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과 교육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자존과 교육

0 개 1,459 새움터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尊)이란 자를 써서 만든 말이다. 그 뜻은 나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나를 높이 여기는 것과 여기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사람들이 자존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했다. 예를 들면 아주 사소한 거지만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것과 돈을 세는 법이다. 나는 손가락을 안쪽으로 하나씩 오므리며 숫자를 센다. 돈은 지폐를 다 들고 하나씩 앞으로 당긴다. 그런데 뉴질랜드 사람들은 숫자를 셀 때 손가락이 밖으로 나간다. 돈도 테이블이나 계산대에 하나씩 나열한다. ‘돈도 제대로 못 세네.’하며 처음에는 숫자와 돈 세는 것을 어색한 눈으로 쳐다봤다.

 

우리는 안으로 당기지만 그들은 밖으로 내민다. 신기하게도, 벌 줄 때는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라고 하지만 그들은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숫자를 세는 모습과 벌을 주는 형태를 보면서 그것들이 가지 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상상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소속의 중요성을 배웠다. 모두 같아지려고 노력하고 공통분모를 찾기에 분주하다. 그런 교육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때 나타나지 않았겠냐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나가”라는 벌을 무서워하며 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서 똑같이 살려 노력한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니까 창의나 도전보다는 남의 눈치를 빠르게 살펴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상상해본다. 생활의 안정과 안전이 매우 중요하니까 그러한 태도는 이해가 된다.

 

9f1f3cd3480343c2a84eea6f786d6825_1528960483_7306.jpg
 

뉴질랜드 사람들이 벌을 줄 때 “들어가 있어”라고 한다. 그들은 자유의 박탈을 무섭게 생각한다. 그런 모습이 숫자를 셀 때 손가락을 밖으로 밀치지 않았느냐고 상상한다. 밖으로 나가다 보니 그들은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키우는 교육을 받았다. 또한, 그들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새롭게 표출시키는 훈련을 했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을 거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런 옷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본다.

 

우리는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달달 외우는 교육을 받았다. 뉴질랜드에서는 내 속 안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려 애쓴다. 이러한 차이를 느끼면서 한국과 뉴질랜드의 교육을 비교한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같다. 어떤 교육 방법이 더 좋다고 말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모든 교육 방법에는 장 단점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와 정치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무엇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나’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때마다 나는 달달 외우는 교육보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뉴질랜드 교육 쪽으로 기운다. 그들이 하는 대로 숫자를 셀 때 손가락을 밖으로 내밀어본다. 돈도 테이블 위에 하나씩 놓으면서 세본다. 도통 나 같지 않고 어색하다. 그렇더라도 노력해야지 다짐한다.

 

비난이나 질타는 사람을 작게 만든다. 하지만, 칭찬은 자존감을 올려준다. 다른 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나에게 칭찬해야겠다.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 심리 치료사)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