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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전문가들, 긴장된다

새움터 0 1,342 2017.08.08 21:03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

 

숫기가 없었나. 바쁘다는 핑계였을까. 오랫동안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를 위한 모임에 거리를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라는 생각에 종종 가슴이 아프면서 답답했고 또 때로는 두려움까지 찾아왔다. 책과 일 속에 숨어 보았지만 가끔은 동료들과의 얘기가 그리웠다.

 

늘어나는 간절함과 다르게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만큼 ‘날 좋아하고 이해할까.’라는 무서움이 앞 길을 가로막았다.

 

수줍어서 사람들의 관계 속에 끼지 못하고 겉돌던 기억이 은밀하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 그러다 또 다쳐.’자라오면서 쌓였던 상처들을 다시 건들고 싶지 않았다. 모험하지 말고 편안히 있으라고 내 마음이 유혹했다.

 

그러다가도 ‘편안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야 클 수 있어.’, ‘서투른 영어 표현을 관계 형성의 장애물로 보지말자.’라고 순간 순간 나를 다독이며 긍정의 소리를 외쳤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거울 앞에 자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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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서쪽 지역에 사는 심리상담사를 위한 모임에 가는 첫 날, 설렘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이 느껴졌다. 뛰는가슴을 쓰다듬고 긴 호흡을 하며 약속된 장소에 들어섰다. ‘나같이 생긴 사람은 안 보이네.’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쳤다. 열다섯 명 정도의 참석자들은 서른 초반부터 일흔 가까운 나이의 유럽계 백인들이었다.

 

대부분은 심리상담사(counsellor)이고 두명이 심리치료사(psyhcotherapist)였다. 본인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세련된 말솜씨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십 여분이 지나자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긴장과 경쟁을 느꼈다. 

 

‘선망과 인정 속에 교만과 질투가 숨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가슴 속에 일어나는 일을 바로 앞에서 보자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심리상담과 심리치료 차이는 뭘까.’,‘같이 사람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인데 왜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심리상담은 보통 내담자가 가지고 온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결해 나간다. 심리상담사는 현재의 쟁점에 관심을 두면서 피상담자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도록 인도해주거나 현실에 잘 적용하도록 도와준다. 심리상담은 길든 짧든 상관없이 상담관계라는 여정, 즉 같이 걸으면서 공감하고 들어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심리치료는 현재의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면서 피상담자가 무의식적으로 계속보이는 사고, 감정, 행동 등에 중심을 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과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현재는 더 불편한 행동이나 습관을 새로운 해석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심리치료다. 

 

많은 심리치료사는 방어 기제(defence mechanism)의 포용, 전이(transference)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의 해석,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최고라는 꿈, 내면의 아이 작업(inner child work)등에 관심을 보이며 내담자의 분열된 모습의 통합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간다.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는 다 같이 내담자를 도덕의 잣대로 재기보다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심리상담 중에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신뢰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쓰며 안전한 장소 속에서 비밀 보장을 전제로 풀어가려고 한다. 

 

다른 점은 똑같은 대화요법(talking therapy)을 통해 치유의 길로 들어가지만 심리치료는 심리상담보다 근원적인 변화를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때가 잦다.

 

심리상담사들의 모임에 처음 간 날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수려한 말 잔치 속에 숨겨있던 긴장감과 깊이와 시간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인한 경쟁의 열기를 아직도 느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무능과 부족함을 이들한테서 보았을 때 나 자신에 조금 더 관대해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았던 것 같다.

 

스무 해 가까이 심리상담과 상담치료를 해왔지만 가끔 내 능력에 회의를 느낀다. 잘나가고 유명한 심리치료사들에 대해 동경과 질투가 솟을 때도 많다. 피상담자와 관계에서 더 깊게 그리고 빠르게 치유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 종종 그들과 비교하면서 날 닥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부족함과 무능을 감추는 게 편했다. 지금은 나를 계발할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고 위로하면서 조금씩 보이는 능력의 한계를 인정한다.이러한 작은 변화가 심리상담 전문가들과 같이 있어도 여유를 잃지 않게 도와준다. 긴장이 줄어드니 남들이 더 잘보이며 자유스럽다.

 

더러 심리치료하다 지칠 때  ‘너 잘하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 싶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외로운 순간에는 ‘너 심리치료사로써 아주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한다. 

 

혼자서 기운을 북돋우는 게 부족하면 심리치료와 관련한 책과 세미나를 찾는다.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온전함을 느낄 그 날을 기다리며 이번 달에는 어떤 모임이 있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인다.

 

■새움터 회원 정인화는 1991년에 뉴질랜드에 이민와 스무 해 가까이 심리상담과 심리치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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