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오소영 0 460 2017.09.26 20:20

5f74a3eebd714afe8034bff5343b45b5_1506410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 

 

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 

 

“거긴 요즘 날씨 어때요? 춥지않아....” 

유난히 손이 시린 친구. 자녀집에 쉬러 왔다가 추위를 못견뎌 서둘러 여름나라로 다시 돌아간 사람이다. 

 

오늘같은 날에...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있었다. 

 

그는 손만시려 추운게 아니었다. 공허한 마음이 더 추워 석달 예정 나드리에 두달도 못 버티고 떠나버린 것이다. 

 

어디에 가 있든.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은 여전한가보다.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저 세상 보내고 그리 의연한척 했지만 그건 진심을 숨긴 과장이었다. 딸들을 따라서,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게 두려웠다. 텅 빈 집안이 모랫 벌처럼 허허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식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가끔씩 호소하기도 했다. 그 친구 마음의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그분 내외가 여기에 올 때마다 내 입은 호강을 했다. 짧은 여정이지만 빈 텃밭이 싱그러운 채소들로 너울거렸다. 

 

낚시때문에 여기에 오신다던가. 싱싱한 회를 먹을 기회도 참 많았다. 잡아온 물고기를 식탁에 올리기까지 손수 해내는 솜씨가 또한 일품이었다.

 

재미로 해서 누구를 즐겁게 먹도록 하는게 남편분의 특기였다. 가까이 이웃해 산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된 우정이었다. 

 

이젠 단골 손님이 되어 주저없이 식탁앞에 함께 앉곤 했다. 진정 사람냄새 물씬 풍기며 사는 따뜻한 인심을 한가득 가슴에 안고 돌아오곤 했다. 

 

어찌 그리도 간을 잘 마추는지? 바로잡아 담근 간장게장은 줄어드는게 아까웠다. 입 맛 없을 때 별미로 밥을 먹여주기도 했다. 

 

가끔씩 저녁시간이 심심할 때면 아드님을 내게 보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 환한 불빛속에 그 분들 방으로 초대를 받는다. 둥그런 밥상에 그득한 음식들이 내 구미를 자극한다. 

 

“어서 앉으셔, 오늘 안주는‘와이카토’강에서 잡아온 장어 요립니다. 맛이 괜찮던걸요.” 

장어 특유의 냄새를 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의 요리는 정말 특별했다. 냄새는 커녕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새로히 개발한 비법을 써 봤는데 제대로 되었다고 흐뭇해 했다.(역시나.....) 

 

“안주 좋은데 술을 못 한다니 말이 됩니까? 딱 석잔만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친구가 되실텐데 어쩌나...” 

 

은근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따뜻한 배려였음이기도 했다.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주자는 그 분들의 마음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 술석잔 못마실까? 까짓거 만취가 된 들 어떠리... 옥죄고 살았던 긴장이 서서히 풀어졌다. 술잔을 부딪히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술 석잔을 거뜬히 마셔버렸다. 

 

우리는 긴 세월 살아온 이야기 허물없이 나누며 더 좋은 친구. 이웃으로 정이 도타와만 갔다. 

 

모처럼 나가는 고국 나드리땐 반드시 그 댁엘 들려야만 했다. 잠깐 만났다 헤어짐은 너무 아쉬어 며칠씩은 묵고 와야만 했다. 질펀한 수다에 늦잠이 들어 게으른 아침을 맞으면 식탁엔 정갈한 반찬과 새로지은 밥솥에서 밥냄새가 구수하게 반겨주었다. 

 

자상하고 너그러운 남편분의 특별한 배려였다. 세상엔 이런 남편도 있구나,라고 살짝 부러운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자녀들 다 잘 키워 출가시키고 부부 오롯이 남아 다정하게 깨소금 냄새 풍기며 진솔한 삶 살아가는 부부였다. 

 

도토리가 지천으로 딩구는 계절에 그 분들이 또 왔다. 바람을 타고온 낙엽속에서 꿈처럼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다. 바쁜 일상으로 바뀐 아들이 픽업을 못해서일까? 낚시를 가지 않았다. 왠지 전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했다. 

 

어느날 데크에 널어 말리는 도토리 가루를 보며 놀랬다. 저녁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아다니며 도토리를 주워왔다고 했다.(그러면 그렇지) 

 

“몸만 움직이면 돈 주고 사 먹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여기에요”그렇게 말하는 부지런한 분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어느 밤. 도토리 가루를 한봉지 들고 친구가 내게 왔다. 내일 갑자기 떠나게 되어 인사차 왔다는 것이다. 

 

의아해 하는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애들 할아버지가 폐암이래.. 조금 안 좋은가봐”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그게 그 분과는 끝이었다. 내게 마지막 선물이 된 묵가루를 냉동실에 참 오랫동안 보관했다.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묵을 쑬 때마다 그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 만리 여행을 떠나도 따라다니는 남편의 영상. 지워지지가 않아 힘드는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도 먼저 떠나는 행위는 배신이라고 들었다. 그 위안의 말을 친구가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 때 이후 나는 지금까지 술을 입에 대 본적이 없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AMS AUTOMOTIVE LTD
전자 제어, 컴퓨터스캔, 사고수리(판넬페인트, 보험수리), 타이어, WOF , 일반정비  T. 09 825 0007
조앤제이
조앤제이 09-336-1155 각종 뉴질랜드 이민 비자 전문 Immigration Adviser Kyong Sook Cho Chun T. 093361155
(주)웰컴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북섬여행, 남섬여행, 패키지여행, 호주여행, 피지여행, 맞춤여행, 자유여행, 단체여행, 개별여행, 배낭여행, 현지여행, 호텔예약, 투어예약, 관광지 예약, 코치예약, 버스패스, 한 T. 09 302 7777

춘풍낙엽(春風落葉)

댓글 0 | 조회 156 | 2018.10.24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더보기

아버지의 겨울

댓글 0 | 조회 339 | 2018.09.25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달려갔다.함께 살… 더보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댓글 0 | 조회 334 | 2018.08.23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곳에서 임시 집을 … 더보기

글쓰기, 맑은 영혼으로 다시 깨어나다

댓글 0 | 조회 260 | 2018.07.24
여자로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주부라는 역활은 주역임이 분명하다. 그 주역에서 밀려난지도 오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할머니로 바뀌었다. 검던 머리에는 흰서리가 내렸다. 윤끼나게… 더보기

영원한 나그네의 빛바랜 여행 일지

댓글 0 | 조회 361 | 2018.06.27
“엄마 어제 여행 떠나셨어요.”“또? 누구랑..”“아빠와 함께요.”쎄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충격이 대단했다. 거침없이 나다니는 그들 부부가 … 더보기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558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 더보기

28세 천방지축 신림동 땡칠이​

댓글 0 | 조회 569 | 2018.04.24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무료히 창가에 앉으니 별별 일들이 다 떠오른다.반세기도 전에 살았던 신림동의 한 세월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스멀스멀 눈 앞으로 기어나… 더보기

뱃길 삼십분

댓글 0 | 조회 695 | 2018.03.27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 더보기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댓글 0 | 조회 371 | 2018.02.27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면서 손짓해 불러들인 다음 손님. 가을이 왔다. 따가운 햇살속으로 안겨오는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이 때 쯤일게다. 다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 다… 더보기

소박함 속에 있었네. 어떤 행복이....

댓글 0 | 조회 506 | 2018.01.31
벌써 십여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었던 호박 칼국수 타령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다. 시대가 변해서 쉽게 먹을수 있는 먹거리들이 수없이 많아졌다. … 더보기

무대 뒤의 풍경

댓글 0 | 조회 410 | 2017.12.19
마치 동굴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침침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안간힘을 쓰다가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꿈속이었다.아직도 까…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782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조카 사이였다. 우… 더보기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댓글 0 | 조회 401 | 2017.10.25
몇 년 전이었다.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음식들을 찾아먹고 … 더보기
Now

현재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댓글 0 | 조회 461 | 2017.09.26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거긴 요즘 날씨 어때요? 춥…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579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달렸다. 제법 긴…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759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 춥다. 아랫도… 더보기

사탕, 달다

댓글 0 | 조회 509 | 2017.06.27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위급한 사람도 살…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595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의 향연…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689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장만했던 집을 한…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762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전 내게 사돈되시는… 더보기

자만인가, 착각인가

댓글 0 | 조회 697 | 2017.02.22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사는 사람같아 챙… 더보기

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댓글 0 | 조회 682 | 2017.01.25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화들작 웃는다. …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1,456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만 열심이었다. 출…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883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로 누구를 무시하기… 더보기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1,318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도 훌쩍 크고 몸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