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신해철

박지원 0 1,102 2015.05.13 13:22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오래 우린 맛이라도 있는데, <강>과 <작업기> 이 두 가지 사골은 어째 프림을 넣은 것처럼 텁텁하기만 하다.

어차피 돈도 안 받고-안 주는 건지 못 주는 건지- 제로에 가까운 사명감과 99%에 가까운 뜻 모를 의무감에 주욱 적어나가고 있으니 또 다시 오늘은 멋대로 주제를 바꾸어서 하고 싶은 말이나 해볼까한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은 논객이 실종된 한국사회이다. 논객의 사전적 의미는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이다. 2002년 말,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고, 노무현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노무현은 토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사람이 되어가기 시작할 무렵의 짐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 체감으로는 참 많은 논객들이 그 후로 몇 년간 쏟아져 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 논객들은 좌파와 우파라는 한국 특유의 실체없는 정치적 분류법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피상적으로 그리 폭 넓은 가치를 지니지는 못하였다. 그저 <100분 토론> 같은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그 때의 이슈거리 등에 대해 토론하는 “당연하고” “말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변희재, 전원책, 진중권, 유시민 등은 각자의 진영(?)에서 비교적 높은 가치와 캐릭터성을 부여받고 활동하는 이른바 “스타논객”이었다. 그 중 내가 주목했던 인물은 신해철이 었다. 당시 대중적 어휘와 핵심을 짚어가는 논리로 보기 드문 설득력을 지녔던 논객이었다. 그는 음악적 기반으로 인해서인지 주도면밀하게 감정적인 듯도 하고, 정열적으로 이성적인 듯하게 그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뱉었다. 토론에서 못했던 말은 음악으로, 음악에서 못했던 말은 토론에서 풀었던, “옳고 그름을 화려하게 잘 논하는 사람” 이자 “말 많은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신해철을 비롯한 여러 논객들의 의견들이 당시에는 분명 와 닿았었고, 감동한 적도, 속시원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지금의 한국 TV를 보게 되면 그들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오로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지도하고, 그것이 그르다고 말하면 친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현재 북한과 남한의 적대적 공생관계란 마치 우는 아가에게 “너 울면 무서운 아저씨가 이 놈! 한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기는 슬프면 울어야 하는데, 현재의 한국은 울 때도 숨죽여 울어야 한다. 당당한 울음소리는 사이버 불링 혹은 통제의 표적으로 치환되어버리는 불행하고 불량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놈!

현재의 논객들은 트위터, 팟캐스트 등 그야말로 지하세계에서 소수의 지지를 받으며 언젠가는 바위가 깨지겠지 하는 계란의 심정처럼 옳고 그름을 면밀히 파괴하고 조립하고 또 재조립 하고 있다. 캐릭터성이 있는 스타논객들은 그나마 TV에 나오지만, 이제는 청춘을 위로한답시고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할 뿐이다.

논객은 한국이라는 전장을 휘졌던 장군들이었다. 특히 결과주의와 성과주의로만 대변되어 비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어서- 끊임없이 사건과 이슈를 탐구하고 논하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던져주었었던 “논객”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앞만 보고 달리는 한국 사회라는 기차에서 옆의 풍경을 듣고 말하는 논객과 논객. 이 화자와 청자의 역할극이 대중들에게 조금 더 정착되고 체화되어 현란한 컬러가 사회에 채색되었었다면, 조금 느리게 진행되었을지언정 문화의 발전과 성숙한 사회를 우리는 분명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참 촌스럽다. 한국의 미디어 및 보도매체는 나트륨을 과다로 섭취한 것처럼 자극적이기 그지없고 오로지 표면만을 보여주는 심하게 왜곡된 거울과도 같다. 분명 실체는 있지만 만질 수 없고,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진실은 없다. 진정성 어린 진실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옳고 그름의 시각들은 그저 ㅋㅋㅋㅋ로 변질되고, 혹자는 우매한 대중들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짓이라 한다. 지리멸렬한 일이다. 세련되지 못한일인 것이다.

수많은 논객들의 확성기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서서히 막혀버렸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 신해철이 그리워진다. 어쩌면 갑작스럽고 황망한 죽음이 빚은 이유없는 위대함 혹은 의미없는 기대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해철 그 사람이었다면, 당당하게 다른 것은 다르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외치지 않았을까. 지금의 한국은 호불호를 떠나 그런 호기롭고 화려한 칼춤의 광대 혹은 장수가 절실하다.

뭐, 나 같은, 어찌보면, 도피자가, 할 말이 있으려나. 그저 시치미 뚝 떼고 씨-불이는 수밖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Auckland Ranfurly Motel 한국인 운영
오클랜드 모텔 Auckland, Epsom, motel T. 096389059*0272052991
(주)뉴질랜드 에이투지
뉴질랜드 법인 현지 여행사 / 남,북섬 전문 여행사 -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해외여행 / 진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 T. 09 309 3030 T. 09 309 3030
Pin cargo limited
해운운송, 항공운송, 통관, 수입운송, 수출운송 T. 09-257-1199

벙어리 장갑

댓글 0 | 조회 780 | 2016.05.26
너는 장갑이 싫다고 했다. 장갑이 왜 싫으냐, 물었더니 장갑은 다섯손가락 모두를 만들어야 해서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장갑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장갑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더보기

치과 (Ⅱ)

댓글 0 | 조회 1,105 | 2016.05.11
N의 동동거리던 발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의사가 주사바늘을 N의 입 속에서 뺀 이후였다. 기절했나? 나는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N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의사는 나갔고… 더보기

치과 (Ⅰ)

댓글 0 | 조회 2,502 | 2016.04.29
N과 함께 밥을 먹는데, N이 요즘 따라 자꾸 볼살을 씹는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양치를 하러 갔었던 N이 달려와 플래시를 켠 핸드폰을 건냈다. 사랑니가 났다고 했다… 더보기

파랑과 검정

댓글 0 | 조회 1,618 | 2016.03.24
인식이 색깔을 바꾼다.아주 어렸을 때, 내게는 스물네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가 있었다. 그 중 몇 개의 색깔을 닳도록 사용하고는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파란색이었다. 내 … 더보기

댓글 0 | 조회 1,339 | 2016.02.25
무뎌진 발 뒤끝의 아릿함. 침대 위에서 내려오던 내 발 뒤꿈치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옷가지들도. 방 안 가득 베어있던 담배향들도. 익숙한 손가락의 까칠함에 화들짝 고개를 내저… 더보기

안경

댓글 0 | 조회 1,085 | 2016.02.11
오빠가 사라졌다.안경이 너무 오래도록 보이지 않아 이상한 느낌에 오빠의 방에 가보았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냄새에 비해 꽤 정갈한, 빛이 들지 않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의 방… 더보기

식물과 생각

댓글 0 | 조회 1,293 | 2016.01.28
8월부터, 웰링턴을 떠나 여기에 온 후 많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고추, 애호박, 피망, 해바라기, 토마토, 가지.. 주로 먹을 것들인데, 이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하는 … 더보기

거미집(Ⅱ)

댓글 0 | 조회 897 | 2016.01.13
<<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누렇게 뜬 천장 구석에, 거미줄이 하나 쳐져 있었다. 거미줄 위에 다리가 긴 거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 거미는 왜 저기 있… 더보기

거미집(Ⅰ)

댓글 0 | 조회 1,165 | 2015.12.22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은 그 두 가지 중… 더보기

욕망

댓글 0 | 조회 1,245 | 2015.12.10
사실 욕망이란 잃었을 때, 비로서 서서히 그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거기까지 썼을 때, 카페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깊게 눌러쓴 검은 캡 모자, 닳아빠진 갈색가죽점퍼를 입고… 더보기

리더의 조건

댓글 0 | 조회 1,112 | 2015.11.26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반장이 되었다. 그 때는 반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학급회의를 주재하고, 선생님이 없을 때 아이들을 조율하고. 그래서 기어코 선거… 더보기

B 에게

댓글 0 | 조회 1,107 | 2015.11.12
안녕하세요. 동갑이지만, 매우 친한 사이이지만, 이번 편지에서는 말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편지를 쓸 때의 제 문체 성향 탓이니, 우리 사이가 멀어졌다거나, 그렇게는… 더보기

댓글 0 | 조회 1,068 | 2015.10.29
일어났다. 나는 푸른 약과 붉은 약을 한 알 씩 따뜻한 물과 함께 삼켜냈다. 오전 2시. 춤을 추고 싶어서, 클럽에 가기로 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와보니 이미 클럽 앞은 손목 … 더보기

댓글 0 | 조회 1,100 | 2015.10.15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상태일까… 더보기

자존감 (A면-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화)

댓글 0 | 조회 1,171 | 2015.09.24
화가 난다. 그것을 틱낫한은 이렇게 표현했다. 온 몸 가득 독이 퍼진 것이라고. 독이 퍼진 것을 알아달라는 표현이니까, 상대방은 화난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 더보기

남겨진 것들

댓글 0 | 조회 979 | 2015.09.09
이사 뉴질랜드에 와서 네번째 이사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예 웰링턴이 아닌 다른 먼 지역으로 가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힘에 부친 일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렌트라는 것… 더보기

江(Ⅸ)

댓글 0 | 조회 1,132 | 2015.08.13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쓰레기통이 된 두 개의 배럴. 배럴 사이로 흐르는 습기와 강의 물냄새. 아침 산바람에 뒤척거리는 노란 텐트. N이 이를 닦자며 … 더보기

江(Ⅷ)

댓글 0 | 조회 932 | 2015.07.29
일어났다. 4일 째. 아침. 강 위에서의 마지막 숙박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중류에서 하류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강의 흐름은 조금씩 조금씩 느려졌고, 선… 더보기

江(Ⅶ)

댓글 0 | 조회 984 | 2015.07.15
짐을 모두 싣고 난 후 우리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강변의 물에 바지를 적셔가며 배에 올랐다. 강 위에서의 3일차. 하루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데 왜 … 더보기

江(Ⅵ)

댓글 0 | 조회 967 | 2015.06.24
오후 네 시. 눈을 떴다. 천둥이 치고 있었고, 하늘은 말라있었다. 정말 바짝 마른 파란 하늘 위에 구름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건조하게 붙어있었다. 오래된 페인트가 갈라지듯, 쿵… 더보기

江(Ⅴ)

댓글 0 | 조회 1,034 | 2015.06.09
다음 날 아침. 아직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항해용(?) 옷을 입고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평상 위에 올려놓았던 종이컵의 밥이 사라졌다. 은박지가 제멋대로 뜯어져 있었고, 누군가 핥… 더보기

작업기(Ⅵ)- 발매 그리고 사기

댓글 0 | 조회 1,109 | 2015.05.27
초심을 찾기까지 아무런 곡을 작업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12월, 1월, 2월이 지나갔다. 긴 크리스마스 휴가와 왕가누이 여행, 부모님의 방문 등 그 사이에 많고 작은 일들이 … 더보기

현재 신해철

댓글 0 | 조회 1,103 | 2015.05.1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오래 우린 맛이라… 더보기

작업기(Ⅴ)-패

댓글 0 | 조회 968 | 2015.04.30
우선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답 메일을 보냈다. 보낸 답장은 내가 찍었던 단편영화가 첨부된 채였다. 그 의도는 “나는 이러이러하게 쓸모가 있으니 투자 대비 괜찮을 겁니다”의 의미였… 더보기

江(Ⅳ)

댓글 0 | 조회 1,081 | 2015.04.15
그렇게 세 번째 뒤집혔던 배를 타고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뒤집어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찰나에 첫 캠프사이트 Ohinepane가 있다는 초록색 팻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