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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불기(佛紀) 2561년이며, 5월 3일이 음력 사월 초파일(初八日)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기(佛滅紀元)란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입멸(入滅) 연대를 기준으로 쓰는 기원(紀元)이다. 입멸 연대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었으나 1956년 11월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등 불교국가들이 채택한 연대에 따라 석가모니 입멸 2,500주년을 맞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세계불교대회에서 입멸 연대를 기원전 544년으로 채택하였다.
‘부처님오신날’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 대한불교 조계종이 불교적 의미를 복원하고 한자어로 되어 있는 불탄일(佛誕日) 또는 석탄일(釋誕日)을 한글화 추세에 적합하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지난 2월 불교 29종단(宗團)으로 구성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정부(인사혁신처)에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석가탄신일로 정해진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불교계의 공식적인 명칭개정 요청은 처음이다.
필자의 모친은 독실한 불자(Buddhist)여시어서 지난 1978년 가을에 별세하기 전까지 초파일이 되면 어머니는 온 가족과 함께 서울 견지동 소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사(曹溪寺)에 가서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기념 법회(法會), 관불의식 참여 등으로 뜻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점심 공양(供養)도 했다. 이에 초파일이 되면 어머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지난 4월 12일 고교(大邱 慶北高, 1958년 졸업) 동창생 70여명과 강원도 강릉으로 ‘봄나들이’를 갔을 때, 오죽헌(烏竹軒)에 전시되어 있는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이 서울에서 생활할 때 고향에 홀로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그리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지은 시(詩) <어머니를 그리며>를 읽었다. 신사임당은 19세에 이원수(李元秀)와 결혼했으며, 결혼 후 몇 달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3년 상(喪)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갔다.
<어머니를 그리며> 산 첩첩 내 고향 여기서 천리/ 꿈속에도 오로지 고향 생각 뿐/ 한송정 언덕 위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헤어졌다 모이고/ 고깃배는 바다 위를 오고 가겠지/ 언제쯤 강릉 길 다시 밟아가/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 할꼬.
석가(釋迦牟尼, Sakyamuni, Buddha)는 BC 624년 4월 8일(음력) 해뜰 무렵 북인도 카필라 왕국(현재 네팔 지방)의 슈도다나(Suddhodana)왕과 마야(Maya)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석가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하였다고 한다.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 등에서는 예로부터 음력 4월 8일을 석가의 탄일로 기념하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음력 4월 초파일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하며 1975년 1월 27일 대통령령으로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한편 국제연합(UN)은 1998년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세계불교대회의 안건을 받아들여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뜨는 날을 석가탄신일로 정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불교(佛敎)에는 4대 명절이 있다. 즉 불교의 개조(開祖)인 석가모니(釋迦牟尼)가 탄생한 것을 기리는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 석가모니가 출가한 것을 기리는 출가일(出家日),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어 도를 이룬 것을 기리는 성도일(成道日), 그리고 석가모니가 80세에 이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하는 열반일(涅槃日) 등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주요 행사는 관불 의식, 연등회, 탑돌이 등이 있다. ‘관불의식’은 향을 달인 물 향탕수(香湯水)로 아기 부처상을 목욕시키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석가모니가 태어났을 때 아홉 마리의 용이 더운물과 찬물을 뿜어 목욕시켰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불자(佛子)들은 아기 부처상의 정수리부터 물을 부으면서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기를 빈다.
‘연등회(燃燈會)’는 석가모니 앞에 등불을 켜고 세상을 밝히는 의식으로 불자들은 각자의 소원을 담아 정성껏 연등을 올린다.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히고자 하는 이 행사는 석가탄신일뿐만 아니라 정월 보름 등 다른 중요한 날에도 행해진다. ‘탑(塔)돌이’는 석가모니의 유골이 담긴 탑 주위를 돌면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이다. 탑돌이를 할 때에는 오른쪽 어깨가 탑을 향하게 하면서 돈다.
석가모니는 보리수(菩提樹, bo-tree) 아래에서 해탈(解脫)하기 전까지는 호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해탈 후 금욕주의자로 지내며 수행을 쌓았다. 불교 초기 승려(僧侶)들은 먹고 사는 데 억매이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하기 위하여 걸식(乞食)을 했다. 또한 걸식은 대중들에게 공양(供養)할 기회를 줌으로써 복을 쌓도록 하는 의미도 있었다. 불교 계율(戒律)의 1/3은 탐식(貪食)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발우공양(鉢盂供養)이란 불교 사찰에서 행하는 전통적인 식사의례이며, 발우는 승려의 밥그릇을 말한다. 제일 큰 그릇은 밥그릇, 두 번째는 국그릇, 세 번째는 청수(淸水)그릇이며, 가장 작은 그릇은 찬그릇 등 모두 4개로 구성되어 있다. 밥과 국, 반찬은 각각 먹을 만큼만 담아,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한다. 공양이 끝나면 밥그릇과 국그릇, 찬그릇을 깨끗이 닦는다.
승려들은 절대 배불리 먹지 않는 게 계율이기에 하루 한 끼로 버텨내기도 한다. 특히 당일 정오부터 다음날 일출까지는 비시(非時)가고 해서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또한 음식의 양도 중요하지만 음식의 종류도 철저히 가려 우선 고기는 자비의 종자를 끊는다는 측면에서 절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먹으면 사람들의 감정이나 신체를 어지럽히는 반응을 일으키는 오신채(五辛菜: 달래, 마늘, 부추, 파, 흥거)도 금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찰음식(Temple Food)은 삼국시대 불교가 들어오면서 시작되어 1600년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웰빙 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약리작용을 가진 보양식(補陽食)으로 손꼽히는 사찰음식은 열량이 적고 인공첨가물 등을 철저히 배제한다. 또 사찰 주변에서 나는 재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철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찰음식이 힐링(healing)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찰음식은 맛과 영양을 위시하여 그 속에 든 밝은 마음과 감사의 정신, 근검절약, 소식(小食) 등 마음 수행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이 미쉐린 가이드(The Michelin Guide Seoul)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바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 분석관 댄 지그몬드(Dan Zigmond)는 대학 졸업 후 태국 체류 때 승려 식습관을 관찰한 결과를 중심으로 ‘부처님 다이어트: 마음을 잃지 않고 체중을 줄이는 고대의 기법(buddha's diet: the ancient art of losing weight without losing your mind)’이라는 책을 코트렐(Tara Cottrell)과 공저로 발간했다.
부처님 다이어트(Buddha's Diet)의 골자는 “하루 중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 간격은 9시간으로 줄이고,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첫 끼니 간격은 15시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즉 가령 저녁을 7시에 먹으면 다음 식사는 다음 날 오전 10시 이전에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을 하는 것이다.
저자 지그몬드는 스님의 이른 새벽과 정오 식사 시간이 현대인에게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자신 삶의 패턴에 맞게 조정했다. 다만 9시간을 정하고, 음식 섭취와 단식을 반복했다. 지그몬드는 “이 방법으로 같은 열량을 먹고도 총 11kg을 감량했다”며 “숙면과 낮 활동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