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0 개 2,183 김지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떤 시인의 시 제목이다. 시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무척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물동에 담겨 있는 맹물이 예수님의 기적으로 최고급 와인으로 변한 성경 구절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시였다.

 

이 시의 내용이 가슴으로 사는 한 해를 다짐한 나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다. 가슴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일인데, 하루에도 수 만 번 이상 들락날락 거리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겠다고 다짐한 내 심장도 참으로 강심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서 심장 스페셜 닥터를 만났는데, 심장이 무척 크다고 하면서 그래서 펌프질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살면서 심장만 커졌지 심장 근육 기능은 오히려 더 약해져 버린 것이다. 이런 약한 심장으로 강심장 노릇을 해왔다니, 안아줘야 할지 쓰다듬어줘야 할지.......

 

오쇼 라즈니쉬 글 중에 크게 공감이 가는 글귀가 있었다. “일단 그대가 살고 있는 고통을 깨닫게 되면 그대는 그것을 버릴 것이다. 내가 말해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그대는 즉시 밖으로 나온다. 방법이 필요 없다. 방법에는 시간이 필요 하다. 이성이 자살하도록 도와라. 가슴 속으로 떨어져라. 사랑과 기도, 명상이 그대 세계의 중심이 되게 하라.” 

 

요즘 내가 하는 수행이 무조건 인정하는 일이다. 세상이 내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인정을 해왔었다. 그런데 세상이 내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이성적인 생각이 아니던가?

 

오쇼 라즈니쉬의 가르침처럼 이성이 자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내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성이 자살하도록 돕는 일이겠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저 맹물처럼 나에게 다가온 모든 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철 스님이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 어떤 것에도 분석하고 토를 달고 생각하지 말고 이성을 자살시켜야 머리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불타고 있는 내 집에서 정신없이 뛰쳐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양자물리학과 영성에 대한 서적들과 다큐멘터리들을 뒤적이고 성경을 읽어가면서 내 나름대로의 영성을 공부한다는 허영심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착각 속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방법을 구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시간이 영원히 나 자신을 위해 기다려주지도 않거니와 시간을 도둑맞을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 불 속에서 타죽지 않으려면 생각 없이 무조건 뛰쳐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방법을 궁리하는 동안 불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르게 되어 탈출할 길만 막아선다.

 

사랑해야 한다. 내 몸부터 사랑해야 한다. 그동안 사랑하지 못했었던 내 몸을 보듬고 쓰다듬어 주면서 아낌없이 사랑해야 한다. 살아오는 내내 채찍질만 해왔었던 몸에 용서를 구하고 그동안 애 써준 몸에 감사하면서, 멍든 곳과 단단하게 뭉친 곳 아픈 상처들을 고루고루 살피면서 고마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사랑해야 한다.

 

매일 온욕으로 내 몸을 풀어주게 된 것은 내 몸의 요구였던 것이다. 그 요구대로 마음이 움직여서 온욕을 하였고, 그 덕분에 심장의 기능에 비하여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온욕을 하면서 눈을 막고 있었던 콘택트렌즈를 벗게 되었고, 귀가 열리고 있었다. 이제는 코가 제대로 뚫려야 하는 것이다.

 

온욕 중 호흡에만 신경을 쓰면서 내가 한 콧구멍으로만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동안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생각에만 신경을 쓰느라 내 한쪽 콧구멍이 막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 지냈던 것이다. 

 

물론 심장이 커 진 것이 코 때문이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그밖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호흡의 중심인 심장 덕분에 양쪽 코로 숨을 쉴 준비를 하게 되지 않았는가?

 

한동안 따끈한 물속에서 호흡을 하면서 지낼 거 같다. 물과 내가 하나가 되어 물과 함께 호흡을 해나가다 보면 맹물이 되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가슴이 될 수 있으리라. 이 모든 것이 감사와 사랑으로 다가온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나 자신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댓글 0 | 조회 1,915 | 2016.06.22
이 글을 적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오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칼럼은 우리 모두가 나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에게 쓰는 글이기에 거짓 없이 내 가슴을… 더보기

백만 송이 장미

댓글 0 | 조회 3,125 | 2016.06.09
심수봉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은 라트비아의 민요로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이다.가사 내용은 ‘백만 송이 장미’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강대국에 나라… 더보기

땜빵 인생

댓글 0 | 조회 1,771 | 2016.05.26
겨울은 햇볕에 대한 감사가 한층 커지는 계절이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요즘의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햇볕 쬐기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파란 하늘을 바라 보면… 더보기

덕의 창고

댓글 0 | 조회 1,659 | 2016.05.12
내 안에 덕의 창고가 있다면 그 안에 덕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 쌀 가마니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덕이지만, 덕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더보기

백만 불짜리 미소

댓글 0 | 조회 1,455 | 2016.04.28
며칠 전에 소설책을 버스에 두고 내린 적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하가시노 게이고의 한국어 번역판 소설인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던 소설이… 더보기

특별한 인연

댓글 0 | 조회 2,529 | 2016.04.14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니 참 여러 스승을 거치면서 지내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스승이었지만, 그 중 특별한 인연으로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지침을 세워… 더보기

덤의 인생

댓글 0 | 조회 2,486 | 2016.03.24
가다, 오다, 하다, 피다......, 등의 동사들은 감, 옴, 함, 핌...등으로 ‘다’를 빼고 미음(ㅁ) 받침을 붙이면 동사와 같은 뜻의 명사가 된다. 헌데 … 더보기

You are young

댓글 0 | 조회 2,201 | 2016.03.10
유난히도 더웠었던 짧은 여름을 보내면서 감기에 걸려 고생을 좀 했다. 한 달 내내 기침이 심한 것도 아니면서 열도 없이 시름시름 아팠었다. 화끈하게 아픈 것보다 … 더보기

말을 잘해야 잘 살겠지

댓글 0 | 조회 1,728 | 2016.02.25
방송인 전현무가 자신의 말실수를 돌아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실수 때문에 겪었던 고초가 심했었나 보다. 말재주가 … 더보기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2,184 | 2016.02.1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어떤 시인의 시 제목이다. 시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무척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물동에 담겨 있… 더보기

거꾸로 된 습관

댓글 0 | 조회 1,738 | 2016.01.28
어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던 내 습관 중 몇 가지가 정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러 바꾸려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몸이 스스로 내 습관을 바꿔 나… 더보기

가슴으로 맞이하는 새해

댓글 0 | 조회 2,226 | 2016.01.14
나에게 있어서 작년 한 해는 모든 것들을 정리하는 해였던 거 같다. 나의 거울인 남들에게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정리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나 자신에게 글을 쓰기로… 더보기

내 안의 무지개

댓글 0 | 조회 1,847 | 2015.12.23
요즘 나는 낱말풀이 놀이에 푹 빠져있습니다. 난센스 적으로 낱말을 풀이하는 것인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 번 시작하면 몇 개의 낱말을 줄지어서 풀어보게 됩니다.… 더보기

평생 교육

댓글 0 | 조회 2,235 | 2015.12.10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는데,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의 형태에 따라 … 더보기

전체와 부분

댓글 0 | 조회 2,068 | 2015.11.26
인간관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것처럼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시각이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 더보기

통나무와 수영선수

댓글 0 | 조회 1,397 | 2015.11.12
뉴질랜드교육 중에서 수영이 참 중요한 수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섬나라이기에 수영을 배우는 것은 취미를 넘어서 생존을 위한 교육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세 딸들… 더보기

첫째가 꼴찌가 되는 세상

댓글 0 | 조회 2,071 | 2015.10.29
성경 속에 예수님이 첫째와 꼴찌에 대해서 쓴 구절이 있습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거라는 말씀이었지요. 첫째와 꼴찌가 뒤바뀔 거라는 말이었는데,… 더보기

귀여운 어머니

댓글 0 | 조회 1,645 | 2015.10.15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와 어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내 동생이 이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어머니께 보낸 선물을 잘 받으셨다는 전갈이었습니다. 팔순을 훌쩍 넘… 더보기

중년의 비애도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2,166 | 2015.09.24
7년 전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동생이 한국으로 가서 산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아들도 볼 겸, 여권 발급도 필요해서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처음 산 내 우산

댓글 0 | 조회 2,668 | 2015.09.10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 이제껏 우산 없이 살았습니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워낙 비바람이 세찬 이곳에서 우산을 쓰는 것보다는 우비를 입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 더보기

108번의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댓글 0 | 조회 1,736 | 2015.08.27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절은 심신양면으로 건강하게 해주는 좋은 습관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108번… 더보기

봄의 전령사

댓글 0 | 조회 1,763 | 2015.08.12
하얀 은방울이 조롱조롱 달린 것 같은 예쁜 꽃이 수줍은 소녀처럼 고개를 숙이며 우리 집 정원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렸습니다. 실 목련도 뒤질세라 하얗게 웃으며 봄… 더보기

뿌린 대로 거둔다!

댓글 0 | 조회 2,393 | 2015.07.29
드디어 큰애가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2년 동안 원어민 교사를 하다가 뉴질랜드로 돌아오기 전에 취득한 운전면허증을 지갑 속에 넣어두고만 있었는데, 그 면허… 더보기

남십자성이 전해주는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68 | 2015.07.15
가족이 사랑을 주고받는 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가족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나는 이런 사실을 가슴으로 깊이 느끼면서 깊은 감동으로 가슴이 먹… 더보기

28년 만에 아내 말을 듣는 남편

댓글 0 | 조회 2,812 | 2015.06.24
고도근시인 남편의 눈은 노화가 빠르게 진행이 되어 백내장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수술로 시력이 제대로 돌아오기까지 운전은 하지 말라는 의사 처방을 받았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