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아빠는 관대하다

안진희 0 844 2013.07.09 13:43
‘엄마, 아~~’
 
아들은 아빠랑 치카를 하고 나면 나름 잘 했다는 표시로 항상 내 앞에 와서 입을 한껏 벌리고는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럴 때면 치카맨으로 변신하는 호비 아빠가 그러듯이 한껏 오바해가며 ‘우어어~ 너무너무 반짝거려서 눈을 뜰 수가 없네~’라고 맞장구 좀 쳐주면 씨익 웃으며 돌아선다.
 
‘아아악~~~! 이게 뭐야!’
 
신나서 달려온 아들은 엄마가 괴성을 지르자 한껏 주눅이 들어버렸다. 
 
어떻게 방금 이를 닦았는데 어금니에는 김가루가 그대로 묻어있나… 아빠는 도대체 애 치카를 어찌 시켜주는 건지 이것도 참 대단한 기술이다. 원래도 대충 후다닥 닦이는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마감에 쫓겨서 허덕거릴 때면 안 하는 것 보다는 아빠가 도와줘서 대충 치약이라도 묻히는 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뒀었건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는가. 아빤 너무 관대하다.
 
아들 픽업을 갔더니 선생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진지한 얼굴로 물어본다. ‘오늘 도시락 안 싸줬던데 무슨 일 있어?’ 허걱. 이건 또 왠 날벼락인고. 일주일에 딱 하루, 금요일에만 도시락을 싸 가는데 눈비비고 일어나서 고기 꼬치에 끼우고 튀김 튀기고 생쑈를 해서 바리바리 싸 보냈건만 도시락을 안 싸오다니.
 
아침 픽업을 담당한 아빠에게 부리나케 어찌된 일인가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 맞다!’ 
 
이런… 깜빡 까먹고 뒷자리에 둔 채로 그냥 애만 들여보냈단다. 그러고 보니 차 뒷자리에 도시락 통이 그대로 놓여있다. 어린 것이 그거 안 싸 보내면 쫄딱 굶어야 할 수도 있는 것을 어찌 그걸 까먹을 수 있을고…  아빤 참 대단하다. 
 
아빠가 오후에 시간이 되는 날 아들의 픽업을 부탁해보면 꼭 아들을 잠든 채로 안고 온다. 유치원에서 오는데 기껏해야 10여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그 시간에 아들이 잠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워서 물어봤다. ‘올 때 둘이 얘기 안 해?’ 내가 데리고 올 때면 오늘은 유치원에서 누구랑 놀았는지 뭘 하고 놀았는지, 친구 누구는 오늘 왔는지, 집에 가서 뭐하고 놀 건지 등등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는데, 아빠는 말 한마디 안하고 앞만 보고 온단다. 친구 이름 맨날 얘기해줘도 까먹고 만화 캐릭터 이름도 맨날 그게 누군데 라며 반문하니 아들 넘도 별로 할 말이 없겠지. 아빠는 운전에 열중하니 피곤한 아들이 금새 잠이 들 수 밖에. 아빤 참.. 상남자다.
 
저녁 시간에 일 좀 하려고 아빠보고 아들이랑 책 좀 보면서 놀아주라고 맡기면 흔쾌히 걱정 말라고 한다. 조금 있다가 조용해서 나가보면 어느새 책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두 남자가 쇼파에 느긋이 기대서 애플사 열혈 서포터즈로 빙의해 각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붙들고 몰입중이다. 피곤도 하고 귀찮기도 하니 대충 글자를 읽어주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금새 듣는 재미가 없어진 아들이 먼저 아이패드를 찾고 그럼 아빠도 더 이상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으니까 아이폰을 가져다 각자의 볼거리에 심취하는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보면 얼마나 흐뭇해할고... 아빤 참.. 쿨하다.
 
엄마의 눈에서 보면 아빠의 육아는 참 저질 육아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수준인데. 그래도 아빤 그 덕에 아들과 눈 높이를 맞추며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어지르고 놀고, 하기 싫은 건 같이 대충하고, 가끔 빼먹기도 하고 잊어먹기도 하니 인간적이고. 
 
그래서 아들은 아빠가 차암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들! 엄마는 맨날 혼만 내고 규칙만 내세워서 미안해. 엄마도 관대해지도록 노력할게. 나중에 커서도 엄마랑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낼 수 있게끔 말야. 약소옥~!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조앤제이
조앤제이 09-336-1155 각종 뉴질랜드 이민 비자 전문 Immigration Adviser Kyong Sook Cho Chun T. 093361155
(주)뉴질랜드 에이투지
뉴질랜드 법인 현지 여행사 / 남,북섬 전문 여행사 -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해외여행 / 진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 T. 09 309 3030 T. 09 309 3030
미드와이프 김지혜
무료 산전 관리및 분만, 산후관리를 해드립니다. 와이타케레, 노스쇼어, 오클랜드 산모 환영 T. 021-248-3555

엄마 미안해. 그땐 몰랐어

댓글 0 | 조회 1,464 | 2013.08.27
‘으아아~ 엄마 무서워! 파리 파리!’ ‘엄마가 파리는 무서운거 아니랬지? 파리는 그냥 드러운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얼른 잡아!’ 운전하… 더보기

오늘도 나는 반성합니다

댓글 0 | 조회 878 | 2013.08.13
노래도 부르고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고 한마디로 생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조용하다. 드디어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시리 미안해진다. 아까 괜히 소리 질렀나.. 뭐라… 더보기

엄마 어디가

댓글 0 | 조회 812 | 2013.07.23
요즘 한국에서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가 인기란다. 유명인 아빠들이 각자의 아들, 딸을 데리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 오는 내용을 테마로 한 방송인… 더보기

현재 아빠는 관대하다

댓글 0 | 조회 845 | 2013.07.09
‘엄마, 아~~’ 아들은 아빠랑 치카를 하고 나면 나름 잘 했다는 표시로 항상 내 앞에 와서 입을 한껏 벌리고는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럴 때면 치카맨으… 더보기

내려놓음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1,061 | 2013.06.25
어머니! 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인사치레 밥… 더보기

된장녀. 아니, 된장발음

댓글 0 | 조회 987 | 2013.06.12
“오늘은 뭐 먹었어?” 아들을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인 질문을 했더니 “음…. 쿠뢰커랑..” 헐… 발음… 더보기

소박함에 감사하기

댓글 0 | 조회 929 | 2013.05.28
으하하. 우리도 드디어 한국에 간다. 비행기 표 값은 나중에 내도 된다고 하길래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몇 달 남았으니 열심히 벌면 모이겠지… 다른 집들은 참 쉽게도 … 더보기

사회생활 하다보면....

댓글 0 | 조회 901 | 2013.05.15
‘엄마, 제이임스가 막 이러케 때리더라.’ 잉? 이건 또 뭔 소리래..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으로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라고… 더보기

슈퍼맘이 못 되어서 미안해

댓글 0 | 조회 816 | 2013.04.23
이것 참 큰일이다. 내일은 아들이 부활절 연휴 전에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 선생님들께 드릴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데 30분이면 맛있게 굽히던 게 왜 1시간이 다 되 가도록 … 더보기

아들어록

댓글 0 | 조회 774 | 2013.04.09
애를 키우면 애 덕에 울고 또 애 덕에 웃는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뭐 물론 아직은 아들 덕에 울고 싶을 때가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말이 많아져 갈수록 웃을 일이… 더보기

바라는게 있다면

댓글 0 | 조회 870 | 2013.03.26
웬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꿈에 보인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두 번이나 꿈에 나오시는 게 아닌가. 엄마한테 얘기를 했더니 ‘너한테 할 말이 많은가 … 더보기

너도 한번 나아봐

댓글 0 | 조회 1,041 | 2013.03.13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사람 많은 마트에서 한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는데 극적으로 엄마가 나타나 모자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는 여주인공이 “난 나중에 저러지 않… 더보기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댓글 0 | 조회 749 | 2013.02.27
드디어 아들이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세 돌 생일부터 보내려면 지금 예약해도 안 늦겠나 싶었는데 마침 홀리데이라 빠진 아이들 덕에 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 더보기

장수만만세

댓글 0 | 조회 778 | 2013.02.13
죽다 살았다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돌아가고 방이 빙글빙글 도는 게 막 토할 것 같더니 몸이 점점 마비가 되… 더보기

배은망덕도 유분수라지

댓글 1 | 조회 1,380 | 2013.01.31
이놈의 새들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기껏 빵을 줘서 잘 얻어 먹었으면 감사하다 몇 번 지저귀고 가면 될 것을 그렇게들 생각 없이 똥들을 퍼질러 싸대고 가면 도대체 누가 좋다… 더보기

올해에는....

댓글 0 | 조회 967 | 2013.01.16
‘거기거기~ 왼쪽에 거 아이패드 선에 꼽고, 오른쪽에 가서, 거 오른쪽 옆에 보면 제일 위에 버튼 있재, 그거 한 번, 두 번, 세 번 누르면 피씨라고 뜨니까 화면 나오… 더보기

평화협정은 이대로 깨어지는가

댓글 0 | 조회 921 | 2012.12.21
“위험해. 하지마. 하지 말랬지. 안 들려! 하지 말라구!!!!”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다. 겁이 많은, 아니, 좋게 말해서 조심성이 있는 아들은 … 더보기

You Win!

댓글 0 | 조회 890 | 2012.12.12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ldq… 더보기

그 곳에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999 | 2012.11.28
찜 요리의 계절이 돌아 왔단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에 비법 양념과 정성을 더하니 손님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지사라나.. 매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한국 프로그램 중에…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이름, 엄마

댓글 1 | 조회 922 | 2012.11.14
쉬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 녀석이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아들~ 뭐해? 쉬 다했어?” “아~” 쏴아~ … 또 쏴아… 더보기

한땐 강남스타일

댓글 0 | 조회 1,676 | 2012.10.25
참 별일이네… 며칠 전 해먹은 쌈밥에서 신랑이 먹다 남긴 실파 한 줄기가 유난히 먹어보고 싶길래 한번 먹었었는데 그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뭔가 알싸~한 것이 입 안에… 더보기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276 | 2012.10.10
집에 들어와보니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요플레 하나가 놓여있다. 아들의 숟가락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아들이 먹다 남겨놓은 듯 한데.. 참 이상하다. 어제 내가 사다 놓은 요… 더보기

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87 | 2012.09.26
참으로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브런치를 시켜먹는데, 딸려 나온 소스를 맛보던 신랑이 대뜸 묻는다. ‘이거..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더보기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1,155 | 2012.09.12
다른 아이들 틈에서 함께 신나게 운동하던 아들이 문득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저 어린 것이 프로그램에 같이 오던 단짝 친구가 없어져서 빈자리를 느끼나 싶어 마음이 짠… 더보기

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댓글 0 | 조회 1,383 | 2012.08.28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돌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옆구리에 척하니 걸쳐 안은 모습이 화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다. 똑같이 쫄바지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어도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