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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캘리포니아 사이프러스 포인트

김운용 0 1,112 2016.07.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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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반도에 위치한 페블비치는 해양성 기후다. 연중 15∼20도를 유지하는 쾌적함 덕에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몬테레이 해변은 160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50년이 지나 스페인의 탐험가 비즈카노가 처음 상륙한 곳이다. 해변은 탐험가를 후원한 스페인의 몬테레이 공작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스페인 식민지의 중심지가 되었다가 1821년 멕시코의 영토를 거쳐 20년 후 다시 미국의 영토가 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페블비치에서 필자와 함께 라운드했던 미국인으로부터 세계 2위인 사이프러스 포인트가 인근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골프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 솔직히 영어로 대화하는 데 익숙지 않았던 필자는 처음 듣는 생소한 골프장 이름을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다. 당시 몬테레이 해변을 따라 ‘17마일 드라이브 도로’를 운전하면서 나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매료돼 구경하려 했지만 정문에서 쫓겨 나왔던 적이 있는데 4년 뒤에야 그곳이 사이프러스 포인트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사실은 몬테레이 반도 인근에 이민을 와 정착했던 김동평 시인 겸 화백의 초청으로 2005년 방문할 때 알게 됐다. 

 

이곳은 매년 골프장 직원의 가족을 초대하고, 라운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 동네 주민이던 김 시인이 행운의 티켓을 얻었고, 필자를 초대해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코스 길이는 6524야드. 남성은 파72, 여성은 파74로 성별에 따라 코스레이팅을 달리 적용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대개 인코스와 아웃코스에 2개씩 배치되는 파5 홀은 2, 5, 6, 10번 홀로 전반부에 구성돼 있다. 특히 5, 6번은 파5 홀이 연속해 배치됐다.  

 

인코스에서는 15, 16번 파3 홀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일반적인 설계 관행을 지양하고 지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려 재미있고, 드라마틱하게 홀을 꾸몄다. 전반 9홀은 모래 둔덕과 사이프러스 숲 속을 지나고, 후반부 13번 홀부터는 웅장한 태평양을 볼 수 있다. 홀마다 은빛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파3 15번 홀은 짧다. 그런데 바다 가운데 떠 있는 그린을 향해 샷을 날릴 때 착시 현상으로 실수를 연발하는 골퍼들이 많다. 

 

또 하나의 파3 홀인 16번 홀의 경우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아찔한 절벽 끝에 티를 꽂은 뒤 한 번쯤 고민해야만 한다. 비거리가 부족하거나 모험을 꺼린다면 좌측으로 안전하게 140야드 지점의 페어웨이로‘레이업’을 해야 한다. 멋진 드라마를 꿈꾼다면 230야드의 태평양 파도 위를 넘기는 도전을 즐길 수도 있다.  

 

좌우에는 벙커가 포진해 있는 데다 예측불허의 바닷바람 탓에 실력과 운도 따라야 한다. 필자는 3번 우드로 친 티샷을 그린 에지 부분에 떨어뜨렸고, 잘 붙여 파를 잡아내며 동반자에게 우쭐대던 추억이 있다. 

 

 

이 홀에 얽힌 에피소드. 닉 팔도의 ‘가짜 홀인원’사건이었다. 연습 라운드에서 팔도는 3번 우드로 생애 첫 홀인원을 작성했다. 그런데 사실은 앞 조의 잭 니클라우스가 안개 속에서 볼을 홀에 집어넣고 장난을 쳤던 것. 이 사실을 몰랐던 팔도는 이후 “가장 어려운 홀이 아니라 가장 쉬운 홀”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단다. 하지만 니클라우스가 아주 먼 훗날에서야 입을 열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라운드를 끝낼 무렵 해가 수평선에 걸려 있는 풍광에 취한 김 시인이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저물녘’으로 이름을 붙였다. 갯벌에 주저앉은/물새/모랫벌이 자리 펴는/파도/수평선에 매달린/저녁해/귀가 열리는 /초승달/바다의 작은 뭇 거 보듬어/바위/끼룩 끼룩 미소 지으며/기러기 한 쌍.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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