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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

김영나 0 1,386 2012.09.25 17:33
수십 년 영화를 만들었고, 거장이라 불렸지만 영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김기덕 감독도 ‘아리랑’에서 ‘솔직히 영화가 뭔지도 모르겠어’라고 토로한다. 수긍이 간다. 인생이 무엇인지, 사랑은 또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전부인 우리네 삶을 투영하고 고민하고 철학적 담론을 던지는 것이 영화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 끌린다.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인생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영화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단지 그뿐. 소망이 있다면, 영화는 잠식되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구촌의 허파 아마존이 개발이라는 치명적 질병에 갉아 먹힌 것처럼 영화가 자본주의에 포식되거나, 창녀처럼 어떤 목적에 팔려서는 안된다는 것. 예술의 존재 이유는 쪼그라드는 늑골에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다. 허파라도 온전해야 숨을 쉬고 피와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화 때문에 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20년 가까이 18편이나 되는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변변한 학맥 인맥도 없는 그는 이단아 취급을 당했다. 투자배급사나 영화판의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 상업성이 떨어지는 그의 영화는 소외 당해왔다. 어쩌면,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피에타’는 인간의 본질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와 영화판에 던지는 호소가 아닐까. 황금사자에 입 맞추고 머리에 올려보기도 하고, 한쪽 날개를 잘라 함께 공연한 배우에게 나눠줄까 고민 하던 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와의 행복한 시간도 잠깐, 그는 오락물과 할리우드 영화 상영에 주력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앞에서 절망하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에서는 문화 훈장을 준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한국이 무시한 영화 감독이 유럽에서 더없이 사랑, 존경 받는 현실은? 우유병 하나 물려 한국에서 내친 아기들이 유럽으로 입양돼가는 것처럼 낯뜨겁다.   
 
11일, 리비아 주재 미 대사 등 외교관 4명과 방어하던 군인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슬람의 선지자 무하마드를 모욕한 ‘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유튜브 영상 때문. ‘미국과 할리우드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반미 시위는 튀니지 모로코 등 북 아프리카와 아랍권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감독은 유대계 미국인 샘 바실이라고 알려졌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잠적했고 실체조차 모호한 상태. 사실 유튜브에 올라온 내용은 영화 예고편격이었는데, 대놓고 무하마드를 비아냥거린 감독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지구촌 화약고에 불을 당기려는 음모인가, 단순히 감독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해프닝일까? 누군가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했지만, 전쟁의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하고 나선 몰상식한 영화에 마음껏 침을 뱉어주고 싶다. 
 
뉴질랜드 자연은 그저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작품이 될 정도로 원래 지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벌판에서는 ‘라스트 사무라이’, 저 숲에서는 ‘반지의 제왕’, 또 요 아래 해변에서는 ‘피아노’가 촬영되었다. 특히 ‘반지의 제왕’ 팬들은 친히 ‘반지 원정대’가 되어 뉴질랜드를 찾았다. 그렇게 벌어들인 관광 수익이 수조원이나 돼서 주인공의 이름을 딴 ‘프로도 이펙트(Frodo Effect)’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 피터 잭슨의 차기작 ‘호빗’도 ‘반지의 제왕’처럼 총 3부작으로 만들어지는데, 1부 ‘뜻밖의 여정’이 올 12월 개봉 예정이라고. ‘반지의 제왕’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뉴질랜드는 ‘호빗’ 개봉 즈음해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에어 뉴질랜드는 보잉 777을 ‘호빗’ 테마 항공기로 운행할 예정. ‘호빗’ 영화 상영, ‘호빗’ 안내 책자는 물론, 승무원들은 ‘호빗’ 복장을 입고 귀를 뾰족하게 늘리는 특수 분장을 한다고. 반지 원정대와 난장이 호빗에게 경제 문제를 치대고 있는 뉴질랜드---, 승무원의 뾰족 귀가 단지 재미있지만은 않은 이유다.
 
아주 오래된 이분법으로 영화를 나눠본다면 비극과 희극이다. 앞서 얘기한 세 영화는 어디에 속할까? 세 영화 모두, 이쪽의 희극이나 저쪽의 비극 편에 있지는 않다. 희비극의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밖에서는 세 영화 모두 허파를 유린 당한 듯 가슴 답답해지는 비극이다. 황금사자를 문방구에서 파는 애들 장난감 정도로 체감하는 문화 수준이, 영화를 비아냥의 도구로 전락시켜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감독의 몰상식이, 피터 잭슨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는지 피터 잭슨의 등에 업혀가는 뉴질랜드가 서럽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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