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홍보시 만난 하얀과 검정이 조화를 이루는 반정장으로 근사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의 고백이 어쩌면 고국을 떠나 정신없이 사는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먹고 사느라 바빠 자신의 나이조차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삶을 살았는데 2달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으니까 네덜란드로 오라는 것이다.
엄마의 말을 듣고 오늘이 며칠인가 보니 엄마를 마지막 본 것이 1 8 년전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오라하는데 차마 ‘비행기표 살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없어 당장 휴가를 내는 것이 힘들다’ 말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이제 80이 되신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6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건강하시니까 이번이 아니고 다음에 가도 될거야’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엄마는 마치 모든 것을 다 아시고 계신 듯 “비행기표를 사서 보낼테니까 잠깐이라도 왔다 가라”는 것이었다.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목매인 소리로 “엄마 고마와, 출근해서 한번 얘기해볼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엄마가 보내준 비행기표로 한달간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1 8 년만에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모든 것이 꿈같았었다. 공항에서 엄마는 살며시 두 손을 잡으며 “이제 담배를 끊어라, 그렇게 힘들고 정신없게 일하며 버는 돈을 담배사는데 쓰지말고 너를 위한 곳에 써라”고 하셨다.
비행기 안에서 엄마의 마지막 말씀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담배를 20년도 넘게 피워오며 매일 매일 끊고 싶다하면서도 담배를 안피우고 하루를 넘기는 것이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흡연을 위해 쓴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리 지루하지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여행의 피곤함이 다 풀리지 않았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금연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왔다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담배를 끊을려는 이유를 나열해 보았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던 이 여성은 막상 담배를 피우는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 반면에 담배를 끊으려는 이유는 의외로 여러 개가 됨을 깨달았다.
담배를 끊으려는 첫째 이유는 엄마가 죽기 전에 딸이 담배 끊는 것을 보고 싶다 하시니 엄마였다.
둘째 이유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이 담배피우는 엄마를 예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쁘게 보기는 커녕 고등학생인 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 냄새도 나지 않게 하라고 약간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셋째 이유는 물론 경제적인 이유이다. 아직 집도 없어서 방 2개인 유닛에 세를 살고 자신을 위해 옷이나 신발 등을 사지도 못하면서 매일 어김없이 담배를 사기 위해 $15.60씩 쓰고 있는 자신이 참 한심하다고 했다. 사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엄마가 사주신거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담배를 사는데 하루 $15.60를 쓰고 있으니 일주일이면 $109.20이네요”
“그 돈이면 애들과 외식을 한번 할 수도 있고 신발, 가방 같은 것들도 살 수 있는데”
“일주일에 $109.20라면 도대체 일년이면 얼마예요?”
“오, 마이 갓! 5,694불 이라니”
“단 한번도 담배를 사느라 자신이 쓰고 있는 돈을 계산해 본 적이 없었는데 20년간 담배를 피웠으니 5,694불에 담배를 피워온 20년을 곱하면 113,880불이 되네요”
“이 돈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방 2개짜리 유닛에 셋방살이도 안할거고 엄마한테도 1 8 년만이 아닌 해마다도 갈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흡연 비용을 계산하고 충격을 받은 이 여성은 금연을 결심하고 이제 한발 한발 금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가끔 생각없이 돈을 쓰다가 불현듯 돈을 얼마나 썼나 계산을 하면 깜짝 놀라며 ‘오 마이 갓’ 할 때가 있다. 또한 ‘돈벌기도 힘들고, 돈모으기도 힘들며, 사는 것도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한다.
정해진 수입으로 써야할 곳이 많을 때 우린 우선 순위를 정한다. 이렇게 먼저 써야할 곳을 결정할 때 이 중년 여성처럼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