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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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0 개 2,083 오소영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보라빛 꽃송이들. 조랑조랑 네잎 작은 꽃 잎파리를 튼실하게 어우러 아름다운 송이로 화사하게 웃는 그 매력적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누가 볼세라 얼른 몇 송이 따서 가방속에 숨겨가지고 와야만 했다. 내게 특별함이 있는 그 꽃. 내 가슴은 벌써 진한 향수로 일렁이고 방황하던 의식이 갑자기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고 있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 잠이드는 밤이면. 어김없이 나는 사십대 초반 젊었던 시절의 황홀한 꿈속을 헤매곤 했다. 

침잠 해 가는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면서 밤마다 타임머신을 태워 먼 옛날 그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작지만 마치 비둘기집 처럼 오밀조밀 내 행복이 머물렀던 집이다.

그 집은 건강한 몸 하나가 전 재산인 삼팔따라지 남자에게 시집와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 네 식구의 안락한 보금자리었기에 평생토록 잊을 수가 없다.
  
작은 연립주택이었지만 집에 비해서 마당이 제법있어 그게 더 마음에 들어 좋아했다. 그 때, 어린애처럼 많이도 설레고 들떴던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남들은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었지만 우리는 파아랗게 잔디를 심었다. 그 사이사이에 자연석을 주워다가 발판을 깔았더니 이웃 새내기 주부들이 ‘산장 카페’라고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는 자주 기웃거리는 그들 덕에 본의 아니게 카페 마담(?)이 되었다. 동생같은 그들 손님과 커피도 함께 마시고 담소를 즐겼다. 살림에 서툰 그들에게 조금 먼저 경험한 선배의 노하우도 일깨우면서 큰 언니 역활을 톡톡히 했다. 시골집 처럼 소박한 이웃간에 정감. 어디 커피뿐이랴. 무엇이든 서로 나눠먹던 넉넉한 정서가 흘러 넘치던 참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이 집 팔 땐 제가 꼭 살꺼에요” 새댁들 시샘이 은근히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들려 부러운 것도 없었다.

집과 마누라는 가꿀 탓이라는 말이 있던가. 아이들 학교에서 실습시간에 만든 작품들을 벽에 걸고 요모조모 나름의 눈썰미로 꾸민 집안 분위기가 보기에 괜찮았던가보다 내 애들의 손 때 묻은. 서툴지만 나에겐 소중한 그 것들이 그 작은집엔 그 어느 대가의 작품보다 더 인상적으로 어울렸다는 말인지....

하지만 얕으막한 담장안에 심은 ‘라일락’. 이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동네가 화사하고 그 짙은 향기가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잡을 때. 그 때가 절정이다.
     
생각 해 보니 내 일생중에 그 때처럼 행복했던 시절이 다시 없었던 것 같다. 네 식구 오붓한 가정으로 새 집 장만하고 하이얀 백지에 조화롭게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소박한 꿈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 남편까지 외출을 하는 날이면 홀가분하게 남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특별한 보너스로 남겨진다. 

창문을 활짝 열어 욕심껏 꽃 향기를 끌어들이면 그 꽃내음속에 섞여 묻어오는 또 다른 냄새가 있다.  
음력 정 이월에 담근 간장 고추장 익는 구수한 냄새다. 꽃향기 버금가게 가슴 설레는 주부인 내 손맛 냄새다. 오직 담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살림 냄새랄까? 자연의 진한 향기와 묘한 분위기를 이루는 창가에 기대앉아 한가하게 책이라도 몇 줄 읽으려면 장독대 돌틈사이에 앉은뱅이 채송화가 살랑거리며 아양을 떤다. 언제 날아왔을까 꿀벌손님이 앉아서 놀다가 가곤한다.

“아줌마 커피 한잔 하셔야죠” 아예 커피포트를 들고 누군가가 나타나면 금방 줄줄이 모이게 되는 늘상 그런 분위기. 어차피 책읽기는 틀렸다. 꽃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둘러앉으면 여자들만의 질펀한 수다판이 한바탕 벌어진다. 커피에 꽃향기가 내려앉아 묘한 풍미의 맛을 내주는 짙푸른 잔디마당에 개미들도 한몫. 우리들 곁에 끼려고 호시탐탐 기어든다. “우리 남편이 어젯밤 만취해서 늦게 오다가 하마트면 옆집으로 들어갈뻔 했다니까요” 뉘집에는 멋진 새 장농을 들엿다는둥. 새 동네의 풍경이 물씬 풍겨나는 거칠 것 없는 예쁜 수다가 끝도없이 강물처럼 출렁이던 참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 세월은 많이도 흘러갔다.....  

제 소임을 다 했다는듯 허무하게 시들어버린 꽃송이들. 말라버린 꽃들을 쓸어내 버릴 때면 내 ‘라일락’꿈도 끝이난다. 이제 인생이란 드라마의 맨 막장에 살고있는 나이먹은 한 여인. 그 시절 오붓했던 네 식구는 각자. 제 나름의 둥지로 떠나고 혼자서 오둑하니 남아있다. 인생이 그런 것이니 그런대로 살아간다.

문득 가수 ‘조 영남’이 부른 ‘옛 생각’이라는 옛날 노래가 떠 오른다.       

“뒷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피고.   
                   꽃댕기 매고 놀던 옛 친구 생각난다                       
그 시절 그리워 동산에 올라보면  
놀던바위 외롭고 흰구름만 흘러간다
(모두 다 어디갔나 모두 다 어디갔나)
 나 혼자 여기서서 지난 날을 그리네”

모두 다 어디 갔느냐고 소리쳐 외쳐본들 돌아올 사람 그 누구도 없다. 목이메어 올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라일락꽃’은 피어 반길텐데 내 골프장 나드리는 언제까지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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