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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밥

조병철 0 1,463 2013.06.12 10: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감을 따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아주 긴 장대를 사용하더라도 감나무 꼭대기까지는 미치기가 어렵다. 감나무에 올라가서 따는 경우도 있지만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서 그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나무 꼭대기의 감 몇 개는 그대로 남기게 되고; 어른들은 이들을 ‘까치 밥’이라 불렀다. 늦가을 고향 감나무에 달려 있던 ‘까치 밥’은 정취가 있었을 뿐 아니라 포근하게 느껴졌었다. 그 때 필자의 어린 생각에는 “하나라도 더 따지, 따기 힘들어 포기한 감들을 ‘까치 밥’라 그저 표현이 멋있다”라고 여겼었다. 
 
겨울철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계절이지만 야생에서 살아가는 새들에게도 곤혹스런 계절임에 틀림없다. 고향의 까치는 감나무에 남겨진 ‘까치 밥’과 겨울철 보리밭을 뒤지면서 추운 겨울을 보냈다. 그러면서 고향 집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전도사로서 그 자리를 지켰왔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화로 지칭되는 환경변화로 까치가 발 붙일 곳을 점점 줄어 들었다. 주변에 먹거리가 충분치 못해서 허기진 까치는 마을의 사과 배 같은 과일과 논밭의 곡식을 체면 가릴 것 없이 탐한다. 이에 따라 재배자는 처음에는 까치를 쫓는 방법을 찾았으나 그게 여의치 못하자; 이제는 아예 까치를 포획망으로 잡아버린다. 여기에 잡힌 까치는 약으로 쓰겠다는 이웃사람에게 선심을 써버린다. 이렇게 고향에서는 더 이상 까치와는 함께 살기가 어려워 졌다. 
 
까치처럼 주로 한 곳에서 머물러 살지 않고 계절에 따라 이동을 하는 철새가 있다. 철새는 특성상 겨울에는 따뜻한 별장지대를 찾아 가는 데 사람보다 훨씬 유리하다. 먹거리가 풍부해서 새끼를 낳아 기르기 좋은 보금자리를 찾아 다닌다. 까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철새들의 보금자리도 늘 안전하지 못한 게 지구촌의 현실이다. 인구 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인도에서도 북쪽 중국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해마다 겨울철새가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날아 온다. 인도 사람들은 이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인도는 식량사정이 충분치 못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많다는 데,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전통적 경험과 종교적 철학으로 이들 철새와 함께하지 않고는 자신들이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뉴질랜드 포도밭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인간과 새들간에 한판의 실갱이가 벌어졌다. 포도가 자라 맛이 들어 갈때 포도밭 전체를 그물망으로 덮었고, 포도를 수확하고 나서는 그 넓은 면적에서 그물을 모두 걷어냈다. 새들은 익은 포도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포도주를 생산하려는 농장주인은 익어 가는 포도를 지켜내려 안간힘을 쓴다. 이 장면은 포도 재배기간의 한 시기만 새로부터 격리 시키려는 전략이다.  

유럽인이 처음 뉴질랜드에 이주하던 초창기에는 이주민과 새들간의 진검 승부를 벌인 기록이 있다. 과수원에서 과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새잡기 운동을 벌인 것이다. 새 한 마리를 잡아오면 동전 한 잎을 주었다. 한국의 녹색혁명 기간 식량증산 운동의 일환으로 벌였던 ‘쥐잡기 운동’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이주 초창기 정착 과정에서 벌어졌던 정면승부와 이주민과 함께 들어온 동물로 인해 이곳 새들의 수난사는 시작되었다. 
 
이제는 여러 새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새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세우게 되었다. 섬 하나 전체를 농장은 아예 문을 닫고 자연상태로 복원 시키는가 하면, 새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공원을 조성해서 새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보살핀다. 또한 멸종위기에 있는 새들의 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새들의 서식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방사시켜 복원하려 한다. 도시의 가로수는 새들의 먹이를 제공할 수종을 선택한다. 새로 조성하는 공원에는 새들의 먹이가 연중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고려해서 식물을 배치한다. 과수원 주변에는 새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수종을 배치해서 새들이 지나치게 과수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치한다. 

낙엽지는 가을, 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면 왜 ‘까치 밥’이 생각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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