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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북섬의 소도시 왕가레이(Whangārei)에는 약 300명의 한인 동포들이 서로 의지하며 터전을 일구고 있다. 인구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서 한인 30여 명이 모여 오케스트라 연주단을 결성해 지역사회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작년 창단 연주회를 통해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커뮤니티의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조이플 오케스트라’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10월 31일 제2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단원들은 바쁜 일상과 직장 생활을 마친 늦은 밤까지 연습실 불을 밝히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열정의 중심에는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석사 과정을 마친 전문 음악가로서, 재능 기부와 봉사로 오케스트라 창단 및 지휘를 책임지고 있는 이주훈 지휘자를 만나 보았다.
현재 왕가레이에서 조이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학사와 석사(Honours)과정을 마친 후 전문 클래식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는 첼리스트로서 무대 연주와 후학 양성을 병행하고 있으며, 오클랜드와 왕가레이를 오가며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을 나누고 있다. 나에게 음악은 단순한 무대 위 연주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에게 깊은 힘과 기쁨을 전하는 소통의 언어다. 지금까지 배워온 음악을 개인의 성취에만 두지 않고,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기꺼이 나누며 섬길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과 의미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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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연주단
왕가레이에서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오클랜드에 비해 음악을 접하거나 함께 연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도시 환경을 떠올리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따뜻하게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비록 오클랜드보다 한인 인구가 적어 어릴 적 악기를 배웠거나 바쁜 직장 생활로 연주를 쉬던 이들, 그리고 청소년 학생들까지 일일이 찾아 나서야 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다시 악기를 잡고 자녀나 지역사회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렇게 마음을 모아 결성된 30여 명의 단원들과 함께 마침내 지금의 ‘왕가레이 조이플 오케스트라’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소리가 모여 하나 될 때 깊은 감동을
감사함과 경의를 느낄 정도로 모든 단원이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단원 대다수가 직장, 가정, 학업 등의 일상을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실을 찾는다. ‘오늘은 정말 피곤하다’며 들어오다가도, 악기를 꺼내 들고 합주를 시작하면 금세 눈빛이 바뀌며 음악에 깊이 몰입한다. 전문 연주자들로만 구성된 단체가 아닌 만큼 완벽함만을 추구하기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합을 맞춰가며 함께 성장하는 데 가치를 둔다. 서로를 격려하고 도우며 만들어가는 그 화합의 과정 자체가 연습실을 밝히는 가장 큰 힘이다. 특히 많은 도움을 준 미노아 첼로 앙상블팀과 교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작년 첫 정기 연주회, 감동과 가능성 확인
작년 첫 정기 연주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왕가레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과연 오케스트라 무대를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도 컸지만, 수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오클랜드 유스 오케스트라(Auckland Youth Orchestra)와의 협연은 매우 뜻깊었다. 단장님을 비롯한 임원진과 단원들이 왕가레이까지 와서 선뜻 힘을 보태주었고, 이는 첫발을 내딛는 왕가레이 단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음악을 통해 지역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실감한 계기였다. 공연을 마친 뒤 단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가 정말 해냈다’고 나눈 인사는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완벽한 테크닉을 넘어, 각기 다른 일상을 살던 이들이 시간을 쪼개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나의 아름다운 음률을 완성해 냈다는 사실 자체가 벅찬 감동이었다. 첫 연주회는 오케스트라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고, 도음을 준 모든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2회 정기 연주회, 준비 한창
제2회 연주회를 준비하며 가장 깊이 고민한 부분은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마음에 담아갈 것인가’였다. 이에 따라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음악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찬양 《주 예수 나의 산 소망》, 그리고 《팔도민요》 등을 선보인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리듬이 빠르고 파트 간 정교한 합주가 요구되어 단원들이 가장 힘겨워했던 곡이지만, 그만큼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협동심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연주회는 단순한 음악 발표회를 넘어, 클래식과 민요, 신앙적 가치가 어우러진 배움의 장이다. 관객들께서 연주 그 자체는 물론, 지난 1년 동안 서로를 배려하며 포기하지 않고 성숙해진 아이들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완벽한 연주보다 ‘함께함’이 먼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핵심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위해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의 뛰어난 기량만으로 완성될 수 없기에, 단원들에게 완벽한 테크닉보다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며 합을 맞춰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듯 서로를 이해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하나의 울림이 완성되며, 이러한 경험은 차세대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무대 기회와 자존감을 심어주는 토대가 된다. 단순히 일회성 공연에 머무르지 않고 제자들과 재능을 나누며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뿌리내리길 바라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준 단원들과 동포 사회,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모여 시작된 왕가레이의 소박한 선율이 한인 사회와 현지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잇는 아름다운 다리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김수동 기자