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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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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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화투가 섞이고 어우러지며 그 동안의 드라마 같은 각자의 삶을 풀어내고 왁자 지껄 웃고 떠들어 대며 밤을 새우곤 했다. 슬슬 취기가 오를 무렵이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는 ‘쪽’도 벌어지고 설상가상의 ‘설사’도 일어난다. 그 중에서 ‘삑사리’는 원하지 않는 패를 실수로 낸 것을 말하는데 이 상황은 ‘낙장불입’이라는 규칙으로 철저히 번복을 허가하지 않는다. 결국 떨어진 패는 다시 거둬들일 수 없다는 엄정한 심판이다. 
 
샴페인은 사실 실패로부터 탄생된 명품와인이다.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발효를 거쳐 이른 봄에 병에 담아 창고에 숙성시키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와인들이 품질이상으로 2차 발효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때 많은 양의 탄산가스가 만들어져 갑자기 와인이 펑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쓸모 없어진 와인을 버리지 않고 연구를 거듭해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으로 창조시킴으로써 샴페인이 탄생된 것이다. 결국 버려진 와인으로부터 탄생해서 승리의 자리에 축하의 술로 서게 된 셈이다. 오늘 날에 와서는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거품을 지닌 샴페인이 위대하고 영광의 자리에 선 영웅들을 위한 와인으로 추앙 받게 되었다. 일찍이 오래 전 인간이 발효과정을 이해하지 못했을 당시에는 와인을 마시면 신이 자신의 몸을 천국으로 데려간다고 믿었다. 그런 와인과 인간과의 영적인 인연으로 인해서 오늘 날 교회에서 와인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와인이 없는 식탁은 꽃이 없는 봄과 같다’고 말하는 프랑스의 북동부 상-파뉴지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을 특히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거품(이산화탄소)은 자연적인 발효에 의해서 생겨나는 데 자그마치 750ml 샴페인 한 병에 2억 5000만개의 거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샴페인의 수많은 거품은 입안을 간질거리며 터지면서 온몸이 기분 좋게 오싹거린다. 상-파뉴 지역이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것은 ‘무스’나  ‘크레망’이라고 한다. 

샴페인은 1700년대 오빌레이 사원의 와인생산 책임자였던 돔 페리뇽(Dom Perignon)이라는 수사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탄생되었다. 그는 와인을 2차 발효시키는 방법과 이때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병 속에 담아두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효 시 병 속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의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코르크 고정철사를 개발했으며 우연에 의해 생겨난 산물을 구체적인 생산물로 바꾸어 놓았다.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최초 발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연구한 정제술과 제조 기법은 현재 우리가 말하는 샴페인 제조의 기반이 되었고 오늘날의 샴페인으로 발전되었다. 그는 샴페인을 처음 맛보고 나서 ‘여러분 난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라고 소리치며 입안 가득 톡톡 터지는 샴페인의 특별한 맛에 반했다고 한다. 이렇듯 2차 발효과정을 병 속에서 거치는 기술을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방식(Methode Traditionelle)이라고 하고 상-파뉴 방식(Champagne Methode, Methode Champenoise)이라고도 부르게 되면서 샴페인을 뜻하는 다른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와인은 한번 발효 시키지만 샴페인은 두 세 차례 발효시키기 때문에 맛이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샴페인은 생산연도가 다른 여러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수확연도가 라벨에 표시돼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넌 빈티지(Non Vintage: NV)라고 한다. 하지만 생산연도가 표기된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포도 품질이 좋은 특정한 해에 만든 샴페인을 말하며 그 위로 빈티지이면서 품질이 최고로 뛰어난 해에 가장 작황이 좋은 포도원에서 생산한 최고급 샴페인을 프레스티지 퀴베(Prestage Cuvee)라고 한다.

샴페인은 단 맛이 거의 없는 것을 브뤼트(Brut), 약간 단 맛이 있는 것을 섹(Sec), 그 다음이 드미 섹(Demi Sec), 그리고 아주 단 것을 두우(Doux)라고 라벨에 표시한다. 샴페인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포도로 블렌딩하지만 예외적으로 적 포도만으로 만들 경우는 블랑 드 누와(Blanc de Noirs)라고 하고 샤도네이 만으로 만들 경우에는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고 표기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식사 전에는 브뤼트, 식후에는 섹이나 드미 섹을 선택하며 단 맛이 나는 두우는 케이크나 디저트와 함께 하면 잘 어울린다. 

샴페인의 성공신화처럼 실패했다고 섣불리 체념하고 낙담하지 마라. 좋은 일은 나쁜 일인 것처럼 위장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거친 파도를 한 꺼풀 넘어서야 바다는 평온한 법이다. 인생은 와인이나 요리를 즐기는 법과 같다. 맛을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새로운 맛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뿐이다. 결국 그대가 그리도 간절히 원하는 성공은 수많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낙장불입의 수많은 삑사리 그 너머에 성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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