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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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

0 개 2,657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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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는 지난 2013년 골프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 중 58위에 올라 있는 곳이다. 

 

필자가 TPC 소그래스를 방문한 것은 2010년 1월이었다. 이곳은 한겨울에도 휴양지답게 따뜻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불행하게도 필자가 갔을 땐 이상 기후로 눈이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져 추위와 싸우며 라운드를 했다. 

 

1980년 개장한 TPC 소그래스는 ‘100달러 베팅’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70년대 말 PGA투어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은 PGA투어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홈 코스를 물색 중이었는데 그의 눈에 소그래스CC가 들어왔다. 

 

비먼은 소그래스CC의 오너 찰스 코브에게 “골프장을 PGA투어 홈 코스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비먼은 굴하지 않고 “소그래스CC 바로 옆에 있는 습지대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코브는 “그게 현실이 되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TPC 소그래스는 문을 열었고 코브는 약속대로 비먼에게 100달러를 내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이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비먼이 코브에게서 받은 100달러 지폐가 걸려 있다. 쓸모없던 습지대가 세계적인 명코스로 탈바꿈되면서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개최지로 유명해지고, 폰테 베드라 비치는 골프 명예의 전당 등이 있는 골프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곳엔 골퍼들을 ‘울고 웃게’ 하는 묘미가 있다. 현존 최고의 코스 설계가로 평가받는 피트 다이가 설계한 이곳의 코스 레이팅은 76.8이나 될 만큼 어렵다. 싱글 핸디 캐퍼인 필자가 8번 홀에서야 처음으로 파를 잡았을 만큼 녹록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홀을 되짚어 보면 먼저 6번 홀의 티잉 그라운드 앞을 교묘하게 가로지르는 나무가 생각난다. 고난도 기술 샷을 하지 않으면 티샷은 나무에 걸리고 만다. 피트 다이 코스의 특징 중 하나는 16, 17, 18번 홀을 무척 어렵게 만들어 토너먼트의 마무리를 ‘드라마틱’ 하게 만드는 데 있다. 

 

고행의 시작인 16번 홀(파5·523야드)은 2003년 데이비스 러브 3세가 194야드 남은 거리에서 6번 아이언 훅 샷으로 이글을 잡으며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골프장은 기념 동판을 만들어 당시의 감동을 기록해 놓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7번 홀(파3·132야드)은 TPC 소그래스의 백미다. 정확한 샷이 아니면 볼은 그린에 안착하지 못하고 곧바로 해저드로 빠진다. 콧대 높은 선수들을 울고 웃게 만든 이곳에서 필자 역시 세 번만에 온 그린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린까지 이어진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18번 홀(파4·462야드)은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이 밖에도 손가락 모양으로 조성된 ‘핑거 벙커’와 아일랜드 그린, 홀마다 배치된 수많은 해저드와 페어웨이 주변에 펼쳐진 벙커들까지 라운드 내내 아쉬운 한숨을 토해내게 했다. 

 

이것이 피트 다이가 만든 코스의 진수였고, 그래서 코스 이름을 ‘스타디움’으로 지었다는 설명에 공감할 수 있었다. 갤러리들이 경기를 잘 지켜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고,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선 ‘골프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자랑스러운 최경주와 박세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TPC 소그래스는 클럽 곳곳에서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에 대한 예우를 아끼지 않는다. 진입로 양편으로 역대 우승자의 캐리커처가 들어서 있다.  

 

또 클럽하우스 앞 국기 게양대에 챔피언의 국기를 내거는 전통을 갖고 있다. 아쉽게도 필자는 최경주 우승(2011년) 전에 방문해 태극기가 걸린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TPC 소그래스 바로 옆에는 ‘골프 명예의 전당’이 있는데 박세리의 흉상을 볼 수 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16개 국 선수들의 국기 속에 태극기가 당당히 펄럭이고 있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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