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 과연 누가 이길까?”

서현 0 4,170 2014.01.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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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셰퍼드 소속 봅 바커 호의 모습     

남빙양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고래잡이 시즌도 본격 도래하자 환경보호그룹인 ‘시 셰퍼드(Sea Shepherd)’와 일본 포경선단 사이에 또 한차례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뉴질랜드는 이들이 전쟁을 벌이는 남극해가 가까운 데다가 환경보호 운동 역시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강하다 보니, 매년 여름이면 이들의 전쟁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릴 뿐만 아니라 이 싸움에 뉴질랜드 시민이 직접 관련된 경우도 많아 국가적 논란거리로 떠오른 경우도 많다.

<Sea Shepherd, “올해는 끝장을 보겠다.”>
이 같은 양측의 충돌은 매년 계속된 연례행사인데, 지난 10년 동안 캠페인을 벌여온 시 셰퍼드가 올해는 특히 가차없이 작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담아 작전명을 아예 ‘Operation Relentless’로 정한 데다가 실제로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충돌이 어느 때보다도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월 7일에 일본 포경선인 ‘니신마루(Nisshin Maru)’가 남극해에 출현한 가운데 3마리의 포획된 밍크고래가 갑판에 뉘어져 있는 사진이 시 셰퍼드 측의 감시 헬리콥터에 의해 촬영돼 전 세계 언론에 뿌려지는 등 양측의 신경전은 시작된 상황이다.

더욱이 금년도 해상 상태가 고래가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돼 이미 새끼를 낳은 어미 고래들이 새끼를 데리고 남극으로 이동했으며, 이를 노리고 나선 일본 포경선단은 이번 시즌의 기상조건까지 알맞을 것으로 예상돼 1천여 마리를 잡겠다는 부푼 희망을 가지고 포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 충돌은 지난 2011년에는 시 셰퍼드 측의 쾌속선인 ‘에디 길’을 일본 포경선단의 호위선이 들이받아 침몰시키면서 더욱 가열됐는데, 작년 시즌에도 시 세퍼드 측의 봅 바커 호가 포경선이 포획한 고래를 잡아 당겨 끌어올리는 통로인 ‘Slipway’를 막아서다 충돌하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포경시즌에는 이 같은 시 셰퍼드 측의 공격적 활동에 힘 입어 일본은 당초 목표로 했던 900마리에 훨씬 못 미치는 267마리만 잡은 채 시즌을 끝마쳤는데, 이 같은 성과에 시 셰퍼드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크게 고무됐으며 특히 시 세퍼드는 지난 10년 간 전쟁을 이 참에 마무리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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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골 문양의 ‘시 셰퍼드’ 깃발  
                                                             
<해적보다 무서운 해양생물 보호단체 ‘Sea Shepherd’>
해양생물 보호단체인 ‘시 셰퍼드’의 상징 깃발은 고래 두 마리가 그려진 해골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얼핏 보면 옛날 오래 전 카리브해를 무대로 활동하던 해적들을 연상시킨다.

이 단체는 그린 피스에서 활동하던 폴 왓슨(Paul Watson)이 1977년 창설했는데 협상과 시위 등을 주 행동수단으로 하던 그린피스의 소극적 행동에 반기를 들고 나선 만큼, 이들은 때로는 에코 테러리스트라고 불릴 만큼 물불을 가리지 않은 극렬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또 작년 11월에는,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인근에서 지난 2010년에 23마리의 물개를 죽였던 범인들을 잡는데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에게 11,500 달러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도 있다.

이들은 다른 환경단체와는 달리 바다로 직접 배를 타고 나가 포경선에 화살을 쏘거나 썩은 버터 등을 투척하며 프로펠러에 로프를 감고 또 때로는 충돌까지 불사해 포경선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며 일부에서는 환경보호를 빙자한 해적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방해작업이 여의치 않으면 포경선에 기어올라가기도 하는데 실제로 지난 2010년 2월에는 뉴질랜드 국적의 피터 베순이 일본 포경선인 쇼난마루 2호에 올라갔다가 일본에까지 끌려가 4개월 구금된 뒤 그 해 7월 집행유예를 받고 추방되는 형식으로 돌아온 적도 있는데, 당시에도 그를 놓고 양국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시 셰퍼드는 고래뿐만 아니라 바다사자나 돌고래, 나아가서는 갈라파고스 군도나 산호초 보호활동도 벌이고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통상 보호활동에 직접 나서는 활동가들은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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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물을 투척하고 있는 시 셰퍼드 활동가들

<국제사법재판소로 옮겨간 고래 전쟁> 
지난 18, 19세기에 뉴질랜드를 찾은 많은 서양인들이 고래를 찾아 왔던 선원들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뉴질랜드 인들에게도 고래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데,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는 비교적 이른 지난 1978년에 해양동물 보호법을 통과시켜 포경을 금지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는 1986년에 상업적 고래잡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했으며, 당시 뉴질랜드는 적극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이웃 호주는 2010년에 일본의 포경행위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으며 뉴질랜드 정부도 같은 해 말 이에 동조해 작년 6월에 청문이 본격 시작됐는데, 양국 정부는 일본이 1986년부터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 무려 1만 마리 이상의 막대한 숫자의 고래를 잡아온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 규정 안에서 고래를 잡아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현재 3개 당사국은 사법재판소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이에 동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결론은 오는 3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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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세퍼드 선박과 일본 포경선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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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만 마루와 충돌해 파손된 ‘에디 길’호

<고래고기는 일본인들의 햄버거> 
이처럼 환경보호 단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이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이 포경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고래를 식용으로 사용해 온 식습관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포경협회 웹사이트에서는, ‘일본(인)에게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호주인에게 미트 파이를, 미국인에게는 햄버거를, 그리고 영국인에게는 피쉬 앤 칩스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과학연구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 중 일부만 과학용으로 사용할 뿐 나머지 대부분은 시장에서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되는데, 이 같은 일본의 고래고기 식용문화는 오래 전인 에도 시대(1603-1867)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내전으로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일본 서부지방에서 주민들이 고래고기를 식용하기 시작한 이후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극도의 식량부족으로 신음하던 일본을 위해 한때 더글러스 맥아더는 일본인들에게 고래잡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래는 일본인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한때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에게까지 등장하는 등 중요한 먹거리로 발전했다. 

그러나 현재는 풍족한 삶을 경험한 세대들이 늘어난 데다가 이들의 입맛이 달라지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고래고기는 환영 받지 못하고 어쩌다 건강식품이라는 미명 아래 맛보는 호기심 있는 기호식품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있는 세대에서는 향수가 어린 식품으로 고래고기는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연간 1인당 고래고기 소비량은 23.7g에 불과해 고래고기가 전 국민이 애호하는 식품은 결코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포경을 적극 지지하는 일본인들 역시 나이 많은 세대에 국한되고 있다.

반면 서양에서는 고래를 단순한 생선과 같은 일반적 어류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가, 이들은 이미 지난 1986년에 국제조약에 의해 상업적 포경이 금지됐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용이라는 미명 아래 고래잡이가 성행하고 있다고 일본을 성토하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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