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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보다는 손수건을---

김영나 5 1,372 2012.07.11 09:55
모름지기 좋은 정치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老子)가 요(堯) 임금의 ‘무위(無爲)의 다스림’을 칭송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21세기 논리로는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배부르고 등 따습고 안락하면 그만이다. 어떤 정치가나 정당이 무슨 정책을 펴는지 왈가왈부하면서 온 국민이 정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면 절대로 좋은 정치라 할 수 없다. 일례로 한국 사람들은 최악의 정치 상황들을 거쳐서인지 두어 명만 모이면 정치 얘기다. 남자들은 아내들의 하소연은 귓등으로 흘리지만, 정치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몇 시간이고 토론한다. 모두 정치가이며 정치평론가들이다. 정치가들이 함부로 쏜 화살에 맞았거나, 너무 힘을 주어 날린 정책 때문에 과녁이 찢어져서 그 상처가 알게 모르게 깊게 남아 있어서이리라. 
 
뉴질랜드 정부는 요즘 ‘복지 개혁’이라는 과녁에 연일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학생 수당과 융자는 최장 200주까지만 가능하고, 수당 받는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무료 피임약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은퇴 연금 나이를 현재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느냐 마느냐도 연일 논쟁거리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나와 시위를 하고, 가난한 여성들은 애 낳는 일이 축복이 아니라 눈칫밥을 고봉으로 먹어야 함을 깨닫고 서러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있다. 65세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많은 이들도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화살이 비껴갔다. 국민당은 힘들게 일한 세대에 대한 예후를 지켜서 은퇴 연금 수혜 연령을 높이지 않겠다는데---, 글쎄다. 
 
화살은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까지 12개월 이상 수당 받는 자들을 30%(23000명) 감축하겠다고 한다. 실업 - 병가 - 혼자사는 여성 - 홀부모 수당 수혜자들이 대상이다. 유아 교육율을 94.7%에서 98%로 끌어올리고 영유아 예방 접종률 높이겠다, 아동 폭력 피해 아동 수를 1천명선까지 줄이겠다라는 얘기도 나왔다(1천명은 0까지 감축되어도 좋겠다). 

활쏘기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화살을 날리는 것이 아니다. 과녁을 꿰뚫는 힘자랑은 더더욱 아니다. 진정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호흡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시켜서 과녁의 중심이 커다랗게 다가오면 가볍게 활 시위를 놓아주면 되는 것이다. 날아간 화살은 국민들이 진정 행복해지는 한 점에 꽂히고 국민들은 배 두드리면서 춤추며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정치가의 과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송(宋)나라 때 어느 고을의 현령이었던 정호라는 사람은 그의 집무실에 시민여상(視民如傷)이라는 사자성어를 걸어놓고 날마다 곱씹었다. 백성을 상처입은 사람으로 가엾게 여기며 어루만지고 보살펴주는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 이는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도 말한 바 있으며 퇴계 이황도 정치가의 덕목으로 꼽았다. 언젠가 본인의 졸고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공자나 맹자도 백성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정치가의 기본 덕목이며,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한다면 정치는 손 안에 구슬을 굴리는 것처럼 쉽다고 말했다.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던 고 김수환추기경의 말씀도 떠오른다. 아마 요 임금의 ‘무위의 다스림’은 그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손 안에서 구슬을 굴리 듯 하는 정치에 백성들이 무슨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그런 시절에 백성들은 임금이 누군지도 몰랐다. 다만, 자신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이에 대한 사모와 사랑으로 가슴 벅찬 나날을 보냈을 뿐. 그리고 그 임금들은 후대까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4천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요순(堯舜) 임금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치 않은가. 
 
정치가들의 손에는 화살보다는 손수건이 곱게 준비되어야 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힘없고 약하고 가난한 서민들은 돌봐줘야 할 최우선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들과 함께 눈물을 나누고 상처를 위무하고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말로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초인인 것이다. 

엊그제, 은행 앞이었다. 구걸하는 남자가 비에 젖은 채 누군가가 주고간 빵을 뜯어먹고 있었다. 찬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물론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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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syahn
활을 많이 쏘고 힘자랑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네요. 한국에서도 현재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가닥이 잡힌 상태인데 각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ygna7
syahn님! 안녕하세요?
누수되는 정부 예산만 알뜰하게 관리해도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텐데요---중산층이 죽으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요. 건강하시고 열심히 뛰세요. 화이팅!!!
 
은하수별
'측은지심'을 마음에 품고 살지 못하는 리더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흥' 이 없는 것 같아요. 복지가 강세이던 이 나라에 최근 이곳 저곳에서 홈이 파이고 있는데 가장 먼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지만. 추임새를 내주는 어른들도 별로 없고.. 서민들이 힘들면 이주자, 이민자도 힘들기 마련인데,. 힘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잇는 공간이  많으면 좋게네요
ygna7
은하수별님! '삶의 흥'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신명나는 일이 없으니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나봅니다. 저희 집에도 술병이 2열 종대로 길게 늘어섰네요.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인간 본성을 위무하면서 삶의 지침, 정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귀한 말씀들이란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드는 요즘입니다.
은하수별
그렇죠? 고전이 그립고 변방에서 내는 소리들에 더 마음이 가네요.. 술이 고픈데 술친구가 없는 곳에서 사는 탓에 애궂은 커피가 자꾸 들이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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