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0 개 1,435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이 강산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궁형의 아름다운 황금(黃金)의 사장(沙場)엔 개를 산책시키는 

늙수그레한 부부가 몇 보일 뿐 호젓하고 쓸쓸하다. 오네로아 해변의 잔잔한 해면 위를 

장난치듯 뒹구는 미풍에 잔파도는 소리 없이 밀리다가 그냥 스러지고 만다.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안겨오는 것이 연인의 바람이다. 

바람에도 마음이 있고 영혼이 있다. 남태평양을 건너온 미풍은 어머니 입김처럼 따뜻하다. 

인자하고 사랑이 담긴 온화한 바람이다.

 

  나는 바람이 좋다. 남태평양의 푸른 파도와 희롱하는 이런 장난스런 바람이 좋다. 

타스만 바다를 건너왔거나 동쪽바다를 건너왔거나 남태평양의 바다 위를 스치며 달려와 

사람에게 척척 감기는 이런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소년처럼 오마지 않는 

이를 속절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7순이 코앞이지만 심중에 타고 있는 불꽃은 삭을 줄을 모른다.

 

  바람은 변덕스럽다. 슬그머니 해변을 거닐다가도 성깔을 부린다. 

화가 나서 미쳐 날뛰기도 한다. 바람에 휘둘리면 바다까지 길길이 날뛰고 솟구치고 부서진다. 

숲이 울고 대지가 울고 초원이 파도를 만든다. 그러나 누가 바람을 탓하랴. 

바람은 바람인 것을. 지금 스치는 바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 바람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다시 만나지 못하므로 아쉬운 것이다.

 

  한국은 유난히 바람이 많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샛바람, 남쪽에서 오는 마파람 

북쪽에서 된바람, 남서에서 갈바람, 하늬바람, 된바람, 높새바람 등 

여러 종류의 바람이 쉬지 않고 분다. 해마다 십 수 차례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는 

태풍은 때로는 엄청난 재난을 준다.

 

  한국만 바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쿠바 남부해안의 바야모, 북이탈리아의 푄, 

남 캘리포니아에는 산타아나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존다, 로키산맥의 치누크, 

사하라의 시로코우, 호주의 브리크횔더, 중앙아시아 사막의 수크호베이, 알푸스의 보라, 

미스트랄, 팜페로, 블리자드, 부란 등이 세계도처에서 분다. 열대성 저기압으로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는 토네이도, 허리케인, 태풍, 윌리윌리, 사이클론 등이 있다. 

지역마다 해역마다 바람의 종류와 규모와 성질이 제각각이다. 

때로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큰 비를 몰고 와서 가뭄의 땅을 적셔주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무서운 바람이 적다. 그래서인가 폭풍이 아닌데도 나무들이 곧잘 잘 쓰러진다. 

 

  그만큼 바람에 단련될 기회가 적었던 것일까. 바람이 부드러운 이 나라가 좋다. 

 

  이 나라에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 좋다. 치맛바람도 없고 늦바람도 별로 모르는 나라, 

 

  아무도 모를 곳에서 와서 따뜻한 해면을 스치며 어디로 말없이 사라지는 바람이 무가네 좋다. 

혼자의 넓이

댓글 0 | 조회 787 | 2022.04.13
시인 이문재해가 뜨면나무가 자기 그늘로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종일 반원을 그리듯이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낮게 깔려오는 어… 더보기

길상사

댓글 0 | 조회 852 | 2022.03.23
시인 이산하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성당 마당에는 목련과 은행나무가 서 있다.목련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있고… 더보기

사랑과 평화

댓글 0 | 조회 847 | 2022.03.09
시인: 이문재사람이 만든 책보다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노래보다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길보다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랑으로 가는 길… 더보기

청춘바람

댓글 0 | 조회 781 | 2022.02.23
시인 이 운룡청춘의 말은 시고 떫다.사랑은 비계 덩어리여서포식하면 설사해버린다.하지만 나는시고 떫은 풋과일만 따먹고 말았다.짝사랑의 싱건지 국물만 퍼마셨다.봄날 … 더보기

자카란다 나무 아래서

댓글 0 | 조회 1,262 | 2022.02.10
■ 최 재호보라색 자카란다 꽃잎이 떨어져 길 위에 깔려 있다고해하 듯 그 꽃잎을 밟고 간다보라색 사제복을 입은 신부를 떠올리며노을같은 구세주가 그리워지는 초저녁한… 더보기

내 마음의 방

댓글 0 | 조회 790 | 2022.01.27
■ 시인 박 노해지상에 집 한 채 갖지 못한 나는아직도 유랑자로 떠다니는 나는내 마음 깊은 곳에 나만의 작은 방이 하나 있어눈물로 들어가 빛으로 나오는 심연의 방… 더보기

새해 아침

댓글 0 | 조회 892 | 2022.01.12
시인 송 수권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 더보기

그 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댓글 0 | 조회 1,000 | 2021.12.21
시인 함민복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베니… 더보기

기차를 기다리며

댓글 0 | 조회 839 | 2021.12.08
시인 천 양희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일인지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철… 더보기

초록의 힘

댓글 0 | 조회 911 | 2021.11.24
시인 오민석초록의 힘은 자라는 것초록의 힘은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끝없이 손을 내미는 것노란, 빨간, 하얀도화선에 마구 불을 붙이는 것행성들 다 폭발한 후황홀한 … 더보기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댓글 0 | 조회 881 | 2021.11.10
시인 복 효근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채웠던 단물이 다 … 더보기

공중

댓글 0 | 조회 834 | 2021.10.27
시인 송 재학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 더보기

이런 신발

댓글 0 | 조회 1,878 | 2021.10.13
시인: 주영국의사당을 나서는 대통령을 향해신발이 날아갔다 남루한 생의바닥을 핥던 낡은 구두였으나그는 지독스런 보수주의자였다고향의 토굴에서 미군 중사에게사로잡힌 후… 더보기

겨울 숲

댓글 0 | 조회 781 | 2021.08.25
시인 복 효근새들도 떠나고그대가 한 그루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나 또한 그대가 … 더보기

고요를 믿다

댓글 0 | 조회 722 | 2021.08.11
시인 김 용택새들의 이동 시간은 이유가 있다의존의 시간을 아는 선한 얼굴들새들은 펼쳐진 정삼각형의 꼭짓점을 산술한다풀잎도 휘졌다가 일어서는생존의 곡진을 긍정한다겨… 더보기

대동강 247킬로미터

댓글 0 | 조회 863 | 2021.07.28
시인 이문재1.4 후퇴 때 내려온평양고보 동창생 예닐곱한달에 한번 을지로우래옥에서 만나 냉면에 찬 소주그날따라대동강 을밀대 몰놀이고보 시절 얘기가 뜨거워져논어 도… 더보기

전화

댓글 0 | 조회 918 | 2021.07.14
시인 마종기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전화를 겁니다.신호가 가는 소리.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더보기

유배(流配)

댓글 0 | 조회 851 | 2021.06.23
시인 우대식오늘날에도 유배라는 것이 있어어느 먼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는 형벌을 받았으면 좋겠네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빼앗겨누구에겐가 온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더보기

母性의 바다

댓글 0 | 조회 903 | 2021.06.09
■ 글쓴이 최 재호타마키 드라이브를 돌며 집으로 가는 길좌우로 굽이쳐 돌며 상념으로 빠져들 때바다는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내가 마치 풍선 같은 기분으로날듯이 기… 더보기

젖은 신발

댓글 0 | 조회 900 | 2021.05.26
시인 이 정록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담장 위에서 말려야지.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첫 햇살로 말려야지.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340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없는참새가 되고 싶다.곧 죽어도 짹 하고 죽는참새가 되어눈물은 말랐어도 목쉬게 울고 싶고노래는 못해도 실컷 짹짹거리고 싶다.그… 더보기

저 거리의 암자

댓글 0 | 조회 931 | 2021.04.28
시인 : 신 달자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주인과 손님이 함께출렁출렁 야간 여행을… 더보기

안 보이는 사랑

댓글 0 | 조회 952 | 2021.04.14
시인 송재학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앞이 안 보이는 …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089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나도 … 더보기

안동소주

댓글 0 | 조회 1,216 | 2021.03.10
시인: 안 상학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첫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고리 엎어놓고장작불로 짜낸 홧…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