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신선비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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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덩덩신선비 9편

0 개 1,094 송영림

■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

 

특히 이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나 부부 사이에서 많이 나타난다. 때로 내가 검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희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상대가 검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는 희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내가 희게 본 것이 실상은 검은 것이거나 상대가 검게 본 것이 실제로는 흰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그 가정은 별세계처럼 진정으로 평화로워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막내딸은 드디어 할머니의 도움으로 은뽁지개에 올라 몸이 밑바닥으로 빠지며 별세계에 닿게 되는데, 이렇게 가장 밑바닥에 당도해야만 그 바닥을 차고 다시 위로 올라갈 힘이 생기는 법이다. 그렇게 하여 아이를 만나 노래를 듣고 신선비의 집에 당도하는데 아직도 해야 할 과제는 많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험난하고 굴욕적인지 나보다 아래라고 생각했던 하인에게 구걸하듯 쌀도 얻어야 하고 애걸하여 겨우 얻은 잠자리인 외양간에서 잠도 자야 한다.

 

신선비가 아직 막내딸을 잊지 못하여 그리워하므로 그것은 다행이나 헌 각시를 물리쳐야만 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여기에서 새 각시와 헌 각시의 시합은 각시 내면의 두 가지 마음이 서로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 

 

신선비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데 때로 그것들은 매우 힘들고 지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상징한다.

 

시합은 모두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진실과 정성을 상징한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꽃동이나 꽃신처럼 당장 눈에 보기 좋은 것으로 포장하여 다가가 촐랑거리며 대했다가는 금방 쏟아질 물과 같고 상대에게 이것저것 괜히 의미 없는 말로 얼렁뚱땅 대했다가는 금세 가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구나 혼인을 한 두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꽃동이나 꽃신처럼 쉽게 가볍고 허황된 것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굶주림이나 보릿고개와 같은 삶의 역경과 고비를 넘겨야 할 때도 있을지 모른다. 또 관계에 있어 쉽게 고양이눈썹을 뽑아 속이듯 아무런 노력이나 진실성 없이 술수를 써서 상대를 대한다면 그 거짓 또한 금방 탄로 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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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에서는 노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도 역시 조력자로서 몇 노인들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그들에게는 오랜 연륜과 경험으로 축적된 지혜로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할머니의 엉덩이 밑에 숨어 호랑이눈썹을 구하는 과정은 노인들 아래에서 겸손히 고개 숙여 그들이 어떻게 호랑이를 다스리는지 배우라는 의미로 보인다.  

 

그것은 결국 짐승 같은 남편을 길들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관계란 안과 밖이 모두 거짓됨 없이 신뢰에 기초한 결연이 되어야만 하고 지금까지 각시가 겪어온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냈을 때 그 관계는 진실하고 견고한 사랑이 되어 두 사람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

 

간혹 남자들 중에는 나막신처럼 질박하고 진실된 아름다움보다 꽃신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여자들을 좇다가 삶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신선비는 내면을 잘 볼 수 있는 사람이라, 시합에서 헌 각시가 이긴다는 의미는 이런 삶의 참된 이치를 신선비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미 구렁이였을 때부터 막내딸을 알아보고 선택한 이유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관계 맺기와 지속에 관한 주제를 떠올리면‘구렁덩덩신선비’와 함께 생각나는 옛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머슴 고유와 좌수의 딸’이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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