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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과 루게릭병

박명윤 0 992 2018.03.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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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은 아인슈타인(Einstein)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자 호킹(Hawking)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난 날이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을 55년간 투병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강의와 강연을 했던 스트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가 3월 14일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호킹의 가족은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 이라며 그의 사망을 알렸다. 호킹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다음으로 천재적인 물리학자로 꼽히고 있다. 아인슈타인 교수는 1921년 노벨 물리학상(Nobel Prize in Physics)을 수상했다. 

 

호킹 박사의 별세에 즈음하여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은 애도 성명을 통하여 “호킹 교수는 전 세계 장애를 가진 이들 중의 개척자이며, 누구보다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잘 보여 준 인물” 이라며 “호킹 교수는 패럴림픽 경기가 전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꿨다고 말했다”며 “그의 업적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호킹 교수는 2012년 런던패럴림픽(London Paralympic Games) 개막식에서 강연을 했다. 

 

패럴림픽은 1948년 런던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재활 목적으로 시작된 경기가 국제적인 경기로 발전한 것으로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는 개최국에서 올림픽이 끝난 후 열리기 시작했다. ‘패럴림픽’ 이라는 단어는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패러플리직(paraplegic)과 올림픽(Olympic)을 합친 창설 당시의 어원에서 발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등하다는 뜻의 패러럴(parallel)과 올림픽을 합친 합성어로 의미가 넓어졌다. 2018년 평창(PyeongChang) 동계패럴림픽이 3월 9-18일 강원도에서 열려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와 관중, 그리고 세계인들이 함께 했다. 

 

호킹 박사는 1990년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대학교에서 자신의 연구에 대해 강의를 했다. 그리고 호킹 박사는 당시 巨山 金泳三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과 後廣 金大中 평화민주당 총재를 만났다. 2000년에는 청와대와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그는 방한 당시 “죽음에 직면하면서 연구와 삶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은 1942년 1월 8일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 부모의 4형제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학교에서 물리와 수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16세 때에는 전화교환기를 분해해 계산기를 만들기도 했다. 호킹은 두 차례 결혼하고 두 번 모두 이혼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20대 초반 케임브리지대학 동창생인 제인 와일드와 결혼해 30년 동안 세 명을 자녀를 두고 살았지만 성격 차이로 1995년 이혼했다. 호킹은 이혼 직후 자신을 돌봐주던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했지만 2006년에 이혼했다. 

 

케임브리지대학 재학 시절 호킹이 만난 첫 부인 와일드와의 러브 스토리는 2014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원제: The Theory of Everything, 모든 것에 대한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영화에서 호킹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은 탁원한 연기로 호킹을 비참하지 않게, 다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은 신년파티에서 매력적이고 당찬 여인인 인문학도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마주친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처럼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두 사람 앞에 모든 것을 바꿀 사건이 일어난다. 

 

호킹은 1963년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생이던 21세에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하는 희귀 질환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인 일명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호킹은 점점 신발 끈을 묶는 게 어려워지고, 발음은 흐릿해지고, 지팡이 없이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에 과학자로서의 미래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스티븐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제인은 그를 향한 믿음과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고 그의 삶을 일으킨다. 삶의 모든 것을 바꾼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Love Story)이다. 

 

호킹은 1965년 영국 케이브리지대학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 32세에 영국 왕립학회 최연소 회원이 되었으며, 1979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안 석좌교수(Lucasian Professor of Mathematics)가 됐다. 이 자리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 1792-1871)  등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거쳐 갔다. 호킹의 물리학 이론은 대부분 우주론에 관한 것이고, 직접 실험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서 노벨상(Nobel Prize)을 받지 못했다. 

 

호킹 교수는 루게릭 병이 악화되는 도중에도 우주론(宇宙論)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핵심 연구 대상을 엄청난 중력이 작용해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간인 블랙홀(black hole)이었다. 호킹 박사는 1974년‘네이처’지에 기존 블랙홀 이론을 뒤집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호킹을 세계적인 명사로 만든 것은 1988년에 펴낸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로서 일반인들을 위해 우주의 역사와 시공간 개념을 쉽게 풀이해 쓴 과학책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000만권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손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며, 1985년에는 폐렴(肺炎)으로 기관지 절개 수술을 받고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호흡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그는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두 개의 손가락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강의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호킹 교수는 루게릭 병이 악화되어 온몸이 거의 마비된 상태로 눈꺼풀만 겨우 움직여 컴퓨터를 통해 외부와 의사소통을 해왔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이란 운동 신경원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1869년 프랑스의 의사 장마르틴 샤콧(Jean-Martin Shartcot)에 의해 최초로 보고 되었다. 이후 1939년 미국의 유명한 야구 선수인 루 게릭(Lou Gehrig)이 이 병을 앓게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고, 이때부터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미국 뉴욕 출신인 루 게릭(Henry Louis Gehrig, 1903-1941)은 컬럼비아대학 재학 중이던 1923년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에 입단하여 1925년 6월-1939년 4월까지 2,130게임 연속 출전이라는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을 세워 ‘철인’이라고 불리었다. 1934년에는 메이저리그 3관왕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야구선수이다. 그는 1939년 7월 양키 스타디움에서 팬들에게 “피곤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시 잘 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라는 은퇴 연설을 했다. 

 

병원에 간 그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3년이었다. 병의 진행은 전설적인 야구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비가 와서 음식을 삼키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게 됐다. 그리고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다. 1941년 눈을 감았을 때, 그의 나이는 38세였다. 그의 야구유니폼 등 번호 4번은 양키스에서 영구 결번(Retired Number)이 되었으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일이다. 

 

‘루게릭병’의 원명은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영어표기 병명(病名)에서 ‘a’라는 접두어는 ‘없다’라는 뜻이며, ‘myo’는 근육을 의미하며, ‘trophic’은 ‘영양상태’라는 뜻이므로 ‘근육이 영양을 잃고 쇠약해진다’는 뜻이다. ‘lateral’은 척수의 측면을 말하며, 여기에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위치하고 있다. ‘sclerosis’는 ‘경화증’이라는 뜻이므로 척수의 측면이 돌덩어리처럼 된다는 뜻이다. 

 

‘근위축성(筋萎縮性) 측삭경화증(側索硬化症)’은 뇌의 신경세포, 특히 운동 신경원(neuron)의 퇴행이 진행되어 뇌의 신경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나타난다. 뇌의 신경세포뿐 아니라, 뇌간과 척수의 신경체계와 전신에 분포한 수의근(隨意筋)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근육들이 운동신경의 자극을 받지 못하므로 근육이 쇠약해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은 거의 침범하지 않으므로 감각이상이나 자율신경 장애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루게릭병은 인종이나 민족 등에 무관하게 매년 10만명 당 2-6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루게릭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환자의 약 5-10%는 가족 내 유전성을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 환자는 특별한 원인 없이 산발성으로 발병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로 제기된 몇 가지 가설에는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면역적 요인, 신경영양인자, 글루타민산 과잉설, 운동신경세포 골격의 이상, 자유기(유리기, free radical)와 산화적 스트레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2005년 통계에 따르면 1,500명의 환자가 투병 중이며, 외국보다 조금 늦은 55-75세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외국에는 환자의 대부분이 40-60세이다. 루게릭병과 55년 동안 투병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호킹 박사의 생애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루게릭병 환자들은 3-5년 내 목숨을 잃는다.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루게릭병은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대증요법(symptomatic treatment)과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시키는 지지요법(supportive therapy)을 시도할 수 있다. 이에 치료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의료사회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팀(team approach)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 교수가 태어난 날에 ‘영원한 우주여행’을 떠난 호킹 교수는 하늘나라에서 이 세상에서 완성하지 못한 연구를 계속하리라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남긴 명언 중에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에는 “발만 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보라” “IQ를 뽐내는 사람은 루저(loser, 패배자)이다” “인공지능(AI)이 무기에 악용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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