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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 어른의 향기

한얼 0 963 2016.01.13 16:14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물론 동생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다. 어느 늦은 저녁, 중국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만, 하더니 주머니에서 꺼내 무는 담배 한 개피. 그 모습에 나는 어째서인지 너무도 충격을 받아, 우뚝 멈춰서 지켜보기만 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더니, 한 모금 빨아들이고 후 내뱉는 모습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쳐다보는 시선을 눈치챈 걸까, 동생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물었다.
“담배......피우네?”
“뭐? 피운 지 얼마나 됐는데. 왜 그래.”
“아니. 피우는 건 지금 처음 봤어.”
재빨리 상표를 훑어보았다. 던힐 라이트. 아빠가 피우는 것과 똑같은 상표였다. 나는 그만 침묵하고 말았다.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은근히 많은 편이다. 일단 당장 가족만 해도 아빠와 남동생이 피우고 있고, 사촌 동생도 종종 담배를 문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담배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주워들어서 아는 편이다. 멘솔 담배를 커피를 마시면서 피우면 박하 사탕을 먹는 것 같다던가, 향담배는 무엇이며 맛담배는 무엇인지 등등.

아빠는 내가 아는 중 가장 오래된 흡연자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피웠기 때문에 아빠와 같이 살 적엔 집안 모든 곳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빠는 헤비스모커는 아니지만, 하루에 반 갑에서 한 갑 정도를 피우는 것 같다. 아빠한테선 항상 담배 냄새가 난다. 깨끗이 씻고 나와도, 청량한 샴푸나 비누 냄새 아래에 항상 배경처럼 니코틴 냄새가 배어 있다. 엄마는 그걸 ‘찌들었다’고 표현했고, 어른이 된 지금은 나도 그 표현에 공감하는 편이다. 담배 냄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일종의 낙인 같다.

그런데, 그걸 지금은 나보다도 어린 동생이 피우고 있다니. 조만간 동생에게서도 향긋한 샴푸나 향수 냄새 대신 담배의 찌든 냄새만이 나겠지. 나는 불현듯 슬퍼졌다.

어렸을 때 만나 지금껏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그 언니도 흡연자다. 자기 말로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피워왔다고 하니, 세월만 따져보면 우리 아빠 못지 않은 애연가인 셈이다. 다만 그 언니에게선 찌든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슨 간단했다. 담배의 차이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날 때면 언니는 종종 잠깐 실례한다는 말을 하고 특정 편의점으로 달려가 담배 한 갑을 사오곤 했다. 골초였다. 하루에 한 갑에서 두 갑도 다 피워버린다는 그녀의 담배가 궁금해서 나는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그 담배는 불을 붙이면 익숙한 니코틴 냄새 대신 체리향이 났다. 블랙스톤이었던가, 여하튼 이름도 예쁘장한 외제 담배였다. 장미처럼 어둡고 새빨간 곽이었다. 내가 신기해 하자, 언니는 싱긋 웃으면서 맛보라며 그것을 건네주었다.

“싫어, 괜찮아. 나는 담배가 싫어.”
“그럼 필터만 핥아봐. 단 맛이 나.”

그 말에 나는 호기심이 들어 담배의 필터를 살짝 핥아보았다. 정말로 단 맛이 났다. 학교에서 종종 입에 물고 빠는 흉내를 내곤 하던 담배 모양 사탕 같아, 신기해서 웃어버렸다.

그 언니는 담배를 물고 체리향을 풍기면서, 입으로 연기 도넛을 만들어 보이거나 용트림처럼 길게 올라가는 연기를 퐁퐁 피워 올리곤 했다. 내가 신기해 하며 박수를 치면 씨익 웃었다.

나는 담배는 싫었지만, 그 언니가 정말 멋져 보였다. 나와 나이 차이도 많지 않은데, 벌써 담배를 피울 만큼 세상은 니코틴마냥 지독하다고 말하던 그녀는 내 눈에 어른처럼 보였다.

담배는 그래서인지, 지금도 내게 어른의 상징이다. 세상에 찌들었지만 지쳐도 살아가고 있는 어른.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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