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늙은 암탉

왕하지 1 1,638 2013.01.30 12:08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소가 닭 보듯 이... 내가 ‘이리와~’라고 소리를 지르면 마지못해 슬금슬금 걸어오는데 내 앞에 와서는 ‘왜 불렀어요?’ 용건이 뭐냐고 물어보는 표정이다. ‘앉아~’ 앉으라는 말에 별 볼일이 없다는 듯 개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평소에 들어가지도 않는 개집에 들어가는 것은 귀찮게 말 걸지 말라는 뜻이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단다.

정말 맛있는 거라도 준다면 우리 집 개는 말을 잘 듣는다. 앉으라면 앉고 발을 내 놓으라면 양쪽 발을 다 내 놓고... 내가 술안주로 잘 먹는 양념된 닭 날개라던가, 비계가 잔뜩 붙어있는 돼지고기라던가, 이런 걸 주지도 않을 바에야 말도 시키지 말라고 한다. 내가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으면 그때는 꼬리를 흔든다. 닭장에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좌우간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쫄랑쫄랑 따라 나선다.

닭장에 따라가면 암탉들한테는 으르렁 거리며 쫓아다니고 수탉이 달려오면 도망가기 바쁘다. 작년만 해도 개가 수탉을 이겼었다. 병아리 때부터 괴롭혔으니 개만 보면 수탉은 도망 다니는데 위급할 때는 훨훨 날아 사람 키보다도 높은 철망을 넘어 다닌다. 개가 닭 날개의 능력을 발휘시키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닭들을 보고 감탄을 많이 했었다.

“어쩌면 닭들이 저렇게 착해요, 마당에도 안 오고 텃밭에도 안가고 아래 풀밭에서 얌전하게 풀만 뜯어먹고 있으니... 우리도 닭을 키우고 싶네요.”

“우리 집 개를 훈련시켰어요. 닭들이 오면 쫓아버리라고, 집 근처엔 얼씬도 못해요.”

“어머나~ 개가 아주 똑똑하게 생겼네, 아이고 예뻐라.~”

그렇게 똑똑한 개라고 칭찬도 받았는데 요즘은 수탉만 보면 도망 다니는 개털이 되어 버렸다. 수탉이 커서 암탉들과 짝짓기를 시작하고부터는 암탉의 비명소리만 들어도 머리털을 세우며 쫓아가는데 개는 줄행랑치기 바쁘다.

늙은 흰 닭이 있었다. 붉었던 벼슬은 퇴색되어 쳐지고 눈가에 백태가 끼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먹이도 삼키지 못한다. 물만 조금씩 먹는데 며칠 안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황색 닭 2마리도 무척 늙어 있었다. 그동안 수탉이 시원치 않아 몇 년 동안 병아리를 못 깠으니 닭들이 제법 나이가 들었다. 다행이 작년에 겨우 깐 2마리의 병아리 중 한 마리가 수탉이었던 것이다.

늙은 황색 닭 한 마리가 알둥지에서 꼬꼬꼬 거리는 것으로 보아 알을 품는 모양이었다. 다 늙어가지고 알을 품을 수 있을까? 비실거리면서 3주일 동안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깔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며칠 후 흰 닭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죽었는데 그 옆에 황색 닭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이제 내 차례야,’ 삶을 완전 포기한 모습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싱싱한 편이었는데, 며칠 후 황색 닭도 죽었다. 흰 닭이 묻힌 과일나무 밑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알을 품고 있던 또 하나의 늙은 황색 닭은 병아리를 7마리나 깠다. 병아리를 품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데... 똑같이 늙은 황색 닭이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병아리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살아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힘이 빠지고 모든 게 귀찮은 건 닭이나 개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는데 나 또한 의욕이 많이 상실되어 있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글이 써지질 않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그 즐거움이란 없다. 하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생활 속에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끄집어내어 많이 짜 내긴 짜냈지, 수채화 물감 짜 내듯이...


▷ 그동안 미숙한 제 글을 보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와 더불어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hey
이글이 마지막 글이라니, 정말 아쉽습니다, 열렬한 애독자 입니다. 그동안의 많은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면 어떨까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읍니다. 당분간 쉬쉬고 다시 글 쓰시기를 기대합니다.  애독자

 플러스 광고

코리아포스트 / The Korea Post
교민잡지, 생활정보, 코리아포스트, 코리아타임즈 T. 09 3793435
미드와이프 김유미 (Independent Midwife YOOMI KIM)
임신, 출산, 출산후 6주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 관리를위해 함께 하는 미드와이프 김 유미 T. 021 0200 9575
하나커뮤니케이션즈 - 비니지스 인터넷, 전화, VoIP, 클라우드 PBX, B2B, B2C
웹 호스팅, 도메인 등록 및 보안서버 구축, 넷카페24, netcafe24, 하나커뮤니케이션즈, 하나, 커뮤니케이션즈 T. 0800 567326
Now

현재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1,639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소가 닭 보듯 이…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1,463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제대로 먹고 사는…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1,824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도 있어 다음에 가…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1,791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가는 곳마다 다소곳…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1,835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벌써 10살짜리 …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2,549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어차피 경사가 진 …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1,930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을 짓고 살다가 팔…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1,350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금 나왔다고 큰 오…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2,868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아파 경로당에 못… 더보기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1,676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위층의 자제라고 하…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1,737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염에…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742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불을 키고 맞장을…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1,769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대로 다 써버리니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2,197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그럼..…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2,770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드에 온지도 어연 …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2,777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있으며 배낚시를 …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2,561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하여 성당에 일찍…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2,756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이 없다. 입으로만…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2,228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한다. 일요일이니…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3,574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했다. 네 형은 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2,645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거기에 소주 한잔…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2,380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울려 퍼지자 아이들…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4,325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앉아만 있답니다.…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2,817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2,103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기 약을 넣고 물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