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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A면-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화)

박지원 0 1,239 2015.09.24 15:06
화가 난다. 그것을 틱낫한은 이렇게 표현했다. 온 몸 가득 독이 퍼진 것이라고. 독이 퍼진 것을 알아달라는 표현이니까, 상대방은 화난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내가 꼭 연민을 가져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왜 화를 내는지부터 궁금해지고, 화를 내는 이유가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되면 나는 그만 맥이 빠져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못할 소소한 일들로 왜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몇몇 관계는 구축이 된다.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허무함의 낭비가 싫기에- 화를 자주 내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온 몸에 독이 퍼진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때때로, 뜬금없이 화를 내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내 주변을 스쳐간- 화를 많이 내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이 넘치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낮다”를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오랜 세월 축적된 열등감으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때, 를 말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은 남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자존심이 세다고 생각해보자. 자신을 사랑할 수 없고,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존심을 앞세워 상대방을 이유없이 깎아내리려 하고, 그로 하여금 우월감을 느끼고자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화”를 선택한다.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획득하기 위한, 가장 비효율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 

순기능도 있다. 화의 순기능 중 하나는 감정의 드러냄이다. 숨기고 있던 감정을 어떤 식으로 드러내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화라는 것을 택한다면, 그것은 때때로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나 카타르시스적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다른 문화적인 기능도 있음은 물론이다. 랩 음악, 락 음악의 일부 하위 장르에는 이 “화”의 개념도 포함되어있다. 불특정 다수 아니면 기득권층, 분노를 가져도 될 대상들에게 화를 내며 리듬을 타는 이 장르들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자신의 자존감에 있어서 “화”라는 것이 과연 효율적이라 볼 수 있을까.

개인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사회 내에서 획득하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단히 노력을 하게 된다. 덧붙이자면 이것은 인류의 오랜 행위이자 버릇이다. 일반적으로 명예와 소유, 외모 등을 얻기 위해 타인과의 비교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당연히 상대적인 기준이기에 늘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존감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자신이 진단을 내리고 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한번 곧게 솟으면 좌초될 일은 거의 없다.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모욕을 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여 자신의 자존감을 갈고 닦든, 애시당초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끌어올리든- 그것은 자신의 문제이기에 쉽게 무너지지도 불안정해지지도 않는다. 

자존감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는다. 사회적 역할은 점점 늘어나고, 대인관계들의 망도 점점 복잡해지는데 오로지 자신과 타인들만을 비교하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저 초라한 구석에 웅크린 채 버려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때때로 그런 자신의 움츠린 그림자가 발견되는 때가, 타인과 자신이 비교되는 순간이라면- 당신은 당신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당신을 지키기 위해 당신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것인가. 혹은, 당신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감추기 위한 화로 스스로를 한번 더 위장할 것인가. 

자신의 열등감과 소외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에게 화를 낸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 행위가 자신의 자존감에 대한 답안지도 아닐 것이다. 자존감은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는 결국 자신이 결정할 문제고, 이겨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비논리적인 화는 자신의 자존감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증거에 불과하며, 이는 다른 자존감 높은 사람에게서의 비웃음만 회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삶의 측면을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을 스스로 쌓는 것이 화를 내지 않고 행복하게 낄낄거리며,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화는 절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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