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없는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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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없는 주례사

0 개 6,056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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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결혼식의 권위도 나타내려고 하는 만큼 주례를 맡을 인사의 명성도 중요하다. 바쁜 일상생활에 젖어있는 주례자의 스케줄을 빼내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답례에 대한 걱정거리까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요새 통상 주례자한테 양복 한 벌 맞춰드리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업 주례를 모시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에 알지도 못하고 지냈던 직업 주례자한테 형식적인 주례를 부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자격이 있는 결혼 주례자(Marriage Celebrant)의 결혼 서명이 있어야 혼인신고가 가능하기에 일반 결혼식을 올린 후에라도 혼인 신고할 때 주례자의 서명을 받는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물론 결혼식 때 자격이 되는 주례자를 모시고 거행하면 되지만 아시안들의 경우 일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할 때 서명절차를 밟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한인의 결혼식에서 키위 주례자를 모시고 혼례식을 올리는 것을 봤는데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 주례자가 사례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주례자의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가 되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례사가 결혼식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주례사 내용도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주례 없는 결혼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현재 40% 이상이 주례 없는 결혼이라 한다. 대신 신랑 신부 측의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거나 주인공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를 넣기도 한다. 

지난번 서울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일반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사회자의 안내로 혼인 서약을 하고 신부 아버지께서 성혼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신랑 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주례사를 대신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일반 주례사보다 더욱 절실하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구성해보았다.

신혼 가정을 이루는 아들, 며느리에게 

오늘 여러 내외귀빈, 친척, 친지 분들을 모시고 너희들의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구나. 오늘부터 너희 부부는 한 가정을 이루고 완전한 사회적 성인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플라톤의 ‘향연(饗宴)에 의하면 원래 사람은 남녀가 한 몸으로 되어 양쪽에 얼굴, 몸통이 있었는데, 그렇게 활동하려니 너무 불편하여 오늘날의 남녀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분리되어 살아보아도 역시 불편하여 다시 잃어버린 반쪽을 찾게 되었고, 그 반쪽이 서로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너희 부부도 그동안 그토록 찾던 서로의 반쪽을 만나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예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나갈 때 비로소 부부는 일심동체로 같은 방향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이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도 같다. 기차는 양쪽 바퀴가 레일 위를 달리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기차가 가정이라면 부부는 양쪽 바퀴와 같다. 양쪽 바퀴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지만 만약 서로 방향을 달리한다거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기차는 탈선하거나 전복하고 만다. 

너희 부부도 ‘행복’이라는 희망봉을 향해 달리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언덕길도 있고 커브 길도 있을 것이다. 언덕길에선 조금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서로를 북돋으며 힘을 모아야하고, 커브 길에선 상대방의 바퀴속도에 보조를 맞춰 전환을 하도록 배려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데이트할 때 안양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로 3시간 거리를 가볍게 왕복했다고 들었다. 그만하면 너희들의 바퀴 성능은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행복에 이르는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리되 어떤 변화에 직면했을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혜롭게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여 나가길 바란다. 

사회인으로서의 지향할 점은 자기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사회에도 유익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세상에 나와 한 평생을 살다가면서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면 너무도 허무한 일이다. 부디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고 너희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계승할 자녀들도 출산하여 인류 사회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또한 오늘 바쁘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너희들의 결혼을 지켜봐 주시고 축복해주신 내빈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며 살기를 바란다. Fighting!

2015년 월 일 아버지, 어머니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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