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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닝데일골프클럽

김운용 0 1,321 2016.05.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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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2시간의 비행 끝에 런던 공항에 내렸다. 필자에게는 태어나서 첫 유럽여행이었다. 필자의 세계 100대 명코스 순례가 시작된 곳이 바로 서닝데일이었다. 서닝데일은 영국 최고의 사교클럽이다. 서닝데일은 본래 ‘주름 잡은 옷’이라는 뜻으로, 1920년대 당시 유행했던 ‘골프용 재킷’을 통틀어 그렇게 불렀다. 

 

20세기 초 영국의 골프장은 대개 바닷가나 링크스 랜드에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골프장들은 런던에서 너무 멀었다. 귀족들과 부자 100명이 기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런던 서부 외곽 버크셔 지역의 소나무 숲을 찾아냈다. 이곳은 케임브리지의 세인트존스대가 소유한 땅이었다.  

 

1901년 두 차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던 윌리 파크 주니어가 파70, 6627야드로 ‘올드코스’를 완성시켰다. 

 

1922년에는 서닝데일의 첫 번째 캡틴이자 파인밸리 설계를 도운 해리 콜트가 신코스를 만들었다. 신코스는 올드코스보다는 벙커가 작고, 페어웨이도 넓게 만들었지만 거칠고, 도전적인 코스였다.

 

36홀로 운영 중인 서닝데일은 세계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히는 파인밸리와 비슷하게 자연 친화적이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폭격으로 생긴 구덩이들이 아직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벙커 에지에는 풀이 무성하고 작은 나무들도 자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특히 파3 홀인 4번(156야드), 8번(168야드), 13번(185야드), 15번(222야드) 홀은 거리가 다양하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페어웨이 중간 지점에 5개의 벙커가 대각선 방향으로 늘어서 있는 14번 홀(파5)과 9개의 벙커가 목걸이 모양으로 그린 앞을 지키고 있는 16번 홀(파4)은 이곳의 백미다. 

 

특히 올드코스 18번 홀 그린과 클럽하우스 옆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떡갈나무는 110년 골프역사를 대변하는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황야에서 자라는 관목인 헤더(heather) 숲을 넘겨야 하는 홀도 많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103개의 벙커는 골퍼들의 인내심을 ‘시험’ 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접한 이곳 캐디의 서비스는 필자를 난감하게 했다. 

 

남자 캐디는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은 듯 술 냄새를 풍겼다. 롱 퍼팅을 준비하려는데 담배를 피우며 깃대를 잡고, 볼이 핀에 가까이 다다르자 발을 굴러주었다. 

 

볼을 닦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그냥 넘기기 일쑤였다. 동반한 영국인은 당연하다는 듯 웃어넘기고 말았다. 쉽지 않은 코스, 당혹스러운 캐디 서비스에 잠시 흔들렸지만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보이는 연보랏빛 헤더의 숲이 충분한 마음의 보상을 주었다.  

 

서닝데일은 잉글랜드 내륙 골프장 중에서는 최고의 명문 코스로 꼽히는데 링크스 코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지는 못했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은 3차례나 열렸다. 

 

2001년 박세리가, 2008년 신지애가 이곳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인연이 있다.

 

이곳의 일화 중 하나. 1926년 이곳 올드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 예선이 열렸을 당시 보비 존스가 66타를 쳐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존스는 아웃코스에서 33타, 인코스에서도 33타를 기록했다. 33차례의 풀 샷과 33번의 퍼트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자 존스는 “이 코스를 우리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극찬했다. 

 

골프장은 그의 퍼펙트 게임 스코어 카드를 액자에 담아 지금도 그날을 추억으로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세계 100대 코스 대항전인 월드클럽챔피언십에 참가했던 서닝데일 대표팀이 역사적인 기록 사본을 증정하기도 했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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