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어느 도심의 Eco-village

조병철 0 1,297 2013.10.08 10:00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장미꽃을 심어 본다. 좀 더 열성적인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로 지렁이를 길러 퇴비로 써 보기도 한다. 한 발 더 나가 우리의 주거공간마저 환경에 어울리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내 집이야 내가 지을 수도 있으니 그리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옆집에서 그런 데 관심이 없다면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그렇다면 마을 전체를 주변 환경에 어울리도록 설계해서 개발한다면 어떠할까?

오클랜드 서부지역 라누이(Ranui)에 ‘어스-송 (Earthsong)’이라 불리는 작은 실험마을이 있다. 199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현재 32세대에 65명이 살고 있는 아담한 에코 빌리지다. 기존의 유기농으로 운영하던 과수원 부지 4에이커를 이 마을로 개발했다. 건축가 출신의 앨리슨 (Allison)에 의해서 공동체 주택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에 공동회관, 게스트 하우스, 공동텃밭, 공동작업장 등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빗물을 모아서 연못처럼 작은 저수지를 마련해서 운치를 더한다. 와이타커리 레인지 산자락에 자리해서 아주 쾌적한 환경에다 주변에는 가까운 기차역도 있고, 고속도로 진입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도시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춘 공동체 마을인 셈이다.  
 
모든 주택은 북향으로 햇빛을 잘 받도록 설계 되었고, 천연 목재 하우스·두꺼운 단열 벽·콘크리트 바닥 시공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집집마다 솔라-패널로 더운 물을 공급 받으며, 빗물 탱크를 설치해서 빗물을 받아 쓸 수 있다. 수돗물은 먹는 물로 적은 양만을 사용하고, 세탁 목욕 화장실에 쓰이는 허드레 물은 모두 이 빗물을 사용 한다. 또한 전기도 마을 전체 분을 대량으로 공급받아 나누어 쓰는 방식이다. 마을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은 일반 가정 여섯 가구가 사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과 전기 사용에 있어 아주 이상적인 주택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활비는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편이다.  

공동체 마을로 설계된 만큼 마을의 식구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마을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어스-송’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을의 공동행사로 저녁에 영화 보는 날이 지정된다. 일 주일에 두 번씩 공동회관에서 마을 식구가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마을 공동체의 주요 행사다. 일 년에 한 번씩 연못에서 열리는 보트경기도 이들의 결속을 다지는 행사로는 안성마춤이다. 또한 마을 구성원의 의사 결정 수단으로 매달 열리는 마을 전체회의는 아주 중요한 총회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모든 안건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면, 마을에서의 고양이 사육은 여덟 마리로 제한되어 있다. 고양이 사육을 원하는 가정에서는 신청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른 순번이 매겨 진다. 마을 고양이 중에 한 마리가 유고가 생겨야 다음 차례가 돌아온다. 만약 고양이를 기르던 집에서 그 고양이가 죽게 되면 다시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게 이 마을의 규칙이다. 
 
현대는 핵가족 시대로 한 가정에서만 어린이를 양육하다보면 사회성 확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마을의 연장자들이 어린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웃의 아주머니와 아저씨,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또한 어린이를 배려한 놀이시설이 특히나 돋보인다. 마을 놀이터에는 공동 트램폴린이 설치되어 있어 집집마다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애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도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이런 장점으로 어떤 가정의 경우는 그들의 부모를 이웃집에 불러 들여 함께 어울러져 살기도 한다.     

이런 공동체 마을 운동은 40여 년 전에 덴마크에서부터 시작했단다. 그리고 영국 독일 호주 등에 전파되었으며, 여기 ‘어스-송’에서도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을 공동체 정신 동·서양 어디에서나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본다. 예전에 필자의 고향에서도 이런 공동체 개념은 존재 했다. 가족의 잔치에 멀리서 친척이 찾아오면 이웃집 사랑방에서 하루를 머물렀으며, 어떤 집주인이 어린 아이를 두고 장보러 가는 날이면 친척 누이가 와서 집을 보면서 애들을 돌봐 주었던 기억이다. 현대 사회가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이웃 간의 공동체 협약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더해진다.  
 
이 마을 주민들은 바깥사람들이 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다. 그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제발 이상하게 보지 말란다. 그래서 일 년에 몇 번씩 오픈 빌리지 날을 마련해서 그들의 생활을 공개한다. 이들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들의 실험이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지를.
 
▶ 참고: Eco-neighbours... Western Leader, July 26, 2013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코리아포스트 / The Korea Post
교민잡지, 생활정보, 코리아포스트, 코리아타임즈 T. 09 3793435

원주민의 식생활에서 얻는 교훈

댓글 0 | 조회 2,008 | 2014.11.12
남미 볼리비아 아마존의 원주민 쿠네이 가족은 주변의 원시림과 강가 텃밭에서 얻는 먹거리로 살아간다. 채집하는 파파야 망고 바나나 같은 과일에 텃밭의 옥수수, 수렵으로 구하는 원숭이… 더보기

달콤함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댓글 0 | 조회 1,990 | 2014.10.15
현대인의 간편한 아침식사 시리얼에, 언제나 즐기는 커피에, 애들의 오후간식 초코바에, 목마를 때 찾게 되는 탄산음료에,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상당량의 당분이 들어 있어 우리는 그 달… 더보기

어느 대도시의 신선농산물 마일리지

댓글 0 | 조회 1,228 | 2014.09.10
뉴욕의 과일가게에 진열된 딸기는 미국의 서쪽 캘리포니아에서 실어온다. 거리로는 2,940마일, 4일을 걸려 트럭으로 운반된다. 농가에서 딸기를 길러내는데 드는 비용 보다 운반에 들… 더보기

유기농산물(Organic food)과 지역농산물

댓글 0 | 조회 1,656 | 2014.08.13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충분치 못할 경우, 슈퍼마켓 농산물 코너에 넘쳐나는 그들의 라벨로 여러분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유기농산물의 표시는 생산자 중심… 더보기

다음 세대를 위한 식량대책

댓글 0 | 조회 1,483 | 2014.07.09
세계는 지금 넘치는 먹거리 속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일부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인도적으로 정치적으로 왜곡된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더보기

정원수와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2,935 | 2014.06.11
세계 어디서나 시민들은 주변에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로 온통 감나무나 은행나무를 심어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클랜… 더보기

썸머 프루트(Summer fruit)

댓글 0 | 조회 1,691 | 2014.05.27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낮 시간이 길어 과일나무는 그 동안에 열매를 살찌울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태양을 듬뿍 받아 탐스럽게 익어내는 게 여름과일이다. 이들 … 더보기

푸드 퍼레스트 / Food forest

댓글 0 | 조회 3,005 | 2014.04.09
고향의 뒷동산은 밤, 감 같은 과일나무로 풍요로웠다. 뒷산은 높지는 않았지만 토심이 깊어 아주 오랫동안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으며, 밤나무 상수리나무도 잘 자랐다. 봄철에는 산나물… 더보기

처절하게 선명한 붉은색 그대, 비트(Beet)

댓글 0 | 조회 2,426 | 2014.03.12
텃밭 한 귀퉁이에서 뽑아 온 비트, 머리 베고 꼬리를 자리니 선명한 붉은색이 칼에 번진다. 처절한 핏빛 같아 섬뜻 놀란다. 비트의 한 가운데 뿌리를 자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둥근… 더보기

힐러리 트레일(Hillary trail)

댓글 0 | 조회 2,439 | 2014.02.12
오클랜드 서쪽에 살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여기가 카우리(Kauri) 나무의 원산지로 인류가 도착하기 전부터 자라던 터전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우… 더보기

옛사람 상추 먹는 법 엿보기

댓글 0 | 조회 2,790 | 2014.01.15
늦은 봄 보릿고개를 경험하던 시절 농촌의 밥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도 푸짐한 상추를 함께 할 수 있어 먹을 만 했던 기억이다. 텃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상추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 더보기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댓글 0 | 조회 2,028 | 2013.12.11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다. 선비들은 자신… 더보기

주림을 고치는 데는 밥이 으뜸

댓글 0 | 조회 1,199 | 2013.11.13
「세상에서 몸에 좋다는 복령 인삼 구기자(拘杞) 같은 세 가지 약을 먹고 나서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한지 백 일만에 숨결이 가빠 곧 죽게 되었을 때. 이웃집 할멈이 와서 보곤, &l… 더보기

현재 어느 도심의 Eco-village

댓글 0 | 조회 1,298 | 2013.10.08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장미꽃을 심어 본… 더보기

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댓글 1 | 조회 3,751 | 2013.09.10
봄철 들판은 온통 풀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토끼풀 반지꽃 냉이 질경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들이 꽃망울을 터트림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고향의 봄 들판 얘기다. 그중에… 더보기

선주후식(先酒後食)

댓글 0 | 조회 1,412 | 2013.08.14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특한 음식 바로 술이다. 서민들의 밥상에도, 나라간의 정상외교의 만찬에도, 시중잡배의 의기투합의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더보기

일백 개의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068 | 2013.07.10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 오래 산다. … 더보기

까치 밥

댓글 0 | 조회 1,464 | 2013.06.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감을 따기란 그리… 더보기

천하태평 농법

댓글 0 | 조회 1,096 | 2013.05.14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서 막 뽑아낸 갓을… 더보기

강낭콩에 대한 추억

댓글 0 | 조회 1,762 | 2013.04.10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이마… 더보기

수퍼프루트(Superfruit)

댓글 0 | 조회 1,816 | 2013.03.13
어떤 과일을 즐겨 드시는지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좀 엉뚱하게도 바나나와 감귤이다. 왜 그러냐 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칼 같은 특별한 도구 없이도… 더보기

안경을 벗어던진 존스 할머니

댓글 0 | 조회 1,212 | 2013.02.13
안경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써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안경을 쓰던 도중에 홀연히 벗어던지고, 현재 90세에 달했지만 안경을 다시 찾지 않는 존스(Margaret … 더보기

달콤한 유혹 설탕

댓글 0 | 조회 1,156 | 2013.01.16
여름철 땀나는 운동 후에는 갈증과 함께 달콤한 게 그립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도 단음식이 인기를 모은다. 현대인은 이러한 달콤한 에너지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의식… 더보기

기후는 변하고 있는 데

댓글 0 | 조회 1,232 | 2012.12.11
지난 10월 오클랜드에서는 거센 바람으로 큰 나무가(오톤 정도) 쓰러지면서 집 두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두집은 지붕이 크게 무너졌다. 그 중 한 집에서는 식구들이 텔레비죤을 보고… 더보기

‘모닝 커피’와 ‘애프터눈 티’

댓글 0 | 조회 1,651 | 2012.11.14
아침 일과전에 커피 한컵 마시고 산뜻하게 시작해야지; 나른한 오후 차 한잔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가져야지. 이건 너무 평범한 얘기 같고, 아니 좀 발랄하게, 밤세워 레포트를 마쳐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