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누웰레 소녀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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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누웰레 소녀 5편

0 개 935 송영림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 

 

태초의 어머니인 야자나무와 아버지 아메타를 통해 하이누웰레가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특히 ‘검은’ 또는 ‘어두운 밤’이라는 이름의 아메타가 코코넛이나 야자나무 그리고 하이누웰레로 인해 결핍을 해소하게 된 것은 자연의 음과 양, 그 조화로움을 뜻하는 것 같다. 또 아메타는 자연과 접속할 수 있는 신성성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하이누웰레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고, 그래서 하이누웰레 역시 자연과 모성의 신성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증거들로 하이누웰레의 배설물과 훼손된 사체가 구근이 되는 화소들을 들 수 있다. 

 

이야기에서 구리로 된 시리통이나 금귀고리, 징, 파랑과 같은 중국도자기가 소녀의 배설물이라는 점이 퍽 흥미로운데 이는 하이누웰레의 창조성, 생산능력, 예술적 재능 등을 말하며 특히 중국도자기는 이국적인 문명이나 문화 유입의 상징과 더불어 포용력과 열린 마음 등을 뜻하는 것 같다. 또 그것은 화수분처럼 계속 생성되고 아낌없이 베풀며 나누어 주는 자연이나 농경문화, 여성의 생산성과도 닮아 있다. 

 

파톨라 사롱에서 왕뱀의 뜻을 가진 파톨라는 남성성을, 랩치마나 보자기의 의미를 가진 사롱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합해져 아이를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상징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아이가 태어나면 야자나무 위의 코코넛을 파톨라 사롱으로 감싸 가져오는 관습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이누웰레가 야자꽃이라는 식물에서 태어나고, 죽어 구근식물이 된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의미한다. 소녀의 몸에서 생겨난 구근작물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결국 죽음과 탄생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하이누웰레의 죽음과 희생은 두 가지의 대비되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하나는 남자들의 폭력과 살해라는 벌 받아 마땅한 죄, 그리고 하나는 소녀의 죽음과 희생을 통한 인간 생명의 존속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동하고 있는 아기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생겨났고 어머니의 피와 살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최종적으로 어머니의 살을 찢고 밖으로 나온다. 어머니들은 출산 이후에도 계속되는 신체적ㆍ정신적 희생과 고통 속에서 자신조차 돌보지 않고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기를 지켜낸다. 

 

남성들의 폭력과 살해는 사실 요즘 세상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며 인터넷을 떠도는 엽기적인 범죄나 집단폭행과 같은 사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구근작물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대지를 뚫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에서 시기심을 갖고 살해를 저지른 대가는 모든 것의 재분화와 재구성이다. 그들은 이제 영원하고 안락한 삶을 죽음과 고통에게 나눠주어야 하고, 여러 씨족으로 나뉘어 더 이상의 공동체 생활이나 공동재산을 형성할 수 없게 되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일부는 짐승이나 정령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령은 죽은 혼이나 귀신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죄를 저지른 그들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하이누웰레가 죽음과 희생을 통해 생산한 구근작물인데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불효막심한 아들을 위해 자신의 먹을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더 나아가 죄 지은 자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처럼 거룩하고 위대하다. 

 

미국의 인디언 옛이야기인 ‘옥수수 어머니’ 역시 하이누웰레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며 포용적이고 한없이 생산하고 베푸는 자연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하이누웰레 소녀’와 다른 점은 외부 인물이 아닌 가족이 어머니를 해친다는 점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이 원해서 행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신의 희생을 통해 모두가 영원히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존재의 지속과 생명 유지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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