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복 류 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59] 복 류 천

0 개 2,520 KoreaTimes
  미스 코리아 이양이 세계 미인 대회에 나가 상위권에 입상했다고 해서 이양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이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런데 나의 눈에는 이양의 호피무늬 수영복 위에 1980년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가 겹쳐 떠오른다.

  서울에서는 너무도 오랜만에 봄을 맞은 대학생들의 가두 시위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탱크와 총으로 무장한 계엄군들이 화려한 휴가를 즐기러 광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을 1980년 5월 15일 그 날 저녁, 세종 문화 회관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던 차 아나운서가 “1980년도 미스코리아 진, 서울 1번 김X정!”하며 소리치자 김양은 참고 있던 감격의 눈물을 터뜨리며 축하를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로서 어디에 가도 손색이 없게…” 김양의 울먹이는 답례 인사가 이어졌다. 그 날 박제된 미의 화려함은 5월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잔인하게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자유, 민주의 바람은 얼어붙어 흐르지도 못했다.

                                                             복 류 천

                            흐르지 못하는 바람에 묶여/ 먹구름마저 떠오지 않고,/
                             태양은 아득히 높은 곳에서/ 타오르는 채찍을 내리쳐/
                                                 갈라진 대지를 후벼판다//


                     모래알로 풀 풀이 찢기 우는 대지만이/ 허공에 퍼덕이는 사막에서도/
                                                   흐르고자 하는 이 마음,/
                                                차라리 배신일지도 모른다//

                                가도 가도 제 자리에만 머무는/ 사막의 지평선//

                                        같이 걷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외로운 벼랑 끝에서도 흐르고자 할 때/
                                                     밀려오는 바람//

                                     죽음의 칼날을 목에 걸고/ 떠나온 자리부터/
                                    사막 밑 어둠 속으로/ 굽이쳐 흘러온 물굽이/
                                                       그대 자유여!//
  
                                                                                          (김 재석)

  그 자유의 물굽이가 솟구쳐 흐르는 데는 1980년 그 때 부터도 7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1987년 6월 서울에 있는 대한 성공회 본당에서, 명동 성당으로, KBS 부산 방송 본부까지 이어지며 사람들은 자유와 민주를 온몸으로 외쳤다.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흐른 지금  TV에서는 6월 민주항쟁 20주년 특집 방송이 연이어 지고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의 선봉에 섰던, 이른바 386세대가 정권을 잡은지도 벌써 5년째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6월 항쟁 특집 방송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우리의 반민주적인 적들은 섬멸 되었는가?  6월 항쟁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여성이 인터뷰 중 던진, “그 때는 적이 분명히 보였는데, 지금은 더 교묘해진 형태로 숨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시인 김 수영이 '하…….. 그림자가 없다'에서 노래 했듯이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고, 커크 더글러스나 리차드 위드마크처럼 사나웁지도 않고, 조금도 사나운 악한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들은 민주 주의자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고,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민주와 자유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의, 우리의 내부에 위선의 가면을 쓰고 슬그머니 들어와 교만의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옳은 데 사람들이 나의 정의로움을 몰라 준다. 우리의 개혁 정책은 분명히 올바른 데 저들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는 생각 마저도 정말로 정당하고 올바른 생각인지 항상 자신들의 마음 속에서 검증해 봐야한다.

  또한 새는 좌우의 날개, 즉 오른쪽과 왼쪽 두 개의 날개로 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We must not forget that reforms may deliver men from one set of evils, only to lead them into evils of another kind. (개혁은 사람들을 한 종류의 악으로부터 벗어나게는 해주지만, 사람들을 다른 종류의 악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The good statesman, like all sensible human beings, always learns more from his opponents than from supporters.(훌륭한 정치가는, 모든 현명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자신의 지지자들보다는 적대자 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법이다.)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