서도 비중이 큰 ‘유엔개발계획(UNDP)’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와 사회개발을 원조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기술원조기관으로 유엔의 개발활동을 총괄 조정하는데, 유엔인구기금, 봉사단, 과학기술기금, 여성개발기금 등 그야말로 돈줄을 관리하는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166개국에 사무소가 있다. 이런 이유로 클락 전 총리는 작년 10월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국제적인 인지도도 역시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8명의 역대 총장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 역시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된 21세기 지구촌 현실에서 클락 전 총리에게는 또 하나의 큰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클락 전 총리의 잠재적 경쟁자로 한 때 외교가에서 거론됐던 2명의 여성 지도자가 차기 총장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됐다는 사실도 고무적인데, 그 2명의 여성 지도자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으로 이들은 모두 본국 선거에서 최근에 재선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대통령을 역임한 후 재선에 나설 수 없다는 헌법에 따라 임기를 마친 후 유엔의 여성기구 대표로 활동하던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은 작년 3월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 2018년까지 재임하게 됐다.

한편 2015~16년 2년간 뉴질랜드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사실도 고무적인데 당시 뉴질랜드의 안보리 진출에는 클락 전 총리의 협조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존 키 총리는 만약 클락 전 총리가 총장 후보로 나설 경우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뉴질랜드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클락 전 총리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일부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는 국제관계에서 클락 전 총리가 후보가 되려면 넘어야 될 산도 만만치 않으며 그 중 중요한 것은 우선 동유럽 국가들의 동향이다. 

그것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서유럽과 기타 그룹(Western Europe and Others group)’으로 나뉘는 유엔에서 뉴질랜드는 서유럽과 기타 그룹에 속하는데 여기에는 동유럽도 속하는 만큼 이들 나라들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동유럽 쪽에서 단일후보가 등장한다면 상황이 많이 복잡해지는데 현재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상당히 복잡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어 단일 후보가 등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점 역시 클락 전 총리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이때에는 지역 맹주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의 태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작년 12월 31일 영국의 ‘더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클락 전 총리를 소개했는데, 이에 대한 뉴질랜드 국내 언론들은 평론가들의 분석 기사를 통해 이를 환영하면서도 아직은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뚜껑은 열어보아야 한다는 신중한 모습들이었으며 클락 전 총리 역시 가까운 시일에 출마 의지를 밝히지는 않고 물밑 작업만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클락 전 총리가 난관을 뚫고 2017년에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한국 교민들은 고국 출신의 반기문 총장에 이어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전 총리가 그 후임이 되는 좀처럼 보기 드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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