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0 개 3,481 KoreaTimes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인이기를 고집해 얼굴부터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파크에 한 주일이면 두 번 평일에 서는 시장, 북적대는 사람구경에 나른하던 일상이 잠시나마 상큼한 활력소가 된다. 어느 시장이나 그렇듯 잠시 시장으로 변한 커뮤니티센터 입구엔 간이 카페가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 김이 폴폴나며 구수한 커피 냄새가 빈속을 휘저어 놓는다. 아마도 새벽같이 자리 차지 때문에 달려 나왔을 상인들이 물건을 벌려 놓고 그 따뜻한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속을 달래지 않을까?

  옷 가계들, 잡화상들이 기존의 가계들인 양 벌써 얌전하게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지럽게 놓인 자잘한 공구들 속에 덩그라니 의자에 기대 않은 어느 인물 좋은 귀부인의 대형 초상화가 발길을 붙잡는다. 자리를 잘못 잡은 불균형의 극치가 오늘의 특별한 재미로 매력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돌아보니 커다란 거울이 떠오르는 햇볕을 눈부시게 튕기며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내 모습을 투영해 준다. 실망으로 저물어 가는 내 모습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검은 피부의 인도 여인들이 노오란 황금으로 걸고 달고 온통 치장을 한 모습을 볼 때마다(너희들은 일찌기 이민와서 자리 잡아 벌써 부자가 되었구나) 부러운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었는데 시장 통 좌판에 번쩍거리는 금(?) 장신구들을 보면서 공연히 속은 것 같아 우습기만 했다. 더불어 다행스럽다는 안도의 마음이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민족의 고약한 심뽀일까? 그 보다는 한국인 우리의 자존심일 것이리라.

   하늘하늘 수양버들 바람에 춤추는 실개천에 마치 오작교같은 다리를 건너가면 넓은 주차장이 온통 풍성한 먹거리로 컬러의 바다를 이루었다. 이런 시간에는 아침 준비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 주부들은 적은 편이다. 식당을 경영하는 젊은이들과 기운찬 남자들이 대량의 야채들을 사서 벌써 차에 싣느라고 법석이다. 나는 산뜻하게 싱싱한 물건을 조용할 때 구경하고 천천히 골라 사는 게 편해서 늘 이런 시간을 택한다. 질서 정연한 쇼핑센터 물건보다 질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직접 상인들과 부딪치는 자연스러움이 좋고 눈치 보아가며 덤도 얹어 달라고 슬쩍 보채 보는 재미, 그러면 두툼한 손으로 한 개 더 집어 넣어 주는 장난끼어린 인정스러움이 얼마나 기분 괜찮은지.... 덤 하나에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치기를 편안하게 부딪치고 경험하는 현장.

  그 속에 가면 으례히 만나는 또 하나의 낯선 풍경이 있다. 늑대만한 개 두 마리가 길게 느린 줄에 휠체어를 달고 마치 저 북극을 달리는 에스키모의 눈썰매처럼 달려오는 멋진 모습이다. 먼 길을 달려 온 것은 아닐테지만 새까맣게 탄 얼굴에 털북숭이 수염을 한 남자가 기마병(?)들 뒤에 개선장군처럼 들어 오는게 장터의 왕자처럼 그럴 듯하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장애자였지만... 주로 야채를 다루는 중국인들은 몸이 날렵하고 눈에 반짝반짝한 반면 과일을 파는 마오리들이나 섬사람들은 두리뭉실한 몸 때문일까 느리고 편안하게 않아서 오는 손님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다. 답답해 보일 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급한 성미 탓일 뿐. 그 여유를 넌즛이 따르고 닮아 보고 싶기도 하다. 파아란 잎사귀가 그대로 매달린 금방 따 온 복숭아가 어느 한집에만 그득하다. 크고 작은 것들을 가려 놓지 않아 튼실하고 좋은 게 있는가 하면 살구같이 작은 것도 섞여 있어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상관 않는다. 먼저 보는 사람은 크고 좋은걸 골라 갈 테지만 나중 것은 어찌 파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값에 큰걸 골라오는 재미, 횡재를 하는 기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주 작은 통에 직접 만들어 가지고 나온 손두부를 파는 중년의 중국여인 몸짓이 너무나 서먹하고 서툴러 보였다. 비닐 봉지에 담아 주며 프라스틱 용기에 담아주면 20센트를 더 받는 게  애교스럽기까지 했다. 그 두부맛이 제법 순수하고 깔끔해서 맨 나중에 조심스럽게 물건 위에 얹어 오곤 한다. 이젠 그 장사가 할 만큼 괜찮아졌는지 아들일까? 젊은 남자가 많은 물량을 갖고 나와 제대로 된 장사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고 놀랜다(저러다가 아예 공장을 차리게 되는 게 아닐까?). 기업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의 집념이 무섭다.

  요즈음 물가가 폭등하고 교민 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야단들이다. 무엇을 하며 발 붙이고 살런지 아직도 자리를 못 잡아 우와좌왕하는 교민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장 바닥에 장사치로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다. 그 두부가계가 날로 번성해 가는 게 배아파지려고 한다. 그가 우리 교민이라면 큰 박수라도 보낼텐데 말이다.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33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81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댓글 0 | 조회 1,842 | 2015.09.23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11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47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댓글 0 | 조회 1,688 | 2015.06.24
어느 날. 문득 그 집 쪽으로 시선이 멎었을 때다. 무언가 전과 다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 정적이 감돈다고나 할까. 창마다 얌전… 더보기

그 카페

댓글 0 | 조회 1,683 | 2015.05.26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더보기

‘세익스피어 파크’에서

댓글 0 | 조회 2,410 | 2015.04.30
이민 보따리를 풀고 한참 지나서 처음 나드리 가 본 곳이 ‘쉑스피어 팍’이었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났지만 처음 느낀 인상 때문인지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가 …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23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29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겉모습이 달라도 마음은 하나

댓글 0 | 조회 1,851 | 2015.01.28
어떤 사진이든.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담은 하나하나의 영상들이기에 모두가 지나간 추억이 묻어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더욱 특색있는 인상으로 자주 드려다…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1,571 | 2014.12.23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 온 나날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게 주어진 일년동안의 과제를 마치고, 추수를 끝낸 느긋한 농부의 마음으로 새해 맞…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80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69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추억속의 아버지 그리고 갈대와 나

댓글 0 | 조회 1,561 | 2014.09.23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설 때의 일탈감은 늘 새로워 설레이게 마련이다. 안 가겠다고 버티던 고집은 어디에다 숨겨 버렸을까?.. 그 곳을 지날 때는 항상 반겨… 더보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댓글 0 | 조회 1,479 | 2014.08.27
오늘은 예순 아홉번 째로 맞는 ‘광복절(光復節)’ 입니다. 여기는 지금 한겨울, 팔월의 칼바람속을 산뜻하게 때묻지 않은 새 ‘태극기’가 하늘을 향해 팔랑거리며 올…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46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댓글 0 | 조회 1,640 | 2014.06.25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 더보기

추모사

댓글 0 | 조회 1,641 | 2014.05.13
그들은 이제 겨우 열 일곱살. 싱싱한 나무에 곱게 부풀은 꽃봉오리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봉오리들은 활짝 피워 보지도 못한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즐거이… 더보기

주부(主婦) 실종시대

댓글 0 | 조회 2,873 | 2014.04.24
정신없이 흐려지는 시각을 거역이라도 하듯. 사물을 보고 느끼는 진정성은 더더욱 뚜렷해 지고 있으니 이것이 늙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늘상 보던 주변의 물… 더보기

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댓글 0 | 조회 2,395 | 2014.03.26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5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394 | 2014.01.30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누군가 가 분명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혼자가 되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같이했던 사람은 누구이며… 더보기

피붙이의 힘

댓글 0 | 조회 2,570 | 2013.12.24
불을 끄고 마악 첫잠이 들려는 찰나. 어둠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무섭게 울려댄다. (이 밤에 누구야 오늘밤 잠은 다 틀렸네) 보통의 상식을 깬 이런…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88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