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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한얼 0 1,105 2016.03.24 14:06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할 때면 항상 재즈를 배경음악으로 삼는다.

 

재즈의 3-5-7 반음 낮춤과 불규칙적인 비트는 언제 들어도 신선하다. 생활이, 사는 것 자체가 1-2-3-4의 리드미컬한 박동에 익숙해져서 일까,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선율의 신호 같다.

 

가장 즐겨 듣는 스탠다드 재즈는 블루 문(Blue Moon)일 것이다. 여러 가지 버전을 들어보았지만 제일 좋아하는 버전은 역시 줄리 런던(Julie London)이 부른 커버일 것이다. 제일 처음에 들었던 블루 문이었고, 그런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외로운 기타 선율에 커피 같은 (들어보면 안다. 굳이 비유하자면 줄리 런던의 목소리는 설탕과 우유를 조금씩 넣은 부드러운 커피 같은데, 블루 문에선 유독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진한 블랙 커피 같다) 여성 보컬. 감미롭다, 같이 평범한 표현 밖에 쓸 수 없음이 작가 지망생으로서 몹시 모멸스러울 정도로 그 목소리는 아름답다. 듣기 쉽고, 듣기 좋아서 상냥하고.

 

Something’s Gotta Give도 매우 좋아하는 재즈곡 중 하나인데, 이건 단연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버전만을 고집한다. 경쾌하면서도 너무 빠르지 않아 부드럽게 귀에 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밝은 분위기는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잔잔함과 동시에 그런 발랄함을 살릴 수 있는 보컬이라 경탄스럽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특징이다. 목소리 자체엔 변함이 없는데도, 노래의 곡조와 박자에 따라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살려낸다).

 

반대로 격렬함을 느끼고 싶을 땐 무조건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다. 그야말로 기타 리프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처럼 엄청난 기교와 음량을 뿜어내는데,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게 되면서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그 압도적인 가창력이라니. 인간 관악기라는 표현을 이해 시켜 주고픈 사람이 있다면 우선 엘라 피츠제럴드의 원 노트 삼바(One Note Samba) 라이브 공연을 보라고 할 정도로 그녀는 내게 있어 존경의 대상이다. 그 어떤 음도 절대, 함부로, 허투루 내뱉지 않는 아름다움이.

 

캡 캘러웨이(Cab Calloway)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여성판 같은 느낌이다. 기교나, 목소리의 분위기가 비슷해서이리라. 대체로 단조이면서도 음울함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느낌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그가 부른 곡들 중에선 세인트 제임스 인퍼머리 블루스(St. James Infirmary Blues)를 제일 좋아한다. 느릿느릿하고 언뜻 보면 죽은 연인을 애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떠나간 연인을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사가 일품이다.

 

디나 쇼어(Dinah Shore)의 성숙하면서도 싱그러운 목소리, 페기 리(Peggy Lee)의 시니컬한 기교까지 재즈의 황금기에 나왔던 목소리들은 - 특히 여성들은 -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빅 밴드와 스윙 재즈도 그렇고. 현대의 재즈는 결코 흉내낼 수 없을, 혹은 흉내를 내려면 매우 힘들 어떤 정서나 한이 서려 있기까지 한 감동을 준다. 단순히 그 시대의 사회상이 끼친 영향이라기엔, 그 너머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강렬한 떨림과 달콤씁쓸함이 동시에 들어간 음성. 가끔 음질이 좋지 않은 녹음본을 그대로 들을 때면 지직거리는 잡음과 안개 같은 겉소리가 끼어 있지만 그것도 분위기를 고즈넉하게 만들어준다.

 

재즈에 대해서라면 몇 페이지고 쓸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쓰기엔 여백이 너무 부족하므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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