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슬픔의 힘

0 개 1,368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김 진경  

 

욕망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긴 하지만 

욕망은 세상을 멸망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 그릇의 밥을 끊이는 불이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듯이 

그렇게 무언가 불길한 것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이 

사랑하는 이들의 잠자리를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금 숲가에 서 있는 나의 적막한 한순간까지도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 저 밤나무 뒤편으로 우거진 숲이 

나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불은 더 이상 

우리를 감추면서 드러내는 빛이 되지 못한다. 

 

우리에게 불은 위험이며 재난의 표지일 뿐 

우리 사랑의 작은 불꽃에서조차 

우리는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의 위험을 느낀다. 

숲은 제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잠잠히 이 재난을 거부한다. 

 

나는 숲가에 발을 멈춘다. 

숲은 나를 거부하며 말하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불꽃은 세상의 끝에 닿아 더 이상 태울 게 없을 때까지 

멈추지않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너무 늦기 전에는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내 슬픔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밤나무 숲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숲은 여전히 우리의 재난을 거부하지만 

또한 우리의 슬픔을 받아들인다는 듯 

내 이마에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나는 밤나무 가지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불길이 세상의 끝까지 태우는 것보다 더 큰 재난은 

우리 작은 사랑의 불에서조차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보는 거라고 

밤나무 가지 사이에서 누군가 나에게 속삭인다. 

슬픔이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끄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태우는 불길로부터 

작은 사랑의 불을 지킬 수는 있을 거라고 

그래서 때로 우리가 은은히 빛날 수도 있을 거라고. 

 

우리가 물이 되어

댓글 0 | 조회 2,939 | 2022.12.21
시인 강 은교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더보기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댓글 0 | 조회 2,601 | 2018.09.14
김중식밤늦게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 더보기

어안魚眼을 읽다

댓글 0 | 조회 2,548 | 2015.11.11
글쓴이: 이 운룡 오른 눈 망막출혈 수술 후 갑자기 사람의 늙음이 환해졌다. 벽지가 왼눈은 누렇게 오른 눈은 하얗게 보인다. 눈이 맑아지니 헌것은 헌것이고 새것은… 더보기

오래된 서적(書籍)

댓글 0 | 조회 2,311 | 2022.11.09
시인 기 형도내가 살아온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아무도 들여다 보지않는 질서속에서, 텅빈 희망 속에서어찌 스스로의… 더보기

'제 1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공모전'에 대한 심사평

댓글 0 | 조회 2,288 | 2016.12.21
♠ 오클랜드 문학회에서 주최한 ‘제 1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공모전’ 당선작에 대한 시인 김용택님의 심사평입니다. ♠안녕하세요.머나 먼 만리타국에서 고국을 생…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

댓글 0 | 조회 2,262 | 2018.03.14
김승희아침에 눈을 뜨면 세계가 있다.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당연의 세계는 왜, 거기에,당연… 더보기

슬픔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2,196 | 2020.04.21
시인:정 호승슬픔을 위하여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첫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그 …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2,169 | 2015.11.25
글쓴이: 최 재호 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 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 희망의 늦잠을 깨우며 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 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더보기

뼈아픈 후회

댓글 0 | 조회 2,166 | 2020.09.23
시인 황지우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리고 가는것; 그 징표 없이는진실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사람들어… 더보기

손에 대한 예의

댓글 0 | 조회 1,997 | 2015.12.10
지은이: 정 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더보기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댓글 0 | 조회 1,955 | 2022.06.15
시인 박철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가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 더보기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댓글 0 | 조회 1,934 | 2016.04.28
글쓴이: 이준관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시골 버스를 탄다시골버스에서는사람 냄새가 난다.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낯모르… 더보기

y거나 Y

댓글 0 | 조회 1,866 | 2016.02.10
글쓴이 : 유 지소 나무란 나무는 모두 y거나 Y; 일평생 새총을 만든다 떡잎부터 고목까지 나무는 나무로부터 새를 날려버리기 위해 y거나 Y; 새총전문제조자가 되… 더보기

이런 신발

댓글 0 | 조회 1,861 | 2021.10.13
시인: 주영국의사당을 나서는 대통령을 향해신발이 날아갔다 남루한 생의바닥을 핥던 낡은 구두였으나그는 지독스런 보수주의자였다고향의 토굴에서 미군 중사에게사로잡힌 후… 더보기

나와 세상 사이에는

댓글 0 | 조회 1,819 | 2016.05.25
글쓴이: 신 경림철물점 지나 농방(籠房) 그 건너가 바로 이발소엿도가에 잇대어 푸줏간 그 옆이 호떡집, 이어여보세요 부르면 딱부리 아줌마 눈 부릅뜨고어서 옵쇼 내… 더보기

측백나무 그 별

댓글 0 | 조회 1,769 | 2016.08.24
글쓴이 :정 병근비 온 다음날 측백나무 갈피에한 무더기 별이 내려앉았다왔으니 살아야 한다삼천대천을 날아겨우 불행의 연대에 도착한 것들여기는 기억의 피가 도는 땅이… 더보기

제3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 발표

댓글 0 | 조회 1,756 | 2020.10.13
오클랜드문학회와 뉴질랜드 한국교육원 주관한 제 3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 발표[최우수상]시 부문 : 예재민 ‘법칙’에세이 부문 : 정하영 ‘곰돌이의 꿈’… 더보기

종로, 어느 분식점에서 아우와 점심을 하며

댓글 0 | 조회 1,725 | 2020.05.12
시인: 황 지 우국수 두 그릇과 다꾸왕 한 접시를 놓고 그대와 마주앉아 있으니아우여, 20년 전 우리가 주린 배로 헤매던서방 고새기 마을 빈 배추밭이 나타나는구나… 더보기

혼례

댓글 0 | 조회 1,709 | 2018.05.13
복 효근이른 아침 미나리아재비꽃대에 갈고리나비 한 쌍 신혼방을 차렸다미나리아재비꽃망울 솜털이 가늘게 떤다꽃에서 꽃으로 날며꽃들이 피어나는 허공쯤에 문패를 걸고자갈… 더보기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댓글 0 | 조회 1,707 | 2019.04.10
시인 : 문정희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사골을 넣고 세 … 더보기

흰 바람벽이 있어

댓글 0 | 조회 1,695 | 2016.08.11
글쓴이 : 백석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 더보기

레몬

댓글 0 | 조회 1,693 | 2016.05.12
글쓴이: 김 완수레몬은 나무 위에서 해탈한 부처야그러잖고서야 혼자 세상 쓴맛 다 삼켜 내다가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 맛 좀 봐라 하고복장(腹臟)을 상큼한 신트림으로… 더보기

오행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88 | 2016.03.23
글쓴이: 최 재호어느 수요일 아침 호수에 얼굴을 비추다한 나무 그림자를 본다하늘로 뻗을 생명의 기운도물에 뿌리가 박혀있다 어느 금요일한 목수가 도끼로그 나무를 찍… 더보기

그 사람을 가졌는가

댓글 0 | 조회 1,658 | 2020.03.24
시인: 함 석헌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더보기

어머니의 그륵

댓글 0 | 조회 1,634 | 2016.02.24
글쓴이: 정 일근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