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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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모자이크(Ⅰ)

0 개 1,258 박건호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주섬주섬 치우고 손을 뻗어 방사선이 가득 묻어 있는 필름을 집어들었다. 탁탁 털어내고는 창구의 건너편으로 넘긴다. 그리고는.그리고는 낡은 의자에 앉아 거미줄이 횡횡하는 천장을 보며 한없이 무거운 공포를 뱉어내는 것이다. 거리의 바깥에선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거대한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철커덩 하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곤두박질치고 필름이 나온다. 필름을 보는 눈에서 아주 사적인 초침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나온다.
문이 닫히고 거리는 어느덧 라스베가스가 된다.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지폐들이 온종일 날아다닌다. 폭발한 뢴트겐의 주검. 정지된 죄악의 광장.
 
교회
기타줄 없는 기타를 맨 채 교회에 간다. 그 곳에서는 늙은 부인과 늙은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오열하며 끊임없이 신을 갈구하고 있다. 알면서도 당하는 시너지. 모든 것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믿음의 믿음.이 곳의 사람들은 죽으면 신에 닿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혹은 신처럼 살기 위해 혀를 움직여 각종 껍데기를 쏟아대며 상대방의 얼굴을 핥아댄다.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구걸하며 살아가는 것. 교회는 서비스정신이 쌍방으로 투철하다. 갈 곳을 잃은 어린 양들이 목자를 따라오는 무의식적 각성행위. 대리적 행복의 중독자들. 우주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절망의 로케트. 옥상 위에 붉게 두근거리는 검은 천사들의 엑스터시.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 이 곳에는, 묘비명이 참 많다.
 
호텔의 방
회색의 하늘과 더위가 창문을 누른다.
내 얼굴에도 어떤 철학의 난점같은 지문이 묻어날 것이다.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보고 씩 웃으며 지나간다.
거울로 된 방에서 평생 자살을 꿈꾸는-
용기가 결핍된 소년은, 어쩌면 생존에 매우 적합하다.
죽음의 계시를 받은 소녀가 한 소년의 키스를 받는다.
새벽녘 낯선 호텔에서 부조리한 눈을 뜬다.
 
이불 속
뭐든 무슨 상관이야- 라고 계절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걸었다, 우리는 걸어서 그 곳에 도착했다 누군가도 도착할 수 없는 그 곳. 착륙불능의 지점.
불시착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는 곳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그곳에 왔다 아니 나는 사실 그 곳에 살고 있었어, 라고 말한다. 미안해. 그리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아니,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제발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너는 나의 사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고 그것은 깊게 구부러져 고장 난 TV 안테나처럼 세상을 거칠게 갈구했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처럼 안테나를 고쳐주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상관없어, 의 계절은 비행기처럼 흐르고 있었다.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우쭐대며 담배를 피워물겠지. 그리고 다시 기억을 외면한 이불 속에서 과거를 꿈꾸며 잠들 것이다.
잘자.

화이

댓글 0 | 조회 2,327 | 2014.02.25
영화 <화이>. 다섯 명의 아빠 중 한 명인 석태가 아들 화이에게 말한다. 괴물이 두렵다면 괴물이 되거라. 괴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믿음은 순수성의 증… 더보기

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7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한국에서

댓글 0 | 조회 1,765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모자이크(Ⅲ)

댓글 0 | 조회 1,827 | 2013.12.24
호텔의 방. 창가 태양의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고, 산란된 빛의 파장은 곧게 흩어져 호텔의 창가에 곱게 내려앉아있다. 먼지들이 빛의 언저리를 떠돌고, 창틀에 반쯤 … 더보기

모자이크(Ⅱ)

댓글 0 | 조회 1,232 | 2013.11.27
호텔 앞의 해변 아침에 일어나 담배 연기같은 차가운 태양이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빨간 투명함이 내리쬐는 백사장엔 무덤 하나가 있었고 그 위의 크림빛 소녀는 고개… 더보기

현재 모자이크(Ⅰ)

댓글 0 | 조회 1,259 | 2013.11.12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 더보기

지느러미

댓글 0 | 조회 1,458 | 2013.10.22
1. 나는 몇몇 여자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허세, 조작, 이기가 엉켜서 나 스스로도 통제 못하던 때가 있었다. 나를 연출하는 것은 나의 처세가 되었었…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6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

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904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Boy A

댓글 0 | 조회 1,401 | 2013.08.28
초록빛 눈이 오는 날이다. 회개하기 위하여 떠나기가 쉽지가 않아 흔들흔들거린다. 너를 떠날 수 있는 날, 그리하여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년은 늘 … 더보기

너의 스위치였다

댓글 0 | 조회 1,653 | 2013.08.14
딸깍. 열리는 암실의 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은 때때로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포착은 시간을 초월한 채 머리 한 켠에 걸어지는 …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6 | 2013.07.23
17살. 나는 카페에 자주 갔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기 전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가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2층에 있었던 그… 더보기

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댓글 0 | 조회 1,556 | 2013.07.09
예전부터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팍팍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관용구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 더보기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76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자기소개서

댓글 0 | 조회 1,554 | 2013.06.11
본의 아니게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원이 뭐하는 곳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충격적인 초고를 이메일로 … 더보기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의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20 | 2013.05.28
기차에서 피가 났다, 레일에서 피가 굉음을 내며 흐른다. 줄줄줄줄줄줄줄줄 흐른다 Medina의 You and I를 듣는다. I feel like. I’… 더보기

허세

댓글 0 | 조회 1,402 | 2013.05.14
내가 다녔던 대학교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오월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광장이 가져다주는 어떤 암울한 느낌을 5월이라는 봄 냄새 가득한 단어로서 상… 더보기

음악시간

댓글 0 | 조회 1,455 | 2013.04.24
다음 주까지 각자 음악적인 재주 하나를 가져오면 되는거야. 중학교 시절, 미치광이로 유명했던 음악 선생이 말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어렵다며 불평불만, 투덜투…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1,361 | 2013.04.10
영화 <접속>, <공감>,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수많은 애틋한 만남들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미필적 대본 속 우연들이 교집… 더보기

소리

댓글 0 | 조회 1,439 | 2013.03.26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우사의 망토와도 같은, 서걱거리는 심장이 있었다. 영혼의 텍스트들이 두터운 긴장감으로 다다다다닥 머릿속을 훑어내고, 가느다란 담배연기가 시간 … 더보기

적과 빛

댓글 0 | 조회 1,248 | 2013.02.27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 더보기

배탈

댓글 0 | 조회 1,500 | 2013.02.13
몇 년만에 아픈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것은 군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이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3일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보기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댓글 0 | 조회 1,494 | 2013.01.31
1.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찍은 단편영화: 늦어도 2월까지는 편집 완료! 2. 랭귀지 스쿨에서 한국말 가르치기: 교재 제작! 3. 정착: 워크비자 준비할 것! 4. …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댓글 0 | 조회 1,393 | 2013.01.15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