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온라인 문화생활로 극복하기

  • 김혜경
  • BBC 코리아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무관중 공연 생중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무관중 공연 생중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문화생활이 멈춘 것은 아니다. '호모 쿨투랄리스(문화적 인간)'의 문화생활은 변화 혹은 진화하고 있다.

문턱부터 크게 낮아졌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세계 유수 공연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켓 값이 수십 만원을 호가하던 팝스타들의 콘서트도 소셜미디어에 무료로 열리고 있다.

미디어업체 월(Wurl)에 따르면 14~15일 주말 이틀간 전 세계인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시간은 20% 이상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지난주 넷플릭스 앱 설치가 57% 증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방구석 문화생활' 시대가 열렸다.

뉴욕에서 베를린까지: 무료로 즐기는 최정상 클래식 공연

매년 해외를 찾는 한국인은 3000만 명. 19일 현재 한국발 여행자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70곳에 이른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에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문화애호가들에게 국경 통제 조치는 절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세계 공연장과 미술관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디지털 콘서트 홀을 무료로 열었다

사진 출처, 베를린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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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오케스트라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음 달 19일까지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디지털 콘서트 홀을 활짝 열었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활동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 공연까지 600여 편의 공연 영상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두 무료다. 이메일만 요구하는 회원가입을 거쳐, 해당 바우처를 이달 말까지 등록하면 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가세했다. 17일부터 매일 공연 한 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도록 '나이틀리 메트오페라 스트림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비제의 '카르멘'으로 시작한 여정은 도니체티의 '연대의 아가씨'(20일)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21일)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22일) 등으로 이어진다. 회원가입 절차도 없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시간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20시간 동안 열람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단, 독일 바이에른 국립오페라단 등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방으로 들어온 명화

전시실도 방으로 들어왔다. 매년 개최되는 국제 아트페어 '아트 바젤'은 20~25일 '온라인 전시장'을 연다. 이번 달 열리기로 했던 제8회 아트 바젤 홍콩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온라인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겠다는 시도다.

국제 아트페어 '아트 바젤'은 2000여 점의 미술작품이 전시된 온라인 전시장을 연다

사진 출처, Jessica Hr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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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33개 갤러리가 회화, 조각, 설치, 디지털 작품에 이르는 2000여 점의 미술품을 소개한다. 백남준과 쿠사마 야요이, 필립 파레노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시간 공개된다.

아트 바젤 마크 스피글러 국제부장은 "예술 시장이 진화하면서 신기술이 어떻게 갤러리들을 지원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온라인 전시장은 갤러리들이 세계 관람객들과 널리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꼽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내부 영상도 지난 10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한 영상이지만 프랑스의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을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관람해본 경험이 있다면 솔깃할 만하다.

러시아 감독 아신야 곡은 미술관을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45개 홀 전체를 5시간 19분 28초 분량 원테이크 필름에 담았다. 루벤스, 렘브란트, 카라바지오, 엘 그리코 등이 그린 588점의 명화와 미술관 내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를 감독의 시선으로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다.

대중음악, 소셜 미디어 콘서트를 열다

개인콘서트는 물론, 글래스턴베리 등 유명 음악페스티벌이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팝스타들도 온라인 공연 대열에 합류했다.

콜드플레이의 멤버 크리스 마틴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히트곡 '옐로'와 데이비드 보위 '라이프 온 마스' 등을 부르는 30분 분량의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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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해당 방송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티스트들이 가상 플랫폼을 통해 집에서 공연하는 '투게더, 앳 홈(Together, at Home)의 제1편"이라고 보도했다. 바톤을 넘겨받은 미국 팝 가수 존 레전드도 다음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1시간 분량의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영국 펑크팝 가수인 영블러드는 16일 유튜브에서 '더 영블러드 쇼'를 중계했다. 앞서 영블러드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투어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계속해서 쇼가 취소되는 게 싫다. 그러니까 여러분 앞에 쇼를 하나 내놓겠다. 우리는 코로나를 이길 것이므로 지금은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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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수들도 줄줄이 온라인 라이브를 기획했다. 가수 백예린은 7일 자카르타에서 예정된 '헤드 인 더 클라우드(Head in the clouds)' 페스티벌이 잠정 연기되면서 유튜브 라이브에서 같은 세팅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가수 선우정아는 유튜브에서 재즈 라이브 공연을 가졌고, 아이돌그룹 위너는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랜선 공연'

코로나19로 공연장 나들이가 어려워진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에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굵직한 공연장과 공연단체들이 공연 실황을 무료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되자 예술의전당은 역대 우수 공연 7편의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한다. 그 중 하나인 연극 '페리클레스'

사진 출처, 예술의전당

사진 설명,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되자 예술의전당은 역대 우수 공연 7편의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한다. 그 중 하나인 연극 '페리클레스'

예술의전당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공연 7편의 녹화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한다. 연극 '페리클레스'와 '인형의 집' 클래식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노부스 콰르텟', 창작발레 '심청' 등 다양한 장르가 뽑혔다. 이 작품들은 20~27일 평일 오후 3시와 8시,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17일부터 매일 오전 11시 국악원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네이버 TV를 통해 '일일국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남도시나위'를 시작으로 '종묘제례악' 판소리 등 소규모 실내악과 독주, 독무 등에 연주자들의 해설을 곁들인 자리다. 19일부터는 VR공연 서비스도 시작한다. 1인칭 시점으로 근접 촬영된 기악과 전통무용, 창극과 씻김굿 등 37가지 레퍼토리가 유튜브로 중계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국립국악원이 매일 오전11시 진행하는 '일일국악' 방송의 한 장면

사진 출처,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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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내 손안의 콘서트'를 진행한다. 단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명 이하 연주자가 참여하는 실내악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공연 실황을 생중계해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지난 공연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극단 마고의 연극 '아랫것들의 위'와 구태환 연출의 연극 '마트료시카'를 네이버 TV 공연예술 창작산실 채널에서 각각 4월 3일, 1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우수한 신작을 발굴 지원하는 '창작산실'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