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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lborough of Wine(Ⅱ)

배수영 0 1,472 2012.02.02 08:24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보이는 포도밭은 지평선과 닮아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순 없지만 묘한 편안함과 안락함이 가져다 주는 여유로움은 와인을 즐기기 위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이곳 말보로(Marlborough)는 뉴질랜드 와인산업의 중심이자 쇼비뇽블랑(Sauvignon Blanc)의 본 고장이다. 와이헤케의 쇼비뇽블랑은 과일의 향이 진하고, 조금은 무거운 바디의 감을 느낄 수 있다면, 말보루지방의 쇼비뇽블랑은 가볍고 과일의 신선함과 후레쉬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말보로 와인너리 투어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남섬 픽턴(Picton)에서 출발해서 7시간 동안 진행되는 All-day tour, 아침이나 오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4~5시간 동안 즐기는 Medium tour가 있고, 블렌하임(Blenheim)에서 출발해서 3시간 정도 포도농장을 둘러보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Short Tour가 있다. 나는 All-day tour를 선택해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40병의 가까운 고급와인을 시음 하는 바람에 도중에 취기가 올라 폭음기행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자신이 관심 있는 와인 종류만 집중해서 시음하고 비교하는 편이 더 효율적으로 와인너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생 클레어(Saint Clair)를 기점으로 헌터스(Hunters),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 노빌로 아이콘(Nobilo Icon), 록 페리(Rock Ferry), 기센(Giesen), 스파이 벨리(Spy valley), 프레이밍햄(Framingham) 총 8군데를 방문한다. 만약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기사아저씨에게 말하면 데려다 주시기 때문에 미리 말을 하는 게 좋다. 나는 클라우디 베이 농장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말씀을 드렸더니, 클라우디 베이는 다른 와인야드와는 다르게 2잔까지는 공짜로 시음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원할 경우에는 5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셨다. 다행히 나는 그 곳에서 리즐링(Riesling)을 샀기 때문에 원하는 종류의 와인을 몇 번이고 시음할 수 있었다.



이번 와인너리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내 입에 딱 맞는 와인종류를 찾았다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리즐링인데, 디저트(Desert)나 아이스와인(Ice Wine)보다는 단 맛의 농도가 진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달콤하고 과일향도 느낄 수 있어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분들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헌터스와 스파이 벨리의 리즐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헌터스의 리즐링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단맛이 나며 뒷맛이 깔끔하고, 스파이 벨리는 단 맛의 농도가 헌터스보다 진하지만 과일향이 입안 전체에 펴져 아주 아름다운 맛을 즐길 수 있다. 클라우디 베이에는 대표적으로 Early harvest(초기에 수학한 포도)와 Latest harvest(늦게 수학한 포도) 두 종류의 리즐링이 있다. 초기에 수학한 리즐링은 쇼비뇽블랑에 달콤함을 더한 맛이나고, 늦게 수확한 리즐링은 단맛이 나지만 뒷 맛에 알코올향이 조금 나는 느낌이 나서, 나는 헌터스에서 산 리즐링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드렸다.

기센에서 시음을 한 후에 점심을 하기 위해 포도농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려 태국식 소고기 샐러드를 먹었는데 고기가 아주 연하고,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나와서 좋았고, 치즈슈플레 또한 맛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빌라 마리아(Villa Maria)와 킴 크로포드(Kim Crawford)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스파이 벨리를 마지막으로 와인너리는 끝났다. 말보로에 있는 와인농장을 다보고 여러종류의 와인들을 시음하기 위해서는 최소 이틀의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와인에 대한 키위들의 관심은 애정을 뛰어넘어 삶 그 자체다. 수 많은 와인 양조장이 있지만, 각기 다른 맛과 기술을 이용해 향과 맛을 만들어 누군가는 그리움을, 사랑을, 기쁨을 와인 한잔에 담아내고 수많은 삶의 장면으로 발효된다. 말보로에 존재하는 자연과 인간사이의 신뢰가 포도라는 열매를 통해 나타나는 이 곳은 언제나 따뜻하다.

* 말보로 와인너리 투어 http://www.marlboroughwinetour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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