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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백산 골프클럽

김운용 0 1,001 2016.10.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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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6도였다. 동토의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14년 2월 초였다. 경험해보지 못한 강추위였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필자는 2013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골프장 총지배인 총회에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 필자에게 ‘중국 골프의 굴기’라는 내용의 강연을 요청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리조트 경영 고문 겸 골프장 총괄로 스카우트돼 현지에 부임하게 된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각오는 있었지만, 전날 베이징 호텔에서 온갖 상념 탓에 길고 긴 밤을 보냈다.

 

다음날 서둘러 베이징 공항으로 갔지만 현지 기상악화 탓에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시간 30여 분 지연된 뒤에야 비로소 ‘장백산(한국명 백두산)행’ 비행기가 이륙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눈으로 덮여 온통 하얀 세상이다. 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풀었지만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로 만감이 교차했다. 이튿날 전 직원이 참석한 대강당에서 “내가 왜 여기에 왔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강의를 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 장백산 국제 리조트를 운영하는 완다 그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의 부동산 그룹이다. 20㎢(600만 평) 부지에 200억 위안(3조6000억 원)을 투자해 골프 코스 54홀, 스키 슬로프 43면, 세계 유명 호텔 9개 체인에 2700객실, 그리고 온천, 대공연장, 워터파크 등 전천후 휴양시설을 갖췄다. 이 리조트 건설과 함께 장백산 공항이 만들어졌다.  

 

2014년 5월 문을 연 이 리조트는 중국 골프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발 800m여서 여름 평균 기온은 20∼25도. 골프를 즐기기엔 최적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골프 시즌이고, 나머지는 스키 시즌이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백화(white birch) 코스는 18홀(파72·7368야드). 북방 지역의 키 큰 수목 백자작이 페어웨이와 그린의 뒷부분을 병풍처럼 감싸듯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 수를 세다가 현기증을 느꼈을 만큼 개체가 많고 밀도가 높은 백자작 생태 공원이다. 4번 홀이 가장 아름다우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떠올린다.  

 

겨울 동안 눈의 무게를 견디며 침묵으로 봄을 기다려온 백자작이 축 늘어져, 마치 골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 같았다. 

 

로버트 트랜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송곡(red pine) 코스는 36홀이다. 동 코스(파72·7253야드)는 회원제 코스로 페어웨이에 벤트 그라스를 심었다. 그린 주변으로 벙커가 밀집해 있고 해저드가 많은 도전적인 코스로 설계됐다. 그린 주변에 조성된 숲은 마지막 퍼팅을 기다리는 숨죽인 갤러리와 같다. 그린 위에 서서 잠시 귀 기울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 숲 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15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백두산 정상을 바라보며 티 샷을 날리는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서 코스(파72·7101야드)는 켄터키 블루라는 양잔디를 심어 동 코스와는 다른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퍼블릭 코스답게 우호적이고 관대하게 설계된 것 같았다. 하지만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른쪽으로 휜 홀로 티 샷을 깊은 계곡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세컨드 샷은 페어웨이 중간에 버티고 있는 아름드리나무를 피해야 한다. 그린까지 오르막이지만 그린을 넘겨 치면 볼은 계곡으로 흘러가도록 돼 있다. 서 코스의 백미는 16번 홀이다. 티잉그라운드는 그린보다 30m 높은 파 3홀(150야드)이다. 그린이 길고 좁은 데다 왼쪽은 그린 바로 아래 50m나 되는 낭떠러지가 숨어 있다. 

 

장백산 골프클럽은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았다.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온 자연의 보고였다. 수려한 자연 경관에 취하기에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읊조린 어느 골퍼의 ‘하소연’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인천공항에서 다롄이나 선양으로 건너가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타면 ‘장백산’ 공항으로 갈 수 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9월 초 단풍이 절정이다.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4박 5일 코스는 항공료를 제외하면 100만∼130만 원 정도다. 일반적으로 경기보조원을 캐디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뚜자 주리’라고 부른다. ‘뚜자’는 휴가, ‘주리’는 보조, 지원이란 뜻이다. 공항 마중에서 출국할 때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백두산은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백두산은 리조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조선 중기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백두산은 일국의 눈썹처럼 생긴 산이라고 했다. 그는 산정상에 둘레가 80리나 되는 큰 못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천지다. 천지의 물은 서쪽으로 흘러 압록강, 동쪽으로 흘러 두만강이 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남으로 길게 뻗은 땅이 한반도다. 백두대간의 시작인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우리 땅이 아닌 중국 땅을 통해 등정하다니 가슴이 먹먹했다. 

 

관광 가이드는 “백두산이 백두산인 것은 ‘백번 올라가야 두 번’ 정도 천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만큼 정상의 기후 변화가 심해 천지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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