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그 사람 “프레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30] 그 사람 “프레드”

0 개 2,619 KoreaTimes
그사람을 또 만났다. 수영장엘 가면 만나게 되는 사람이지만 내가 자주 가질 않으니 오래간만에 만난 “프레드”다. 그의 곁에는 항상 동양 여자들이 같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그가 동양사람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니면 수다스러워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은 한 번도 본적없는 어느 여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보통 때와는 다르게 느낌이 이상했다. 조용조용 속삭이듯 주고받는 대화의 모습이 뒤에서 보기에 예사롭지가 않아 문득 그의 와이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드 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와이프는 일본여성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퍼뜩 그런 분위기를 떠올린 것이다. 왜 같이 안오고 늘 혼자만 오느냐고 물었을 때 여기 오는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오늘은 웬일일까? 살짝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그가 벌써 나를 알아 버렸다.

  “헬로우 롱타임 노씨”

굵직한 목소리가 여전히 힘이 넘치고 명랑했다. 적당히 대답하고 밖에 나와 땀을 식히려는데 어느새 따라 나온 그가 그 여성과 함께 내 앞으로 다가와 정식으로 소개를 한다. “마이 와이프”라는 소리를 들으며 신통하게도 내 느낌이 맞아 떨어졌음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 여자는 만나서 반갑다고 화들짝 웃으며 악수를 청해왔다.

“에쎄이 라이터?”프레드를 처음 대할 때부터 내가 글쓰는 사람임을 아는 터여서 와이프에게도 그리 말을 한 모양이다. 요즈음도 글을 쓰느냐고 관심있게 물어온다. 프레드의 나이는 육십대 중반쯤, 그 여자는 오십이 아직 안된 젊은이었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동양사람답지 않게 눈도 부리부리하고 시원해서 예쁘지는 않았지만 서구형의 건강한 여성이었다. 당신의 일본아내가 너무 아름답다고 칭찬해주니 입이 함박만해서 그렇다고 시인하며 좋아했다. 아주 천천히 알아듣기 쉬운 말로 영어가 모자라는 사람들과 잘도 어울리는 연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동양 여성들 중에는 특히 일본여성들이 서양남자들을 무조건 좋아한다더니 그 실체를 보면서 그들이 어찌 만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찐한 스토리가 분명 있었을텐데 말이 부족하니 들을 수가 없는게 안타까웠다. 그가 늘 하던 말, 자기 살아온 스토리를 쓰고 싶다더니 평범치 않은 과거사의 여운을 느끼게 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일 년에 몇번씩 공연도 한다지만 남들이 쉬는 주말이 더 바빠 낮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 잠깐씩 면도하러 수영장엘 나온다던가. 어느날은 수도 파이프가 터져서 집안이 온통 물난리로 젖은 카페트를 말리느라 열흘씩이나 혼이 났다는 이야기며 유리창을 닦는데 며칠을 보냈느니 그런 일상의 일들을 제스츄어를 써가며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늘 수영복 차림으로 만나서 그런 이야기나 늘어놓는 그가 정장을 하고 두툼한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는 게 영 연상이 되질 않는다. 남자다운 튼실한 체구에 어찌보면 찰톤헤스톤을 닮기도 한 것 같으니 멋진 남성 피아니스트일 것이다.

십 사오년전에 오스트리아로부터 이민을 왔다는데 휴가 때마다 가는 것은 형제자매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지만 자녀들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은 것같다. 재혼을 했을 터인데…, 결혼을 늦게 한 것일까? 인생스토리를 자주 들먹이는 걸보면 우여곡절 기복이 많은 삶을 살았다는 암시같이 들렸고 이마에 깊이 패인 주름이 그걸 말해주는 것같아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와이프와 그의 어머니까지 세식구가 산다고 한다. 해마다 하는 고국 나드리에 장모가 동행하는 걸보면 그녀가 만만치 않은 재력가가 아닐까.  장모와 비슷한 나이의 사위, 젊은 아내와 그의 어머니, 두 여자 틈에서 우대받는 유럽남자, 일본 여성들은 시종처럼 남편을 떠받든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만족하고 행복할까?

한국에 관심이 많아 지금 봄이냐? 여름이냐? 나만 만나면 물어 오지만 지금은 삼월이니 아직은 그렇고 사월이면 꽃이 많이 핀다고 하니 오스트리아도 똑같다고 하며 좋아한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부인 한복입은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이기도 한 오스트리아, 동계 올림픽을 치룬 인스브르크에 갔을때 기념으로 남아있는 스키보드며 그 밑에 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에 ㅇㅇㅇ 한국이름이 있어 놀랐던 일, 북한 선수였지만 분명 세글짜 우리 이름에 우쭐했었다. 밖에 나오면 우린 그냥 순수한 동족인 것을……, 언젠가는 내가 그 자랑을 꼭 하리라고 마음 먹는다.

구월이 되면 또 육주의 휴가여행을 하게 된다고 하니 나는 앵무새처럼 부럽다는 말을 해야했다. 독일로 이태리로 파리로 4000여 킬로씩 달렸다고 하는 자랑을 다시 듣게 되기 때문이다. 휴가를 한 번도 시시하게 놓치지 않고 값지고 알차게 보내는 그들의 의식이 돋보여서 부러운 게 사실이다.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도 그와 버금가게 열정으로 인생을 살찌우는 방식, 그 충전의 효과로 더더욱 윤택한 삶을 이어 나갈 그들의 노후가 행복 속에 오래오래 머물기를 가만히 빌어 준다.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82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그들의 행 불행을 사람들이...

댓글 0 | 조회 1,621 | 2013.09.25
편지함에 꽂힌 색다른 전단지를 뽑아들면서 어느분의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였는데 새하얀 몸털에 얼굴 반쪽만 검정털로 특징도 유난스런 고…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202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14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댓글 0 | 조회 1,632 | 2013.06.25
6.25전쟁. 한창 봉오리진 내 아름다운 사춘기의 꿈을 몽땅 짓밟아 놓은 어둠의 세월. 피난민으로 정처없던 혼란속에서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맞아야했던 처절한 슬… 더보기

‘피죠아’의 계절에

댓글 0 | 조회 2,582 | 2013.05.28
머리 다듬기를 관심마져 져버린듯 ‘미용실’ 가기까지 꽤나 망서려지는 게으름. 그 과정의 시간들. 기다리는 무료함이 짜증나서 늘 모자속에 가두…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27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38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덴마크) 편

댓글 0 | 조회 1,744 | 2013.02.27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네 나라가 서로 자신의 나라가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스웨덴)편

댓글 0 | 조회 2,553 | 2013.01.31
실야라인(silja line) 크루즈의 선상 뷔페식사 분위기가 더 없이 푸근하고 즐거워 피곤한 여정에 달콤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낯선 음식을 맘껏 두루 맛보는…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89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43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896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미나리, 미나리 강회

댓글 1 | 조회 2,438 | 2012.09.25
지겹도록 비가 내려 지루하기만 하던 한 겨울. 그래도 그 비 덕분일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원 줄기에 마냥 나긋하게 자란 미나리를 만나니 반갑다. 그 것을 보는 … 더보기

여자는 예뻐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622 | 2012.08.28
몸에 탄력을 잃으니 윤끼도 사라지고. 머리카락도 변변찮아 매만져봐야 그렇고 그런 모양새. 미용실 가야할 의욕도 잃은지 오래되었다. 어느날 오래 벼르던 끝에 찾아간…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44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댓글 0 | 조회 3,875 | 2012.05.22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 더보기

그러시면 안돼죠

댓글 0 | 조회 2,336 | 2012.04.26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드려보세요.” 언제나 장난끼 넘치는 응석조로 전화 해 오던 한국의 딸아이 목소리가 오늘은 영 아니었다. (무슨일이… 더보기

그날, 버니(Burnie)에서

댓글 0 | 조회 2,453 | 2012.03.28
크루즈 중에 배에서 내리는 날은 언제나 바쁘다. ‘타스마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 땅이긴 하지만 육지 밑으로 외떨어진 … 더보기

‘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댓글 1 | 조회 2,699 | 2012.02.29
잠에서 깨일 때마다 이층침대 머리맡 창밖을 내다보면 시커먼 바다. 그 검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속을 달리기만 하는 배. 항상 늦잠이 달아 잠뽀인 … 더보기

Happy new year

댓글 0 | 조회 2,525 | 2012.01.31
2012년. 첫날 새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happy new year_” 언제나처… 더보기

12월의 노래

댓글 0 | 조회 2,737 | 2011.12.23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풀밭에 누워 드넓… 더보기

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댓글 1 | 조회 2,843 | 2011.11.23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 더보기

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댓글 0 | 조회 2,807 | 2011.10.27
엊그제만 해도 죽은듯이 다소곳하던 헐벗은 벗 나무에 뽀오얀 꽃봉오리들이 툭툭 터져 화사한 꽃을 피워 웃고 있다. 아직은 어려 가녀린 몸매지만 버겁도록 무겁게 꽃짐… 더보기

아름다운 고별

댓글 1 | 조회 3,368 | 2011.09.27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