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에 꿈은 없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신기루에 꿈은 없다

0 개 1,328 한일수

1dd3c9b76dcf90478160e4313fc630be_1517461711_2444.jpg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워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 열풍에 뛰어든다. 

그러나 전문 투기꾼들의 농간에 휘말려…… 

  

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이집트 원정 중에 일어났던 일이다. 분명히 앞에 보이던 호수가 소멸되는가 하면 풀잎이 야자수로 보이는 현상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사실은 대기의 밀도가 층층이 달라졌을 때 빛의 비정상적인 굴절로 일어나는 신기루(蜃氣樓, Mirage) 였다. 바다 위나 사막에서 자주 나타난다. 대기의 조건이 복잡하여 여러 가지 형의 신기루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황홀하다고 한다. 지표면 부근의 저공층과 상공에 더운 공기층이 있고 그 사이에 차가운 공기층이 끼어있을 때이다. 

 

구름 위에 웅장한 항구 도시의 모습이 반영되고 다시 제2, 제3의 도시가 솟아 올라 찬란한 탑이나 궁전 같은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덧없는 희망, 공중누각의 의미를 내포하는 말로 신기루가 쓰여 지기도 한다. 

 

어떤 허상(虛像)에 현혹되어서도 안 되고 허상 때문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인간 사회에서 꿈과 이상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예술 세계에서 지향하는 꿈이나 이상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지향하는 그것들과는 다르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검증을 통해서 실현 가능한 꿈을 설계하고 이상을 펼쳐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일 것이다.

 

지금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투기?) 열풍이 대단하다. 투자와 투기는 글자 한획 차이이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그 건전성 여부에 따라 엄청난 부작용을 수반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천재와 천치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듯 투기와 투자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우스갯소리로 투기는 실패한 투자를 의미하고 , 투자는 성공한 투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프레드슈드(Fred Schwed)의 정의가 쉽게 와 닿는다.

 

“투기란 본질적으로 자신의 부(富)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려는 것이고, 투자란 원본을 보존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는 행위이다.”즉 투기는 실패로 끝나지만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려는 행위이고, 투자는 많은 돈을 투자해 적은 돈을 벌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Balzac, 1799-1850)는 인간의 속성에 따라 인간을 사유적 존재로 보는 ‘생각하는 인간’, 자기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여 돈을 버는 ‘일하는 인간’ 그리고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며 투기나 도박을 즐기는 ‘노는 인간’의 3가지 인간형을 제시했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가운데 하나인 투기가 얼마나 쉽게 한 사회를 집단적으로 환상과 광기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지난 역사를 통해서 수없이 반복적으로 학습해왔지만 인류는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성행하였던 튤립(Tulip) 투기를 회상해보자. 터키로부터 전파된 관상용 화초인 튤립은 당시 왕족, 귀족 및 거상(巨商) 등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튤립은 꽃 색깔에 따라 황제튤립이니 총독튤립, 제독튤립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었는데 믿기 어려운 얘기이지만 황제튤립 한 뿌리의 값이 그 당시 노동자 5년치 연봉이나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는 주택 한 채 값과 맞먹는 플로린(Florin) 금화 1200개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투기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투기가 일어난 초기에는 귀족이나 거상 등 부유층만이 참여하였으나 나중에는 방직공, 구두 수선공, 빵가게 주인, 구멍가게 주인, 농부들까지 투기에 가담하여 온 나라가 투기열풍에 휩쓸려 다닐 정도였다. 그러자 전문 투기꾼들은 비싼 값에 팔고 시장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다음 큰 손들이 뒤를 따라 발을 빼자 나중에 남은 일반 서민들만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조선 말기 일본인들에 의해 개설되어 일제시대 1939년까지 계속되는 동안 불쌍한 한인들의 피고름을 짜내게 만든 미두(米豆) 시장은 어떤가? “인천 바다는 미두로 전답을 날린 자들의 한숨으로 파인 것이요, 인천 바닷물은 그들이 흘린 눈물이 고인 것이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쌀이나 콩 등을 선물거래로 사고파는 오늘날의 주식 거래 같은 형식을 취했지만 일본 상인들의 주 도로 선물 가격이 좌우되고 정보가 이용되어 한인들은 이용만 당한 꼴이 되었다.

 

미곡 시장이 활황 국면을 맞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광풍이 조선 땅에 불었고 많은 자본을 가진 투자자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학생, 상인, 지주와 머슴, 평범한 서민들까지 가세했다. 

 

그들은 일확천금을 꿈꿨지만 전문 투기꾼들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워 큰돈을 만져보겠다고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같이 덤벼들었으나 처절한 낭패만 보고 만 것이다. 

 

운 좋게 큰돈을 벌었다고 하여도 그 돈으로 행복을 얻은 것이 아니다. 반복창이란 상인은 1년 만에 몇 백배의 이윤을 챙겨 미두신(米豆神)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2년 만에 파산하고 30세에 중풍을 얻어 미두시장을 미치광이같이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투기는 투기를 관리하는 자, 정보를 관리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자들의 뱃속을 채워주기 위해 수많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 밑천이 바닥나게 만드는 행위이다. 그래서 전문 투기꾼들이 재미를 보고 손을 뺄 때 나중에 뒤쫓아 따라가는 뜨내기 투기꾼들은 악마의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20-30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달리 희망이 없어서 가상화폐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달려드는 현실이 참으로 염려스럽다.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8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320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435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

청용(靑龍)의 해에 용꿈을 꾸세요

댓글 0 | 조회 430 | 2024.01.16
우리 한민족의 삶 속에는 언제든지 용이 있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나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서 살며, 비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몰고 다닌다고 여겨져 왔다.…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650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80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564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갯벌의 저주(詛呪)

댓글 0 | 조회 817 | 2023.09.12
갯벌은 살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바다가… 더보기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53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 더보기

흔들다리 효과

댓글 0 | 조회 629 | 2023.07.11
이민 와서 초창기에 ‘오클랜드 내춰럴 히스토리 클럽(Auckland Natural History Club)’ 이라는 자연 탐사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더보기

줌바 댄스와 함께

댓글 0 | 조회 837 | 2023.06.13
시간 속에서 존재하다가 사라진 무용은 그 흔적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다만 원시인들이 동굴 벽화 속에 묘사한 모습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시인들은 자… 더보기

주간 활동 보고서

댓글 0 | 조회 960 | 2023.05.10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편(學而編)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說은 悅과 같은 ‘기쁠 열’의 뜻이다. 그리고 “유붕이 … 더보기

이민, 재 이민, 역 이민, 역역 이민

댓글 0 | 조회 2,250 | 2023.04.12
뉴질랜드에서 투자이민법이 발효되자 1989년부터 한국에서 이민 유입이 활발해지고 이어서 일반이민법이 발효되면서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인 사회가 성장물결을 타… 더보기

신 노인시대를 어떻게 즐길 것인가?

댓글 0 | 조회 1,702 | 2023.03.15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한번뿐인 인생을… 더보기

고향의 봄

댓글 0 | 조회 841 | 2023.02.15
한반도에서 태어나 수 십 년을 살다가 반대편인 뉴질랜드에 와서 살다보니 십 수 년이 흐른 지금에도 계절에 대한 감각은 적응이 잘 안 되고 있다. 한반도는 사계절의… 더보기

인생을 재충전해서 새해맞이

댓글 0 | 조회 803 | 2023.01.18
일 년을 보내고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할 때마다 지난해는 어떤 일을 해왔던가, 새해는 어떤 각오로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 더보기

레이디 해밀턴

댓글 0 | 조회 1,300 | 2022.12.07
인물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그러한 인물들이 만들어낸 결과의 축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20세기 세계를 지배한 대영제국의 근대사에서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더보기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할 지어다

댓글 0 | 조회 1,311 | 2022.11.09
“조선 시대에 어느 임금이 제일 공처가인 신하를 선발해서 상을 주기로 했다. 선발 대회를 하는데 운동장에 장대를 동과 서에 세워 놓고 자기가 제일 공처가라고 생각…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2)

댓글 0 | 조회 1,065 | 2022.10.11
바다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한 곳이며 플랑크톤, 해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등 약 33만 종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표면의 71%를 차지…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1)

댓글 0 | 조회 1,038 | 2022.09.13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2020년 초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생활환경을 바… 더보기

변화에 대응하고 변신하기

댓글 0 | 조회 757 | 2022.08.09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류사회가 변화의 물결에 휘말려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21세기 들어 20년이 흐른 2020년 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팬데믹(Pendem… 더보기

고생 총량의 법칙

댓글 0 | 조회 1,455 | 2022.07.12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생 없이 행복한 생활만을 영위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감당할만한 고생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다. 물론 사람에 따… 더보기

한-뉴 수교 60주년 기념

댓글 0 | 조회 893 | 2022.06.14
우리는 60주년이 내포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살아 왔다. 나이 60이 되면 환갑(還甲)이라 하여 오래 산 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하행사를 벌여왔다. 유교문화권… 더보기

5월이 오면

댓글 0 | 조회 821 | 2022.05.10
계절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 생활이다. 이민을 떠나 온지도 벌써 27년차인데 아직도 이곳의 계절은 종잡을 수 가 없다. 4계절이 뚜렷하지… 더보기

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댓글 0 | 조회 937 | 2022.04.12
1976년 발표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드라마로도 전 세계인들에게 방영된 바 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767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