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정경란 0 1,507 2013.03.27 16:03
▶ 알렉산더 맥카이 (Alexander McKay: 1841-1910)

한국 과천에 가면 (4호선 어린이대공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건물) 사진작가이자 수십년간 카메라를 수집해온 김종세님이 운영하는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있다. 사진작가로서 여러 종류의 렌즈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 카메라 몸체까지 수집하는 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카메라 박물관 방문 역시 2012년 겨울을 내 맘대로 정한 ‘박물관순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2012년 한국의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우울한 웰링턴의 겨울을 겪으면서 아, 눈이 보고 싶다, 싶었던 마음은 영하 16도의 강추위를 만나자 도대체 이런 추위를 예전에 겪어보기는 했는지 싶을 정도로 아무리 껴입어도 춥기는 매 한가지였다. 길가 한쪽에 치워진 눈이 퍼석한 얼음덩어리로 변해가던 날, 과천 카메라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앞쪽에 커다란 상자 같은 게 놓여있다. 아주 오래된 인물 사진전용 카메라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김종세 관장님의 설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구해 온 것이란다. 뉴질랜드라. 뉴질랜드는 영국이나 미국 혹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래된 카메라를 다소 저렴한 (그래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액수) 가격에 구할 수가 있어서 옥션에 물건이 나오면 직접 발품을 팔아서 남섬과 북섬 여러 곳을 다녔노라고 했다. 한번은 뉴질랜드 어느 박물관을 물어 물어 찾아갔는데, 왜 예약하고 오지 않았느냐고 면박을 받았단다. 아직도 예약문화가 서툰 필자 역시 이 부분에서는 완전 공감^^

카메라의 역사에서 원거리 피사체를 당겨서 찍는 망원렌즈 카메라를 뉴질랜드인이 최초로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발명가는 알렉산더 맥카이였다. 맥카이는 뉴질랜드 지질연구소의 보조 지질학자로서 직업상 누구보다 필름 카메라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뉴질랜드 전국을 발품을 팔아가며 지형을 확인하고 또 지진이 잦은 이유로 지진 후 지형의 before-after 및 실제 단층을 확인하는 작업등을 오래도록 해왔다. 그가 쓴 논문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먼 거리풍경을 찍을 일이 잦았던 맥카이는 당시 카메라 렌즈의 특성상 해상도가 낮게 나오는 결과물에 낙담하여 도수는 높되 초점 거리는 짧은 망원렌즈를 궁리하게 된다. 그리고 손수 위스키 병 바닥의 볼록한 부분을 이용해서 최초의 망원렌즈를 만들어낸다.

그가 세계 최초로 (뉴질랜드 연구자들이 강조하는 부분) 망원렌즈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지질학 연구사상 또한 세계 최초로 지층이 수평으로 어긋난 단층 (Hope Fault)을 규명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그가 새롭게 규명하고 발견한 단층들은 현재 뉴질랜드 지질학 연구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다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카메라박물관의 김종세 님에게 전한 이야기는 뉴질랜드인이 세계 최초로 망원렌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는 내용뿐이었고 이후 자세한 자료는 필자가 따로 얻은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한 개인이 30여 년 동안 모은 카메라는 3층 건물의 두개 층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가득했고 척 보기에도 영국의 크리스티 경매에나 나올 법한 카메라들도 여러 개 보였다. 한 개인의 집념과 노력이 빚은 결실이었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이 소장한 물건을 전시하고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박물관을 운영한다면 돈을 쏟아 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나마 청소년을 대상으로 카메라 만들기, 직접 사진 뽑아보기 등의 체험학습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그로서는 운영비는커녕 한겨울 난방비와 전기료도 감당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자체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과천에 부지를 사고 건물을 새로 올린 후 30여년간 모은 카메라와 렌즈 등을 10년 동안 전시하고 공개하면서 들어간 돈은(전기세, 난방비 및 운영비) 10억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요즘 개개인의 헌신, 집념, 노력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내지 현상(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포함)에 크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그런 개개인을 찾아가고, 묻고 또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내놓고 싶기도 하나 아직은 의욕만 앞선다.

사실, 뉴질랜드는 얼마나 한가롭고 여유로운가. 자칫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아이들에겐 천국이니까,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민자로서 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성의를 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역설적이게도 온갖 변화와 부침을 겪은 한국사회에서, 혹은 지구상 다른 곳에서 나름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찾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눅눅한 겨울, 계절적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맥카이와 그가 만든 망원 렌즈 그림>, 출처는 아래 Rodney Grapes
<참고자료>

▶ Alexander McKay,“On some means for increasing the sacel of photographic lenses and the use of telescopic powers in connection with an ordinary camera”, Transactions and Proceedings of the New Zealand Institute 1890, Vol. 23, issued in 1891.

▶ Rodney Grapes,“Alexander McKay and the Awatere Fault, New Zealand: ground rupturing and large-scale horizontal displacement”, New Zealand Journal of Geology & Geophysics, 2009, Vol. 52:349-365.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Total Cleaning & Total Paint
cleaning, painting, 카펫크리닝, 페인팅, 물 청소, 토탈 크리닝 T. 0800157111
Blindsmith NZ Ltd
blind, blinds, 블라인드. 윈도우, window, 베니시안 블라인드, 우드 블라인드, PVC 블라인드, 롤러 블라인드, 블럭아웃 블라인드, 터멀 블라인드, 선스크린 블라인드, 버티컬 블라인드, Venetian blinds, wood T. 09 416 1415
홍길동투어
뉴질랜드 남북섬 투어 전문 여행사(8/12/23인승 다수 차량 보유)가족, 친지, 모임, 동호인, 신혼여행 및 어학연수팀 등 투어뉴질랜드 여행, 현지 여행사, 홍길동, 남섬, 북섬, 반지의 제왕, 호빗, T. (09)625-6789

일본해냐 동해냐

댓글 0 | 조회 1,486 | 2014.02.12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주내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계 의원의 발의로… 더보기

지진피해 현장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1,445 | 2014.01.30
2014년 1월 20일 월요일 4시 50분경, 긴 지진을 경험했다. 날카롭지도, 짧은 순간 강력하지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꽤 오랫동안 흔들림이 있었다. 이후 도미니언 포스트에는 지… 더보기

중국여행소감-광저우

댓글 0 | 조회 1,799 | 2014.01.14
중국 서쪽 사천성에서 동쪽으로 충칭, 항저우, 상하이를 아우르는 학술 답사를 다녀온 게 15년 전이었다.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학술답사팀은 2주 일정으로 중국이나, 일본… 더보기

차 혹은 커피 한잔? Tea에 관한 짧은 역사 이야기

댓글 0 | 조회 2,028 | 2013.12.24
커피나 차 한잔 하실래요? Would you like to have a cup of coffee or tea? 너무 길다. a cup of coffee? 이것도 길어서 coppa?… 더보기

뉴질랜드스러운 야외용 취사도구들

댓글 0 | 조회 3,011 | 2013.12.10
앞서 배취에 대해서 말했듯이 자연속에서 살자면 전기의존도도 줄이고, 빗물을 모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아침으로 토스트를 즐기는 키위들이 사용하는 토스터는 어떨까? 풍광 …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822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이 나온다. 우리로…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965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대한 조사와 조치…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1,715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250불이나 주었던…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4,557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말하면 생물시간에…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1,333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않다), 막내 딸…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1,484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어서 있다. 헛 리… 더보기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1,101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곳에 있는 고등학교…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2,493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될 당시에 유행했던…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2,003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니까 호주가 이민 …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1,224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년에 10,000번…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1,197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었다. 며칠전부터 …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3,842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음 대했을 때는, … 더보기

헤브락(Havelock)과 물리학자 러더포드

댓글 0 | 조회 1,516 | 2013.05.29
북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섬을 여행하기 위해선 국내선 비행기 혹은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요트나 보트를 가지고 있다면 항해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선이라고 해… 더보기

앤작데이(ANZAC DAY) 유감

댓글 0 | 조회 1,583 | 2013.05.15
<뉴질랜드 병사 6.25 참전비, 가평> 얼마전 일간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곳 키위들은 와이탕이데이(Waitangi Day)보다 앤작데이(ANZAC DAY,…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Ⅱ)

댓글 0 | 조회 1,348 | 2013.04.24
▶ 좌측으로부터 진혼석, 벗꽃동산, 녹나무(camphor tree), 당시 사망한 뉴질랜드병사의 묘지석 지난회에 페더스톤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얽힌 비극적 이야기를 소개해드렸다. … 더보기

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Ⅰ)

댓글 0 | 조회 1,485 | 2013.04.09
<출처: Masterton District Library and Wairarapa Archive, Te Ara Encyclopedia of New Zealand> 오~래… 더보기
Now

현재 한국의 카메라 박물관과 알렉산더 맥카이

댓글 0 | 조회 1,508 | 2013.03.27
▶ 알렉산더 맥카이 (Alexander McKay: 1841-1910) 한국 과천에 가면 (4호선 어린이대공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건물) 사진작가이자 수십년간 카메라를 수집해온 … 더보기

외규장각 도서와 박병선 박사-제 2편

댓글 0 | 조회 1,501 | 2013.03.13
지난 번에 소개한 ‘직지’와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이어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 더보기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과 박병선 박사-제 1편

댓글 0 | 조회 1,427 | 2013.02.27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시청하던 중이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Jeopardy’… 더보기

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댓글 0 | 조회 1,455 | 2013.01.31
한국을 여행 중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박물관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의 박물관을 훑고 있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여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인구 대비 거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