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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한 얼 0 739 2016.11.22 15:51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자나 사탕을 나누어 받던 날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뉴질랜드로 오니 차원이 다른 축제성을 자랑해 당황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10월이 되기도 전부터 온 사방을 치장하는 해골과 거미줄 장식하며, 벌써부터 할로윈 때 입을 코스튬을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호박, 호박, 또 호박! 처음엔 할로윈이 호박을 죄다 추수해버리는 날이었던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8월부터 호박이 사방에 널려 있어 넌더리를 낸다. 하다못해 동네 카페에 가도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팔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다. 호박에 딱히 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로윈. 모든 성인의 축일 (All Hallow’s Eve). 성야제.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는 날에서 기원했다는 전승만 조금 알고 있을 뿐, 그게 현대에 들어서는 그저 또 하나의 축제가 된 과정은 평범하면서도 신기하다. 사람들은 역시 뭐든 놀기 위한 소재로 잘 활용한다는 감탄, 그리고 거기에 담긴 낭만주의와 쾌락주의가 뿌듯하게까지 느껴진다는 것 정도.

 

하지만 솔직히,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은 처음 뉴질랜드에 왔던 내겐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코스튬을 차려입고 사탕이나 과자를 얻으러 다닌다니. 그것도 초면인 집에, 아이들만 따로 다니면서 (물론 이 부분은, 후일 너무 어린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납득했다)? 그 과자나 사탕 따위에 뭘 넣었을지 어떻게 알고? 거기다가 할로윈이면 꼭 벌어지는 검은 고양이 학대 사건이니, 사탕을 깠더니 면도날이 나왔다느니 하는 반은 루머, 반은 실제인 흉흉한 소문을 보고 기가 차기도 했다. 물론 뉴질랜드에서야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유희를 즐기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순진성, 그리고 무조건적인 믿음이 필요한가보다.

 

트릭 오어 트릿은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받는 것도 조금은 무섭다. 낯선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는 건 곤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탕을 주지 않는 집에 날계란(!)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지레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첫 할로윈이 그랬었다. 사탕이며 과자를 준비해놓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주었지만, 그래도 모자랐던 건지 오후 3시쯤 되자 다 동이 나버렸다. 하필이면 그날은 평일이었고, 그래서 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압권이었던 건 (당시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었다) 거실 창문에서 보이는 길거리의 끝까지 가득 메운 아이들의 행렬이었다. 사탕은 다 떨어졌는데, 마침 집에는 나 혼자였고...

 

결국 모든 커튼을 치고 창은 다 닫은 뒤 문도 굳게 걸어잠그고, 필사적으로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교실 둘은 꽉 채울 법한 머릿수가 우수수 달려와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건지 금방 돌아갔다.

 

좀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였고, 그 뒤로 할로윈이나 트릭 오어 트릿에 대한 반감은 좀 남았지만 요즘엔 개인적인 이유나 종교적인 믿음 때문에 할로윈을 축하하지 않는다고 써붙이는 집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계란을 던지기보단 그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일까. 무조건 남을 믿는, 그런 축제마저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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