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0 개 1,988 한 얼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은 표현일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쉽게 욱하고, 또 쉽게 울어버리고 만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상당히 터프(?)해 보이는 탓일까, 본의는 아니었는데 다들 나를 철혈의 사람으로만 여긴다. 잘 운다고, 네가? 말도 안 돼! 대개는 그런 반응을 보인다. 상처라기보단, 조금 색다를 따름이다. 내가 그렇게나 터미네이터처럼--아니, 감정적으로 무디거나 강인한 것처럼 보였던 걸까.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기였을 때 나는 어마어마한 목청을 가졌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참다 못한 아빠가 ‘내다 버리라’고 했을 정도로 (이건 내가 즐겨 언급하는 어릴 적의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거기에 좀 더 커서는 성대 결절이 오도록 울어댔었고, 심지어는 성질까지도 사나워서 달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나.

감수성이 풍부한 것 뿐이라고,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거나 책의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보거나, 음악의 가슴 저미는 가사 한 줄, 멜로디 하나에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예민한 감정을 가졌다고. 예술가는 아닐지언정, 예술가의 마음을 가졌다......고 주장할 따름이다.

실제로도 나는 특히 영화와 책을 보며 잘 우는 편이다. 극장에서도, 혼자서 영화를 보다가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주먹을 깨물어가며 끅끅 울음을 삼킨다. 최근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혼자 두 번이나 보았고 두 번 다 똑같은 장면에서 그렇게 울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니까 엉엉 우는 대신 숨을 죽이고 코를 훌쩍거리면서, 손에 쥔 손수건을 괜히 비틀어대면서.

책을 보고 우는 경우는 좀 더 드물지만, 영화와 똑같이 매번 똑같은 챕터, 페이지에서 울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감동을 받아 내가 흘리는 눈물은 정말로 인색하다. 소리 내어 우는 것도, 하다못해 흐느끼는 것도 아니고, 다만 숨이 조금씩 막히면서 눈물만 몇 방울 뚝뚝 떨어지는 것 뿐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간다. 그런 종류의 울음을 좋아한다. 이따금씩 눈을, 그리고 감정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울음’이라고, 나는 부르고 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눈물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화나게 하거나 실망시켰을 때 가장 먼저 눈물샘이 반응을 보이면, 또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어째서 눈물이 나오는 걸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 아까운 눈물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데, 거기에 감정적으로 투자를 해버려 어쩔 수 없이 울게 되는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는 것만큼 헛된 감정의 낭비도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매번 내 마음과 눈물샘은 나를 배신한다. 참으로 가증스럽다.

반면에, 스스로를 위해 우는 것은 아주 후하게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좀 더 울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그러지 않으면 누가 그러겠는가. 타인을 위한 눈물 만큼 고귀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 아닐까. 스스로의 아픔이나 슬픔을 꾹꾹 억누르는 정서가 장려될 수록, 더더욱.

어렸을 때는 우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 줄로만 알고 억지로 울음을 삼켰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화가 나면 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운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용기 있기까지 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용기, 나는 그것을 솔직한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40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698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39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619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83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60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302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25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802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34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80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691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79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더보기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74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89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2,007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2,000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55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71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84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894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70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81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더보기

현재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89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90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