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0 개 2,210 오소영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장’에서 따끈한 물로 샤워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는 종일의 피로가 싹 가셔버려 몸이 더욱 가볍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에 빗긴 노을빛이 아름답다. 목에 감기는 엷은 햇살이 상큼한 어깨에 아이의 손길처럼 부드럽다. 뱃속도 가벼워져 얼른 집에 가서 맛있게 저녁만 먹으면 오늘 일과는 끄읕...

날아가는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 일?... 내 파킹 자리에 다른 차가 서 있는게 아닌가. 가끔씩 방문객들의 차가 비어있는 자리에 대어 있다가 가곤 하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임시로 아무데나 세워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웬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주 낯설지 않은 차 같아서다. 다시 나가서 확인을 해 보니 그 차는 며칠 전부터 우리 단지안에 머물러 있었던 ‘밴’으로 차 안에는 아직도 정리안된 이삿짐이 그득했다.  

누군가가 새로 이사를 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일. 마음이 다급 해 졌다. 옆 집으로 달려가 ‘캔’에게 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 뒤를 가리켰다. 바로 얼마 전에 이사왔다고 어제 아침 집 앞에서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오던 그 60대쯤. 남자의 집이었다. 내 정당함을 주장하려는데 망서릴 필요가 없질 않은가, 한달음에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고 그 남자를 불러냈다.  

“당신 차를 빼 줘야겠다”라고 얼버무려 의사전달을 분명히 했다. 당연히 그런다라고 ‘키’ 들고 나설줄 알았는데 이건 또 무슨 괴변이신가. 한마디로 그냥 ‘no’란다. 어제 보았던 그 상냥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반쯤 벗겨진 대머리에 안경 속에서 마땅찮아하는 표정이 영 눈에 거슬렸다. 문득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속의 못된 ‘스쿠리지’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10년 넘어를 한결같이 쓰던 자리라고 조금 높은 소리로 항변을 했지만 그는 듣는둥 마는둥 강력히 ‘no no’만 외쳐대며 밀어내듯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 가 버린다.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견딜 수 없는 낭패감에 분통이 터졌다. 여자 혼자. 물론 영어도 잘 안되는 동양 여인이라는걸 알았으니 슬쩍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을 그 사람이 너무나 괘씸했다. 이럴 때. 아무도 대변 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캔’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모른척 하는 것도 야속해서 이제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나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뒷 모습을 누구에게 들킬까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금 얼굴을 내민 달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뜩이나 볼륨없는 내 모습이 그렇게나 가늘게 보이는지 초라하고 처연 해 보였다.   

내가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었을까? 단지 안에 공용으로 되어있으니 먼저 대는 사람이 임자? 하지만 공동생활에 규칙도 있고 질서도 있는법. 지금까진 별 문제없이 잘 지내왔지 않은가. 맨 처음 ‘캔’이 자기 자리를 양보해서 편하게 쓰라고 내 준 거였는데... (차만 빼봐라 내가 당장 갖다 댈테니까) 하지만 차는 내가 더 자주 쓰는 편이니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한번도 있어본 적 없는 일로 고민을 할 줄이야...

어디서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구 해. 혼자 씨근덕거리다가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도 나보고 그런 생각을 했겠지.(너는 먼 나라 동양에서 왔지. 네가 굴러들어 온 돌이잖아)라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질서같은 것 무시한다면 나도 해 보자. 나는 달려나가 남의 빈 자리를 찾아 얼른 차를 대놓고 들어왔다. 내 본의가 아니기에 부담 느낄 필요도 없는 것. (이 에는 이. 눈 에는 눈.)이라고 하던가. 게운친 않았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아침 일찍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를 빼달란다. 아랍계의 젊은 부부의 파킹 자리인걸 모를리 없었다. 긴 말이 왜 필요한가. 당당하게 앞 집을 가리켰다. 현장을 보고 다 알면서 확인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는 알았다면서 그 집으로 향했다.  

내 가슴이 왜 이리 후련할까? 내가 못했던 말을 그 젊은이가 시원하게 대신 해 줄 생각을 하니 얼마나 통쾌한지....(어디 잘들 싸워봐라...) 한참 지나서 젊은이가 돌아왔다. 양쪽 엄지 손가락을 추켜들며 활짝 웃어주었다.  

그 뒤로 당차게 ‘no’를 외치던 남자가 많이 겸언쩍은 표정으로 이번에는 ‘sorry’로 머리를 주억거리며 따라 나왔다.  

내 판단이 그릇되지 않았음이 우선 반가웠다. (그러면 그렇지.) 이럴때 우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쓴다.

잠시 흐트러졌던 무질서가 바로 잡히고 모두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니 다시 편안 해 졌다. 하마터면 영원히 내 자리를 잃을뻔 했다. 그건 곧 내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다행스럽다.     

하루저녁 거친 바람이 물러가니 다시 잔잔한 이웃과 이웃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평화스럽게 살아간다. 치사하지만 부당함을 저질러서라도 정당함을 인정 받았으니 이젠 아무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 할 것이다. 남의 땅에 뿌리 박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다시한번 실감했다. 고약스럽게 ‘스쿠리지’ 같던 남자가 이젠 과한 친절 서비스로 볼 적마다 환하게 웃어준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는법. 앙징한 키에 웃을 때 보이는 하얀 치아가 유난히 눈에 띠는. 소년같이 귀여운 아저씨가 아닌가.

꽃보다 어여뻐라, 민경씨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1,532 | 2022.03.22
작년 1월이었다. 견딜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계절 바뀌면 포근하게 입으라고 바지 몇개를 준비해 평소처럼 우체국으로 갔더란다. 그런데 …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42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

살다보니 이런일이...

댓글 0 | 조회 2,277 | 2022.01.26
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해 냈으니 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다. 오랫동안 쓰지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뻐근하고 아팠다.여름날 긴 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갔다.긴장이… 더보기

그냥 그때처럼, 오빠....

댓글 0 | 조회 1,349 | 2021.12.21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 . .댓돌밑에 귀뚜라미 울어대는 쓸쓸한 계절도 아닌데 늙은 여동생은 주책없이 오빠 생각이 간절합니다.코스모스 출렁대고 감이 … 더보기

혼자 신들려 춤추는 여인

댓글 0 | 조회 1,184 | 2021.11.24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면서 무심중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다. 낯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깔깔깔 미… 더보기

남편 나비

댓글 0 | 조회 1,344 | 2021.10.27
이민 초기에 1박 2일 예정으로 로토루아 여행을 갔었다. 숙소가 인근의 농장 모텔이었다.친구의 가족여행에 초대를 받아 동행을 했던 참이라 나는 혼자서 방을 써야 … 더보기

순임이의 순정 연애

댓글 0 | 조회 1,053 | 2021.08.25
어느모로 보나 깜도 안되는 여자가 배우가 되겠다며 미용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친구가 있었다.생머리를 고집하던 내가 허파에 바람든 그 친구덕(?)에 처음으로 미용… 더보기

꿈을 향해 걷는 해질녁 사람들

댓글 0 | 조회 941 | 2021.07.27
이 축축하고 음산한 겨울철에 배 나들이를 하려는 사람이 몇 사람들이나 있을까? 배가 텅텅비어 아마 심심할지도 모를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일찍이 가봐야 바닷바람에 … 더보기

손 가는대로 행복지수 높아지는 내 세상

댓글 0 | 조회 970 | 2021.06.22
가끔씩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글 을 쓰고 있냐고 내게 묻는다. 전에는 글재주가 조금 있어서 재능봉사 차원에서 쓰는거라고 생각 했었다. 팔십이란… 더보기

보리밭

댓글 0 | 조회 1,059 | 2021.05.26
몸집이 만만치 않은 외국 여가수가 우리가곡 ‘보리밭’을 열창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가수 ‘발레리 쉬티’란 여인이라고 자막에 떴는데 노래를 잘 불렀다.외국 사람이 … 더보기

이 가을, 뒷동네 여인들

댓글 0 | 조회 1,346 | 2021.04.28
이슬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이른 아침부터 마당 의자에 나와 앉아있는 여인이 있군요. 볼품없이 뚱뚱하고 거칠게 생겨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마오리 아줌마였습니다… 더보기

색동 꼬까옷에 신들렸네 “DO DREAM”

댓글 0 | 조회 1,171 | 2021.03.24
지난 2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특별한 일탈을 꿈꾸며 무던히도 가슴졸였었는데 그 기다리던 날이 무사히 밝아왔다.(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 더보기

사라져 간 것, 그러나....

댓글 0 | 조회 1,160 | 2021.02.23
초겨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른 밤이었다. 어린 계집애는 따뜻한 요밑에 언발을 묻고 책가방을 끌어 당겼다. 숙제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얼었던 몸이 녹는가싶더니 … 더보기

더도 말고 덜도 아닌 오늘만같은 일상을...

댓글 0 | 조회 1,243 | 2021.01.27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달랑 한장으로 남은 달력을 내리고 새 것을 바꿔 걸었다.바람처럼 지나가는 무심한 세월이 야속했지만, 붙들어도 잡을 수도 없으니 안… 더보기

특별한 감사를....잘가요 2020년

댓글 0 | 조회 1,536 | 2020.12.23
'감사! 또 감사!! 2020년에는 20배로 더 웃자’금년초, 내 카톡 프로필 란에 써놓은 메세지다. 꼭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의 소리였음은 두말할 나… 더보기

연둣빛 행복이 움트는 목장을 가다

댓글 0 | 조회 1,549 | 2020.11.24
11월 중순 지금보다 더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구월 어느 날이었다. 길을 나설 때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은 예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 더보기

엘리자벳이 남긴 선물

댓글 0 | 조회 1,506 | 2020.10.28
회초리같던 어린 장미가 이젠 나무가 되었다. 어느새 그리 자랐는지 실하게도 컸다. 옆집 할아버지 지팡이 만큼이나 굵어져서, 번들거리는 윤끼에 날카로운 가시가 보기… 더보기

ㅎㅎㅎ 웃자구~요

댓글 0 | 조회 1,540 | 2020.09.22
코비드19란 요물인지 괴물인지가 사람들 발을 묶어 바쁜 생활인들을 일시에 집 안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러 길에 나다니는 … 더보기

잃은 것과 남은 것

댓글 0 | 조회 2,829 | 2020.08.25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달라지는 것은 마음자세 때문일까요?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운동장 … 더보기

쉼표없는 낭만이정표

댓글 0 | 조회 1,586 | 2020.07.29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생… 더보기

6월을 서성이게 하다. 축대 높은 뜨락

댓글 0 | 조회 1,300 | 2020.06.24
깎아지른 언덕바지 위에 어깨동무를 하듯 촘촘한 건물들. 아래서 올려다보면 아슬아슬해서 앗찔한 현깃증이 온다. 몇가닥 철주를 의지해서 공중에 천장처럼 매달린(?)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58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19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04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침묵의 방

댓글 0 | 조회 1,245 | 2020.02.25
일주일에 한번만 가는 학교이지만 나도 어엿한 학생임엔 틀림이 없다. 무지개 경로 대학생.연말 방학이 길어 몸이 비틀리는데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