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딸린 방 한 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0 개 2,617 오클랜드문학회
                                                 김중식

밤늦게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 
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을 하는 어머니의 육체와 
동시 상영관 두 군데를 죽치고 돌아온 내 피로의 
끝을 보게 된다 돈 한푼 없어 대낮에 귀가할 때면 
큰 길이 뚫려 있어도 사방이 막다른 골목이다 

옐로우 하우스 33호 붉은 벽돌 건물이 바로 집 앞인데 
거기보다도 우리집이 더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로 들어가는 사내들보다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사내들이 
더 허기져 보이고 거기에 진열된 여자들보다 우리집의 
여자들이 더 지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머니 대신 내가 영계백숙 음식 배달을 나갔을 때 
나 보고는 나보다도 수줍음 타는 아가씨는 명순氏 
紅燈 유리房 속에 한복 입고 앉은 모습은 마네킹같고 
불란서 인형 같아서 내 색시 해도 괜찮겠다 싶더니만 
반바지 입고 소풍 갈 때 보니까 이건 순 어린애에다 
쌍꺼풀 수술 자국이 터진 만두 같은 명순氏가 지저귀며 
유곽 골목을 나서는 발걸음을 보면 밖에 나가서 연애할 때 
우린 食堂에 딸린 房 한 칸에 사는 가난뱅이라고 
경쾌하게 말 못 하는 내가 더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강원연탄 노조원들이다 
내가 말을 걸어본 지 몇 년째 되는 우리 아버지에게 
아버님이라 부르고 용돈 탈 때만 말을 거는 어머니에게 
어머님이라 부르는 놈들은 나보다도 우리 가정에 대해 
가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 하루는 놈들이, 일부러 
날 보고는 뒤돌아서서 내게 들리는 목소리로, 일부러 
대학씩이나 나온 녀석이 놀구 먹구 있다고, 기생충 
버러지 같은 놈이라고 상처를 준 적이 있는, 잔인한 놈들 
지네들 공장에서 날아오는 연탄 가루 때문에 우리집 빨래가 
햇빛 한번 못 쬐고 방구석 선풍기 바람에 말려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내심 투덜거렸지만 할 말은 
어떤 식으로든 다 하고 싸울 일은 투쟁해서 쟁취하는 
그들에 비하면 그저 세상에 주눅들어 굽은 어깨 
세상에 대한 욕을 독백으로 처리하는 내가 더 끝 
절정은 아니고 없는 敵을 만들어 槍을 들고 달겨들어야만 
긴장이 유지되는 내가 더 고단한 삶의 끝에 있다는 생각
 
집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쓰레기 하치장이어서 여자를 
만나고 귀가하는 날이면 그 길이 여동생들의 연애를 
얼마나 짜증나게 했는지, 집을 바래다주겠다는 연인의 
호의를 어떻게 거절했는지, 그래서 그 친구와 어떻게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눈물을 꾹 참으며 
아버지와 오빠의 등뒤에서 스타킹을 걷어올려야하고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여동생들을 
생각하게 된다 보름 전쯤 식구들 가슴 위로 쥐가 돌아다녔고 
모두 깨어 밤새도록 장롱을 들어내고 벽지를 찢어발기며 
쥐를 잡을 때 밖에 나가서 울고 들어온 막내의 울분에 대해 
울음으로써 세상을 견뎌내고야 마는 여자들의 인내에 대해 
단칸방에 살면서 근친상간 한번 없는 安東金哥의 저력에 대해 
아침녘 밥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제각기 직장으로 
公園으로 술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탈출의 나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 혹 知人이라도 방문해 있으면 
난 막다른 골목 담을 넘어 넘고넘어 멀리까지 귀양 떠난다  

큰 도로로 나가면 철로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기차가 
있다 가끔씩 그 철로의 끝에서 다른 끝까지 처연하게 
걸어 다니는데 철로의 양끝은 흙 속에서 묻혀 있다 길의 
무덤을 나는 사랑한다 항구에서 창고까지만 이어진 
짧은 길의 운명을 나는 사랑하며 화물 트럭과 맞부딪치면 
여자처럼 드러눕는 기관차를 나는 사랑하는 것이며 
뛰는 사람보다 더디게 걷는 기차를 나는 사랑한다 
나를 닮아 있거나 내가 닮아 있는 힘 약한 사물을 나는 
사랑한다 철로의 무덤 너머엔 사랑하는 西海가 있고 
더 멀리 가면 中國이 있고 더더 멀리 가면 印度와 
유럽과 태평양과 속초가 있어 더더더 멀리 가면 
우리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의 끝에 있는 집 
내가 무수히 떠났으되 결국은 돌아오게 된, 눈물겨운.

♣ 김 중식 : 1990년『문학사상』에 ‘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등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황금빛 모서리>, <울지도 못 했다> 산문집으로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가 있다.

 

3fb56b6bead7d026c28da6eb0f5b21cd_1536916703_2311.jpg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 

의과 대학 신설로 더 많은 의사 양성

댓글 0 | 조회 1,144 | 2023.07.11
국민당은 와이카토(Waikato) 대학에 메디컬 스쿨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더 많은 의사들이 배출된다는 것은 메디컬 스쿨이 들어서게 될 해밀턴(Hamilton) … 더보기

알뜰살뜰한 파트너쉽 영주권 상식

댓글 0 | 조회 1,049 | 2023.07.11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partnership)를 뉴질랜드의 이민법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We define partnership as 2 people … 더보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댓글 0 | 조회 552 | 2023.07.11
시인: 포구르 파로흐자드나의 작은 밤 안에, 아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나의 작은 밤 안에적막한 두려움이 있어들어 보라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나… 더보기

AI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교육의 필요성과 가치

댓글 0 | 조회 1,060 | 2023.07.11
인공지능(AI)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매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AI 기술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 … 더보기

흔들다리 효과

댓글 0 | 조회 636 | 2023.07.11
이민 와서 초창기에 ‘오클랜드 내춰럴 히스토리 클럽(Auckland Natural History Club)’ 이라는 자연 탐사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더보기

비오는 날 꼭 필요한 운전습관

댓글 0 | 조회 704 | 2023.07.11
제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날씨가 좋고 맑은 날의 운전과는 다르게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천시 교통사고 발생율이 맑은… 더보기

소아 설사

댓글 0 | 조회 556 | 2023.07.11
보편적으로 어린이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설사를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체질적으로도 소음인으로 형성되어가는 어린이들은 굵고 긴 대변을 보는 경우가 드물고… 더보기

‘코로나19’ 징비록(懲毖錄)

댓글 0 | 조회 919 | 2023.07.07
“악마(惡魔)는 잠들지 않는다”는 소설 제목과 같이 재난(災難)은 반복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Spanish flu)에 이어 202… 더보기

무보수 인턴

댓글 0 | 조회 2,095 | 2023.06.28
고용시장이 부진한 경우 정식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학생 및 졸업생들이 고육지책으로 무보수 인턴에 지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무… 더보기

복이 복을 낳는구나!

댓글 0 | 조회 920 | 2023.06.28
올 한 해는 여행의 한 해가 될 거 같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여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10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지금 잠시 집에 돌아왔… 더보기

오르막(Uphill)에서의 피치샷

댓글 0 | 조회 648 | 2023.06.28
경사도에 자신의 어깨를 수평을 이루도록 한다.업힐은 오른발이 왼발보다 낮은 경사도의 샷을 말한다.정확한 볼을 임팩트 하기 위해서 경사도에 자신의 어깨를 수평으로 … 더보기

10월 9일 新기술이민 완전정복

댓글 0 | 조회 1,641 | 2023.06.28
지난 6월 21일부로 사직한 Michael Wood (전)이민부 장관은 10월에 시행될 신기술이민법이 본인의 마지막 결정이 될 줄은 정녕 몰랐을까요?정부와 이민부… 더보기

공터의 마음

댓글 0 | 조회 530 | 2023.06.28
시인 함 민복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가고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가고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가고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가… 더보기

핫워터 실린더와 따뜻한 물

댓글 0 | 조회 822 | 2023.06.28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겨울이 들어선 오클랜드, 추위는 예년보다 심하지 않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군요. 이런 날… 더보기

겨울에도 멈추지 않는다면

댓글 0 | 조회 513 | 2023.06.28
이탈리아에서 온 두 청년의 동화사 템플스테이와 팔공산 여행길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어진다.이탈리아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마르코… 더보기

한류, 또 하나의 착취공장인가

댓글 0 | 조회 969 | 2023.06.28
요즘 내가 여태까지 거의 하지 않았던 일을 하나 하게 됐다. 한국 대중문화 수업을 하게 되면서 특히 노르웨이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과 자주 만나 이… 더보기

게으른 우리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댓글 0 | 조회 830 | 2023.06.28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없이 사는것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길이라는 말인데.. 사실 이렇게 문어적으로 해석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더보기

짝사랑을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0 | 2023.06.28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다. 오늘따라 점심으로 추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 더보기

기쁨조 전령들아! 잠을 깨다오

댓글 0 | 조회 820 | 2023.06.27
그 날이 그 날이라고 평범한 일상을 투정했던 날들이 있었다. 비젼 없는 삶이 나름 따분하다는 불평이었다.그게 바로 한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음이었다. 세월앞에 오는… 더보기

뱃살걱정 그만! 매일 5분 이것만 해보세요

댓글 0 | 조회 868 | 2023.06.27
여성들의 경우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되면서 부쩍 뱃살이 더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중년 남성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살이 쉽게 … 더보기

학교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Volunteering Opportunities)을 잘…

댓글 0 | 조회 848 | 2023.06.27
학교 봉사활동에 대하여 가장 일반적인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을 이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학교를 통하… 더보기

게으른 신앙

댓글 0 | 조회 821 | 2023.06.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버지를 목사로 두어엉겁결에 목사가 된내 좋은 친구 세 목사 부부가설레며 해외로 간 생일여행친절한 안내자도 없고꼭 가보고 싶은 곳도 없어누가… 더보기

목구멍에 담이 모여 답답한 가요?

댓글 0 | 조회 959 | 2023.06.27
환절기가 되면 기침이나 가래를 호소하면서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기침감기나 목 감기인 경우가 많지만, 간혹 목구멍에 가래처럼 걸린 것 때문에 늘 답… 더보기

탁기를 빼는 다섯 가지 방법

댓글 0 | 조회 849 | 2023.06.27
탁기 빼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명상의 단계에 따라 방법이 다른데, 지금 단계에서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첫째, 온 몸 털기 등의 도인… 더보기

구강보건(口腔保健)의 날

댓글 0 | 조회 748 | 2023.06.23
6월 9일은 ‘구강보건의 날’이다. 첫 영구치(永久齒)인 어금니가 나오는 시기인 6세의 ‘6’과 구치(臼齒, 어금니)의 ‘구(9)’를 의미하는 6월 9일 구강보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